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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통제불능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옷차림과 액세서리에 대한 보도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패턴도 비슷하다. 언론이나 팬카페를 통해 김 여사의 사진이 공개되면 너도나도 '영부인 동정 기사'를 쓴다. 그 다음에는 김 여사가 입은 옷, 액세서리 등의 브랜드와 가격 등을 소개하면서, 김 여사 덕분에 그것들이 '완판(완전 판매)' 되었다고 알린다. 이렇듯 최근 일부 언론들은 연예인이나 소위 '셀럽(셀러브리티)'으로 불리는 유명인에 대한 가십 기사를 쓰듯 김 여사 소식을 전한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언론이 김 여사를 검증과 감시의 대상인 대통령 부인이 아니라, 단순히 '유명인'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게다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논문 표절 의혹 등을 아직도 해소 못했단 점을 생각하면, 언론 본연의 기능이 무뎌지는 상황이 우려스러울 만하다.

언론은 단 6장의 김건희 여사 사진을 바탕으로 수백 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모두 옷차림과 액세서리에 집중한 보도들이었다. 그 중엔 팬카페 의견 등을 전달하면서 김 여사를 칭찬하거나, '간접광고'에 가까울 정도로 특정 업체의 물건을 홍보해주는 듯한 기사도 있었다. 

# 사진 1. 탐지견 안고 찍은 사진
 
4월 5일 중앙일보 온라인판에 올라온 <김건희 '완판녀' 됐다... 하루만에 품절된 슬리퍼 가격 '깜짝'>
 4월 5일 중앙일보 온라인판에 올라온 <김건희 "완판녀" 됐다... 하루만에 품절된 슬리퍼 가격 "깜짝">
ⓒ 네이버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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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당선 이후 최초로 공개된 김 여사의 사진은 4월 4일 자택 인근에서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을 안고 찍은 사진이었다. 이때 입은 후드티, 안경, 청바지, 슬리퍼 모두 언론에 의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 (관련 기사: 김건희 사진 한 장에 쏟아진 기사... "언론, 너무 창피", http://omn.kr/1y71e) 


# 사진 2. 노란스카프 매고 한강 산책
 
 김건희 여사가 노란 스카프를 목에 맨 사진 2022년 4월 19일자 동아일보 A8면에 실렸다.
  김건희 여사가 노란 스카프를 목에 맨 사진 2022년 4월 19일자 동아일보 A8면에 실렸다.
ⓒ 동아일보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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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8주기 다음날인 4월 17일 김 여사가 노란 스카프를 목에 매고 윤 당선인과 함께 한강 산책을 나간 사진이 뒤늦게 언론에 공개됐다. 대다수 언론이 천편일률적으로 김 여사의 산책 소식을 전하며, 그가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노란 스카프'를 맨 것이 아니겠냐는 추정을 덧붙였다(관련 기사: 
이쯤되면 '땡건뉴스'? 김건희 '노란 스카프'까지 조명, http://omn.kr/1yfdn).

# 사진 3. 구인사 방문
 
4일 MBN 온라인판에 실린 <구인사 방문한 김건희 패션...5만원대 쇼핑몰 치마?>
 4일 MBN 온라인판에 실린 <구인사 방문한 김건희 패션...5만원대 쇼핑몰 치마?>
ⓒ 네이버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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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김 여사가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한 것이 보도되자, 이날 입은 치마와 들고 있던 가방에 관심이 쏠렸다.

<[단독] "이 가방 뭐냐"... 대외 활동 시작한 김건희, 슬리퍼 이어 가방도 '완판'>(조선비즈), <사찰 방문한 '김건희 치마' 온라인 쇼핑몰서 주문 대폭주... 5만4000원대로 알려져>(세계일보) 등의 기사가 쏟아지면서 김 여사의 방문 이유보다 오히려 패션에 관심이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관련 기사: 
<조선> 김건희 5만원 치마 보도에 "팬카페 댓글로 기사를", http://omn.kr/1ypl2).

