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위해 용서했다" 알리, 성폭행 피해 고백에.. 오은영 진단은

문지연 기자 2022. 5.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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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알리. /채널A

가수 알리(38)가 과거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하며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은영 박사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내리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치료와 회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리는 27일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요즘 자꾸 멍을 잘 때린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말을 하다가도 집중력이 흐려지고 불시에 멍을 때리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 심지어 “지금 녹화 중에도 그렇다”고 말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오 박사는 ‘브레인 포그’를 의심했다.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알리는 “머릿속이 백지장 같이 되는 멍을 때린다”고 했고 실제로 브레인 포그 증후군 체크리스트 7개 항목에 모두 해당했다.

알리가 아들과 놀아주는 영상을 지켜보던 오 박사는 “알리가 반복적으로 쓰는 말이 있다. ‘도와줘’ ‘구해줘’ ‘위험해’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며 “너무 즐겁고 아이와 상호작용을 잘하지만, 이런 말들이 알리의 불안함을 그대로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알리는 평소 불안함을 잘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잘 때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어 체계를 만든다. 개연성 없이 (불안함이) 와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냐”는 오 박사 물음에는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알리는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악몽을 자주 꾼다고 털어놨다. 오 박사는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악몽을 자주 꾸는 건 이유가 있다. 약간 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죽을 수도 있다는 원초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인 것 같다”며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적 있냐”고 물었다.

오은영 박사. /채널A

질문에 눈시울을 붉힌 알리는 2020년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고(故) 박지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참 많이 아끼는 친구가 제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너무 충격적인 일이고 (알리의 불안함에) 영향은 있지만 이걸로 다 설명하긴 어렵다”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낄 정도면 그만한 사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알리는 조심스럽게 과거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이어 “이걸 제가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20대 중반 성폭행을 당한 적 있다. 객원 보컬로 활동하고 솔로 앨범 준비 중에 일어난 일이라 그때 상실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며 “삶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없어질 것 같았다.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았냐는 물음에는 “받긴 받았다. 근데 어떻게라는 게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뉘우치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며 “제가 미디어에 노출된 사람이다 보니 제 입장을 얘기했을 때, 뉘우치고 살던 그 사람이 갑자기 다르게 살 수도 있지 않냐”고 답했다. 오 박사는 “이것도 굉장한 두려움”이라며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하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알리는 “제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마음껏 미워했을 것 같은데, 제 행동에 의해 가족이 다칠 수 있으니까 마음의 용서가 필요했다”며 “용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겠더라. 용서가 필요한 이유 중에는 음악도 있다. 음악을 오래오래 하고 싶으니까”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 박사는 알리의 현재 상태를 두고 PTSD를 언급했다. 그는 “(성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맞다. 이런 분들은 사건과 연관된 걸 떠올리기만 해도 공포스럽고 고통스러워한다. 관련된 걸 피하려 하기 때문에 그 일 이후 기억력이 안 좋아졌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치료와 회복을 해야 한다. 증상이 있을 때는 약물 치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알리는 2011년 기자회견을 통해 성폭행 피해를 고백한 바 있다.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알리는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고 무죄를 주장한 가해자 역시 항소했다. 이후 재판에서 가해자는 원심과 같은 형이 확정됐다. 알리는 당시 “성폭행 범죄는 사과받는 것이 최선의 치료약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사과 한마디 없었고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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