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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에서 미움 받는 삼성 준법위…정치적 판단 버려야 [이건엄의 i-노트]


입력 2022.05.20 07:00 수정 2022.05.20 05:50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관계사 노사갈등에도 ‘미온적’…실효성 논란 재점화

상징적 역할에 그쳐선 안돼…존폐 위기 몰릴 수도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신임 위원장이 지난 1월 26일 서울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신임 위원장이 지난 1월 26일 서울 파르나스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삼성준법위원회가 2기 체제 출범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노동 문제와 승계 문제 등 굵직한 사안에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은 아직 나오지 않아 애매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준법위의 탄생 배경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국정농단 사태라는 거대한 정치적 파고 속에서 탄생했음에도 구속력 없는 외부조직이라는 한계 탓에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즉 적폐청산이라는 ‘상징적’ 역할밖에 하지 못한 셈이다.


이는 준법위가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실제 국정농단 재판부 역시 준법위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막지 못했다.


관계사 노사 문제를 대하는 준법위의 태도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전자 노조가 임금인상률이 낮다며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고소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노동소위원회를 구성했지만 2기 준법위가 출범한지 4개월이 다 되가는 점을 감안하면 늦장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점이 준법위의 발목을 잡으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의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는 진보 진영에서는 삼성으로부터 녹을 받으면서 실효성은 없는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준법위가 삼성 경영 전반에 관여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유시장경제 체재인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주장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준법위 자체가 국정농단 재판의 산물인 만큼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의 정상 경영을 방해하는 암적인 존재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3대에 걸쳐 이룩한 삼성 그룹의 영광을 준법위라는 정치적 집단이 개입해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실효성 문제를 근거로 들며 준법위 해산을 외치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준법위 출범 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노조들의 활동이 활발하면서 노사 분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준법위가 이같은 평가를 뒤집으려면 2기 체제에서는 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된다.정치적 판단에 매몰돼 과거와 마찬가지로 ‘심볼’로만 남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2기 체제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만 보다 제 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면 지배구조개선은 고사하고 존폐위기에 다시금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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