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인건비 26.4% 올라.. 임금·물가 '상승의 악순환'

신은진 기자 2022. 5. 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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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다가오는 경제] [5·끝] 직원 수는 1.2% 늘었는데..
게임·IT업계서 시작된 임금인상, 자동차·조선·항공 등으로 확산
노조 "인플레 따라 임금 더 올려야"
기업 "인건비 부담 또 늘어나면 다시 제품가격 올릴 수밖에 없어"

올해 매출 상위 30대 기업의 1분기 인건비가 작년 1분기에 비해 무려 26.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게임업체와 판교 IT 기업에서 촉발된 대기업 임금 인상 요구가 자동차·조선·제철·항공 등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한 탓이다. 여기에 더해 물가 상승도 임금 인상 압력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2023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업 실적이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조는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이 줄어든다며 올해 임금 인상 폭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높은 임금 인상을 단행한 기업들이 높아진 인건비를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30대 기업 1분기 인건비 26% 증가… ’물가 상승 -> 임금 상승 -> 물가 추가 상승’ 마의 악순환 시작되나

본지가 전경련과 함께 1분기 보고서에서 인건비를 공개한 매출 상위 30대 기업을 분석해 보니, 올 1분기 이들 기업의 인건비는 총 1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7770억원)보다 2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원 수는 1년 사이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원을 많이 뽑아 인건비가 대폭 늘어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임금·성과급 인상 영향인 셈이다. 특히 1분기 인건비에는 전년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주요 기업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면서 성과급이 급증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100대 기업의 인건비 총액은 2020년보다 13% 증가했는데, 올해는 1분기에 증가율이 배 이상 된 것이다.

그런데도 대기업 노조들은 올해 더 많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시작한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월 16만52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 3600억원의 영업적자(개별기준·연결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것)를 기록했는데도, 임금 인상에 대한 노조 요구는 더 거세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부분 파업 5차례, 전면 파업 5차례 등 심각한 노사 갈등을 빚은 끝에 최근에야 2021년도 임금 협상을 겨우 마무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000억여 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기본급 인상액은 2020년보다 40% 이상 늘어난 7만3000원에 합의를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조만간 올해 임금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임금 협상을 앞두고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대한항공 노조는 올해 평균 총액 기준 11.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2020~2021년도 임금을 동결하면서 타 기업과 소득 격차가 커진 만큼 이번에는 파격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전 사원의 평균 임금을 9% 인상하기로 했는데도 노조는 두 자릿수 인상률을 요구하며 노사협의회 합의안을 거부하고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고, 현대제철 노조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처럼 특별격려금(400만원) 지급을 요구하면서 이달 초부터 지금까지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923만원(大) VS 382만원(中企)… 커지는 임금 양극화에 고통받는 중기

이 같은 대기업의 임금 인상 도미노 현상으로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 평균 임금 수준은 대기업이 924만8000원이었고 중소기업은 38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2배 차이였던 격차가 2.4배로 더 벌어진 것이다.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중소기업의 인력 유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지난해에만 개발자 30여 명 중 5~10년 차 중견급 직원 6명이 퇴사했다”면서 “대부분 대기업에 스카우트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견급 개발자들이 퇴사하면서 이 회사는 제품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병준 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줄 수 없는 중소 IT 기업들은 급격한 인력난으로 인해 회사를 꾸려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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