[인터뷰]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듯..최영준의 발견

최지윤 2022. 6. 1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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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tvN '우리들의 블루스'서 임신한 10대 딸 아버지 연기 인상
보컬그룹 '세븐데이즈' 출신…뮤지컬·연극무대서 10년 넘게 활동
박호산 롤모델 삼고 공연…오히려 "무대 느낌 없는게 장점"

최영준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최영준(42)에게 tvN 종방극 '우리들의 블루스'는 선물 같다. 뮤지컬·연극 무대에서 10년 넘게 경험을 쌓았지만, 이전까지 드라마 제안이 오면 불안한 마음이 컸다. 마치 "빈 깡통 같아서 '왜 나를 찾지?'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는 '내 필모그래피가 되겠다. 이 작품으로 '나를 찾게 해야지''라고 다짐할 정도로 욕심이 났다. 딸 '영주'(노윤서)를 홀로 키우는 얼음가게 사장 '방호식'으로 분해 시청자를 울고 웃겼다. 이병헌(52)을 비롯해 차승원(52), 엄정화(53), 한지민(40), 신민아(38), 김우빈(33) 등 내로라하는 배우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호식 역은 처음에 유명한 선배가 하기로 했지만, 일정이 안 돼 다른 배우를 찾고 있었다. 오디션을 보고 집으로 가면서 이 드라마를 안 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집에 가서 영상을 3~4개 더 찍어서 보냈다. 이후 노희경 작가와 미팅에서 (박)지환이와 처음 인사하고 리딩을 했다. 작가님이 엄청 재미있어 해 '되겠다' 싶었다. 내가 만약 출연하지 않았어도 우리들의 블루스는 인생 드라마로 남았을 것 같다. 마지막 회는 극장을 대관해서 배우들과 함께 봤는데, 다들 훌쩍훌쩍 울더라."


이 드라마는 노희경(56) 작가와 김규태(54) PD가 '라이브'(2018)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삶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응원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했는데, 최영준 역시 큰 축을 담당했다. 열여덟 살 딸 영주가 친구 '정인권'(박지환) 아들 '현'(배윤성)과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고 오열하는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최영준은 "스스로 가슴을 때리는 장면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몸을 사렸다. PD님이 현장에서 '멍 들 정도로 때리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 연인도 아니고 아빠와 딸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다"며 "이번 작품은 생각을 많이 했다. 뭔가 방법을 자꾸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들통날 것 같았다. 극본도 많이 안 보고 현장에서 느낀 걸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 여부와는 상관없었다"며 "원래 시놉시스에 호식은 '딸바보'라고 써 있었다. 그렇게 연기했더니 작가님이 대번에 '아니야. 다 받아 주지마. 연인 대하듯 하라'고 했다. 가장 와 닿은 디렉션이었다. 원초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갑갑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건 방법이 없다'며 한숨 쉬면서 극본을 봤다. '남자애는 까짓것 몸뚱어리 혼자 다니면 되지만, 여자 애는···' 싶더라. '이렇게 할 수밖에 없구나' 공감했고, 호식이 행동이 많이 이해됐다. '너희 그렇게 하지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꼭 그렇게 해야겠니?'라는 마음이었다."

일부 시청자는 '10대 청소년의 임신을 다뤄 불편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민감한 소재지만, 실제로 충분히 일어나는 일이기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았다. "없는 일이 아닌데, 다루는 자체만으로 너무 뭐라고 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문제 삼아 얘기하면 심각하지만 TV, 책 등 매체에서 다루면 다른 시각이 생길 수도 있지 않느냐. 너무 여지를 너무 안 주는 것 같아서 아쉽다"며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했는데, 문화는 아직도 갇혀있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노윤서(22)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윤서는 정말 똑똑하다. 딸 같다"며 "아빠들이 보통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우리 딸 전교 1등'이라고 자랑하지 않느냐. 나도 주위에 '(윤서는) 이대 미대'라고 말하곤 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만, 버릇없지 않고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고 극찬했다. 박지환(42)과 호흡도 빛났다. "유해진, 차승원 선배가 tvN 예능물 '삼시세끼'에서 서로 '자기야'라고 부르지 않았느냐. 우리는 '내 사랑'이라고 부른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난 촬영할 때 최대한 가지를 많이 쳐내고 표현을 간소화하려고 했다. 스스로 참으며 연기할 때가 많았는데, 지환이는 뚜껑 열고 앞에 누가 있거나 말거나 다 하더라. '저렇게 해도 안 혼나는구나. 쟤여서 안 혼나나?' 싶더라. 많이 배웠다"고 했다.

