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방일지' 한상조 "유기견 두환, 나와 닮았죠"

최지윤 2022. 6. 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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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서 이민기 친구 역
단역 전전하다 처음으로 비중있는 역…"김석윤 PD는 은인"
롤모델은 마동석…"감정 연기도 자신있어"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배우 한상조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2022.05.29. livertrent@newis.com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나 보고 유기견이래. 깨끗이 씻겨서 들여놔도 또 똥 묻히고 놀 놈이래."

외딴 시골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왠지 환한 미소로 반겨줄 것만 같다. 덥수룩한 수염에 붉그스레한 얼굴, 넉살 좋은 웃음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손님이 없어도 초조해하지 않고, 기타를 치며 여유를 즐기고 있지 않을까.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삼남매 '염기정'(이엘)·'창희'(이민기)·'미정'(김지원)에게는 해방처 같은 존재다. 온종일 일터에서 시달리고, 매일 경기도 끝에서 서울까지 3시간을 오가는 이들에게 안식처나 다름없다.

동네 친구 '오두환' 역을 맡은 배우 한상조(29)다. 두환은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고, 심지어 소개팅에선 '유기견 같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애인에게 '촌스럽다'며 차인 창희와 나누는 대화는 피식 웃음 짓게 한다. 외지인 '구씨'(손석구) 못지않게 두환의 매력에 푹 빠진 시청자들이 많다. 어쩜 저렇게 '찰떡같이 캐스팅 했을까?' 싶었는데, 김석윤 PD의 뚝심이 한몫했다.

그동안 한상조는 단역을 전전했다.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드라마 제작사, 영화사 등에 프로필을 돌리러 다녔다. '제발 대사 한 마디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애초 김충길이 이 역에 캐스팅이 됐지만, 스케줄로 출연이 힘들어지면서 기회가 왔다. 김 PD는 기성배우 중 원하는 이미지가 없자, 오디션을 통해 한상조를 택했다.

"막상 기회가 오니 너무 무서웠다. 제목도 비공개였고, 당연히 단역 오디션인 줄 알았다. 캐스팅 디렉터가 '너무 어려 보인다'고 해 편하게 봤다. 일주일쯤 뒤 '최종 미팅하자'고 연락이 왔고, 김 PD님이 '단역이 아니라 조연급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을 때 착각해서 잘못 부른 게 아닌가 싶었다. '사실 검증 안 된 신인배우라서 굉장히 불안하지만, 회사 없이 활동하는 배우 중에서도 충분히 역량이 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판은 깔려 있으니까 너만 잘해주면 된다'고 했다. '꿈인가 생시인가' 싶더라. PD님 사무실 근처 골목을 1시간 동안 떠나지 못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배우 한상조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5.29. livertrent@newis.com

한상조는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김 PD의 '너 자체가 두환일 것 같다' '두환이 캐릭터에 어느 정도 너를 입혀라'는 조언에 공감했다. 김충길 주연 영화 '델타보이즈'(감독 고봉수·2017) '튼튼이의 모험'(감독 고봉수·2018)도 참고했다. "PD님이 '김충길 선배 연기를 따라하지 말고 말하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라'고 하더라. 연기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느끼는 대로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평소 친구와 있을 때 말투를 쓰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고 설명했다. "나와 닮은 점이 많다"면서 "두환이는 여자를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실제로 모태솔로다. 정감이 많이 갔다"며 웃었다.

