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팬데믹 2부 ① ◆
"우리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면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습니다."
석유재생(RGO·Regenerated Green Oil)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석유로 만들고 있는 기업인 도시유전의 함동현 사업본부장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플라스틱은 석유를 원료로 한 고분자 석유화합물질이다. 이론적으로는 분자 구조만 바꾸면 다른 물질로 전환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환경기업 '도시유전'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일을 기술로 실현시켰다. 폐플라스틱을 플라스틱 이전 단계인 석유로 바꾸는 기술을 현실화한 것이다. 특히 수율을 최대 90%까지 올려 경제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율 90%라고 하면 폐플라스틱 10t에서 석유 9t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덕에 최근에는 영국에 5000t급 공장 건립까지 추진 중이다.
도시유전이 내놓은 'RGO 기술'은 전통적인 열분해 방식이 아닌 파동 분해 방식이다. 폐플라스틱에 특정 파동 에너지를 쏘여 분자 구조를 조각내는 것인데, 소프라노가 고음으로 와인 잔을 깨트리는 원리와 비슷하다. RGO 기술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영국은 자국에서 소비하는 원유의 10%를 RGO 기술로 대체할 계획을 세웠다. '커피 프로젝트(Project COFFEE)'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계획에 따르면 RGO 기술의 영국 내 독점판매 계약을 보유한 SNT사(社)가 도시유전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석유로 전환하는 5000t급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런던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석유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10시간 뒤 석유로 부활했다
폐플라스틱도 자원이다RGO기술기업 '도시유전' 가보니
6t 폐기물서 최대 5400ℓ 추출
비닐봉투·일회용컵·포장용기
소음·열기·진동없이 파장분해
다이옥신 배출 열분해와 달라
등유 수준 산업유 짜낼수 있어
2차 정제작업까지 거친 이후엔
석유화학 기초원료로 사용가능
실증 넘어 경제성 입증이 관건

3시간의 작업이 지나자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모니터글라스에 거무튀튀한 액체가 쏟아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1차 공정인 파장분해를 통해 생성된 유증기를 포집(捕執), 액화(液化)한 중질유다. 중질유는 송유관을 통해 2차 정제 시설로 투입됐다. 2차 정제 작업은 6시간 정도 더 걸렸다. 총 공정 시간이 10시간을 넘어가자 이번엔 모니터글라스에 노랗고 투명한 액체가 쏟아졌다. 1차 생산된 중질유를 정제한 초경질유다. 눈앞에서 라면 봉지, 비닐 랩, 종이컵, 플라스틱 컵, 생수 페트병 등 용도 폐기된 온갖 폐플라스틱 쓰레기들이 10시간여 만에 본래 그 자신의 재료(석유)로 환원된 셈이다. 함 본부장은 "중질유 자체로도 선박유 등으로 쓰이지만, 2차 정제작업을 거치면 가치가 더 높아진다"면서 "현재 생산하는 초경질유는 나프타(naphtha) 수준으로 플라스틱 제품 생산의 원료로 쓰이고, 경질유는 등유 수준으로 화력발전소 산업유로 쓰인다"고 말했다.

도시유전의 RGO 시스템은 태우거나 묻지 않는다. 특수한 세라믹볼을 280도 이하로 달궈 특정 파동 에너지를 일으키고, 여기에서 발생한 고유의 파장이 폐플라스틱에서 유증기와 나머지 물질을 분리시키는 방식이다. 유증기가 추출되고 남은 폐플라스틱 잔재도 걱정할 게 없다. 대부분 고열량 탄소 분말인데, 물을 이용해 비중 분리한 후 고형연료의 원료로 쓰인다. 도시유전 측은 1차 공정에 쓰이는 폐플라스틱 블록의 구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종적으로 남아서 폐기해야 하는 침전물은 전체 투입 폐기물의 3~10%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유지와 보수도 기존 열분해 방식보다 효율적이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된 데다 전기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도시유전은 실증 3단계인 현재 하루 6t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한 개의 유닛으로 설정하고, 4개 유닛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하고 있다. 한 시스템에 필요한 작업자는 총 8명으로, 1개 유닛당 2명 꼴이다. 함 본부장은 "RGO 기술이 대중화된다면 플라스틱 선순환을 통해 ESG(환경·책임·투명경영)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인류의 삶이 좀 더 안락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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