# 사진 4. 팬이 선물해준 5만 원 안경
 
5월 18일자 중앙일보 온라인판에 실린 <김건희 일할 때 쓴 안경 알고보니... 팬이 선물한 5만원대 상품>
 5월 18일자 중앙일보 온라인판에 실린 <김건희 일할 때 쓴 안경 알고보니... 팬이 선물한 5만원대 상품>
ⓒ 네이버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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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맡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가 김 여사가 팬에게 선물받은 5만원 대 안경을 쓰고 업무를 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5만 원 이하 저렴한 안경인데도 여사가 끼니 태가 한껏 나네요"라는 강 변호사의 말이 인용되기도 했다. 해당 사진에 함께 찍힌 '노란 휴지'가 고가제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 사진 5. 사전투표소 사진
 
세계일보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김건희 여사 입은 '꿀벌 흰색 셔츠' 화제... 가격은 175만원?>
 세계일보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김건희 여사 입은 "꿀벌 흰색 셔츠" 화제... 가격은 175만원?>
ⓒ 네이버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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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지난 27일 사전투표소에서 김 여사가 입은 흰색 반팔 블라우스와 가방에도 주목했다. 꿀벌 문양이 살짝 보이는 흰색 블라우스는 명품 브랜드인 '디올'의 제품, 면 소재 가방은 국내 브랜드 '빌리언템'의 제품의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추측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 사진 6. 대통령실 청사 잔디밭
 
30일 한국경제 온라인판에 실린 <김건희 여사 '손민수템' 뭐길래... 셔츠 이어 운동화도 '디올'>
 30일 한국경제 온라인판에 실린 <김건희 여사 "손민수템" 뭐길래... 셔츠 이어 운동화도 "디올">
ⓒ 네이버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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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밭과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진에서는 신발이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김 여사가 신은 신발을 143만 원짜리 디올 제품으로 추정하며 기사를 쏟아냈다. 

출처불명 사진으로 기사화... '이미지 정치' 악용 우려 

이러한 보도가 반복되면서 독자들의 비판 역시 상당하다. 최근 김 여사의 패션 아이템에 관한 기사에는 대부분 '이것도 기사냐'는 식의 비판 댓글이 쇄도한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언론 비평 매체들, 언론단체 등에서 줄곧 '김건희 여사 보도'에 대해 비판해왔지만, 다수 언론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출 즉시 완판... 역시 영부인과 다른 '김건희 스타일'>(뉴시스), <또 '완판' 시켰다... 김건희 여사가 든 가방, 이미 품절>(동아일보) 등 본격적으로 '김건희 패션'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여사를 대통령 부인이 아닌 '패션 스타'로 다루는 언론 관행이 굳어지면, 김 여사에 대한 공적 책임이나 의무를 강조하는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사진 1, 2, 6의 경우 언론에 의해 찍히거나, 청와대나 인수위가 공식적으로 언론에게 제공한 사진이 아니다. '독자제공', '팬카페 캡처' 등 사실상 출처불명 상태에서 언론에 의해 공개된 사진들이다. 이런 사진들이 '이미지 정치'에 활용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언론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김 여사를 이용해 대놓고 '정파성'을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보수언론들은 김정숙 여사 '표범 브로치' 보도(관련 기사:
한국의 이멜다? 언론의 김정숙 여사 '망신주기', http://omn.kr/1y21y).
와는 달리, 김건희 여사가 명품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남다른 '디올' 사랑? 흰색 셔츠 이어 143만원 신발도 같은 브랜드>(여성조선), <김건희 여사, 오늘은 '175만원 꿀벌 셔츠'? 투표소 패션 화제>(중앙일보), <김건희 여사 '손민수템' 뭐길래... 셔츠 이어 운동화도 '디올'>(한국경제) 등 오히려 소위 '김건희템'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 소장은 "김 여사에 대한 소위 '완판녀' 보도는 대통령 부인을 '셀럽'으로만 소비하는 동시에 정권에 대해 비호하는 효과를 준다"라며 "나아가 대부분의 보도가 (김 여사가 입은) 제품에 대한 엄청난 홍보가 되고 있다. 김 여사가 입어서 뿐만 아니라, 언론이 뭘 입었는지 알려주는 것도 특정 업체에 대한 지나친 광고효과를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관련 언론 비평 뿐 아니라 인터넷신문위원회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태그:#김건희,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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