제주 사투리 연기 고충도 컸을 터다. 제주 출신인 고두심(71) 등이 연기할 때는 자막이 나오기도 했다. "감수하는 선생님이 있었지만, 우리끼리는 많이 덜어내려고 했다. 워낙 생소하고 억양도 특이해서 공부할 때도 어려웠다. 조금만 길면 연변 말이 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고두심 선생님은 제주도 상징 같은 느낌"이라며 "스태프 차가 많아서 앞이 막혀있어서 동네 어르신이 약주 한 잔 하고 혼낸 적이 있다. 선생님이 '삼촌 나 봐. 나 누구야. 나 고두심이야. 그러지 말고 나와'라고 하니, 어르신이 놀라더라. 선생님이 어르신 데리고 나와서 한 바퀴 돈 뒤 촬영이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이 드라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라며 '우리는 이 땅에 괴롭고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메시지로 울림을 줬다. 1회 7.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시작, 20회 14.6%로 막을 내렸다. 최영준은 "드라마 인기를 엄청 많이 느낀다. 평소 화면의 나와 실제 나를 못 알아보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면서 "호식이를 연기한 후 진짜 많이 알아봐주고 식당 가면 '사이다' 하나라도 더 준다. 엄마는 난리 났다. 요즘 밥 사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며 웃었다.


최영준은 가수 출신이다. 2002년 하동균(42), 이정(41) 등과 함께 4인조 보컬그룹 '세븐데이즈'로 데뷔했다. 세븐데이즈 해체 후 군입대했고, 전역 후에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 먹은 뒤 대학로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2006년 뮤지컬 '마리'를 시작으로 '루나틱'(2008) '비지트'(2010) '오! 당신이 잠든 사이'(2010~2011·2015) '총각네 야채가게'(2013) '사랑해도 될까요?'(2014) '인터뷰'(2018) 등에 출연했다. 연극 '위어매드니스'(2015) '경식아 사랑해'(2017) '돌아온다'(2018·2020·2022) 등에서도 활약했다.

"진짜 힘들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방에 살았다"며 "가수로 잘 안 된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했다. 친구들은 잘 하고 있는데, 나 혼자 떨어져 나와서 이도 저도 아니게 살고 있으니까. 당시에는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 같았다"고 돌아봤다. "스물여덟 살 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뮤지컬 오디션에 처음으로 합격, 160번 버스를 타고 오류동에서 대학로로 연습하러 가는 길에 많이 울었다. 갈 때가 있는 게 행복했다"며 "연극 '춘천 거기'에서 박호산 선배 연기를 보고 놀랐다. 무대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것 없어 그냥 연기하는 게 좋더라. '선배처럼 연기를 못하면 난 못하는 것'이라는 목표를 삼고 공연했다"고 덧붙였다.

최영준은 안방극장으로 넘어온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2019)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2020~2021) '악의꽃'(2020) '빈센조'·'마인'·'구경이'(2021) '안나라수마나라'(2022)까지 굵직한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SBS TV 금토극 '왜 오수재인가'에서는 사모펀드 SP파트너스 대표 '윤세필'로 활약 중이다. 우리들의 블루스 종방 후 "받은 극본만 7권이다. 일정 물어보는 건 10개가 넘는다"면서 "역할도 많이 커졌다. 가을에는 주연작을 하나 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왜 이럴까?' 싶더라. 운이고 다들 때가 있다고 하지만, (신기해서) 분석해보고 싶다. 오수재는 3회 만에 시청률 10%가 넘어서 뭔가 싶더라. 너무 고생한 시절이 길어서 그런지 반평론가가 됐다. 이렇게 시작했으면 이런 단계를 밟는 게 좋다고 조언할 수 있는데, 이번엔 수치화 시켜보고 싶어도 분석이 잘 안 되더라. 사실 난 드라마 연기를 하면서 너무 편했다. 무대 느낌 같은 게 없어서 오히려 잘된 게 아닐까. 반대로 그런 느낌이 별로 없어서 공연으로 잘 된 적이 없을 수도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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