지난해 6월께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매니저 없이 혼자 촬영을 소화했다. 첫 촬영이 소개팅하는 장면이었다며 "촬영 장소인 파주로 운전하면서 가는데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결국 NG가 났다. PD님이 스태프들에게 '이 친구 긴장 많이 해서 한 번 더 NG 날 거라'로 하는데, 오기가 생기더라. 2번 만에 OK가 났다"고 귀띔했다. "TV로 봤을 때는 솔직히 아쉬웠다"며 "PD님이 '편집할 부분 많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의외로 거의 편집이 안 돼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1회에서 두환이는 '유기견 같다'는 얘기를 듣지 않았느냐. 시청자들이 캐릭터 이름도 모르고 '유기견' '털보'라고 불렀다. 정말 유기견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 장면 연구를 제일 많이 했다. 두환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10회에서 구씨와 미정이가 트럭을 타고 돌아오는데, 창희가 나한테 '화해한 것 같지?'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창희가 구씨 형님 집으로 가길래 내가 시골 똥개처럼 쫓아갔다. 창희가 돌 던지면서 '저리가'라고 해 도망갔다. 대사 한마디 없었지만, 그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회에서 삼남매와 구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방을 맞았다. "두환이는 동네에 가면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지 않느냐"면서 "내심 두환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길 발랐다. 극중 좋아하는 선생님과 러브라인이 있었으면 했는데, 두환은 끝까지 산포시를 지키는 터줏대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배우 한상조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5.29. livertrent@newis.com


특히 이민기(37)에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5회 집 담벼락 밑에서 창의 등 동네 친구들과 술 먹는 신을 찍을 때 "PD님께 크게 혼이 났다. 촬영 끝나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이민기 형님이 '괜찮아. 아직 찍을 분량 많이 남았으니까 하던 대로 편하게 하라'면서 어깨를 토닥여줬다. 그날 밤에 장문의 문자가 왔더라. '마음 아파하지 말라'면서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고 털어놨다.

나의 해방일지는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체감 인기는 뜨거웠다. 1회 2.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입소문을 타면서 16회는 최고 시청률인 6.7%로 막을 내렸다. "촬영할 때도 박해영 작가님 특유의 향수가 느껴졌다. 인물에 빠져들 수 있게 해줬다"며 "대사가 굉장히 많았는데, 버릴 대사가 하나도 없었다. 다 의미 있었다. 극본을 읽다 보면 빠져들게 됐다. 액션, 스릴러,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공감을 끌어내지 않았느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큐 형식으로 구성한 게 정말 좋았다"고 짚었다.

"단편영화 촬영하러 갔을 때 대기하는데 한 부부가 '나의 해방일지 잘 보고 있다'면서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하더라. 처음 경험해봐서 기분이 묘하고 신기했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더라. 인스타그램에 배우 생활할 때부터 프로필 돌리는 영상, 사진 등을 올렸다. 2~3년 전부터 '파이팅하세요' '잘 될거에요'라고 응원한 분들이 연락 왔다. '나의 해방일지에 나온 모습 보고 울었다'고 하더라. 내가 여름이든 겨울이든 프로필 돌리려 다니곤 했는데, 그 모습이 생각났다고 하더라."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배우 한상조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2022.05.29. livertrent@newis.com


한상조는 연극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19년부터 상업 매체 연기를 시작했다. 무명 생활하는 동안 슬럼프도 겪었지만, 이제는 매일 프로필을 돌리러 다니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릴 정도다. 나의 해방일지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PD님뿐만 아니라 모든 선배가 은인"이라며 "수많은 배우 중 '한상조도 있었구나'라고 알리게 돼 기쁘다. 소속사 없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에게 '본보기가 되라'고 하더라. 아직 그런 위치가 아니지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바랐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처음으로 비중있는 역을 맡았지만, 요즘도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최근 영화 '범죄도시' 시즌3(감독 이상용) 오디션도 봤다며 마동석(51)을 롤모델로 꼽았다. "오디션 볼 때 '외모는 거칠지만 순박한 배우'라고 소개한다. 의외로 감정 연기에 자신있다. 주변에 있을 법하고 세상 짠해서 응원하고 싶은 인물과 잘 어울리지 않느냐. 범죄도시 8편까지 나온다고 하는데, 손석구 선배처럼 빌런 역도 도전하고 싶다. 마동석 선배랑 유일하게 힘으로 대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배우 한상조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5.29. livertrent@new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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