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태’에 관련주 떨어진다…긴장한 개미들

기사승인 2022-05-18 06: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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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사태’에 관련주 떨어진다…긴장한 개미들
주가/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가 폭락하면서 관련주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테라와 루나의 급락으로 가상화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 주식인 이른바 코인 주도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코인베이스와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17일 기준 61.70달러로 52주 최고가(368.90달러) 대비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주가는 장중 40.83달러까지 내렸다. 상장 후 최저치이자 지난해 11월 9일 기록한 최고치(368.90달러) 대비 88.93% 내린 수치다.

가상화폐 거래자 수와 거래량이 시장 예상치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코인베이스의 1분기 평균 월간 거래자 수는 920만명, 거래량은 3090억달러다. 당초 월스트리트에선 거래자 수 950만명, 거래량 3356억달러를 예측했다.

테슬라도 같은 날 주가가 724.37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5.88% 떨어졌다. 12일(현지 시각)에는 장중 680달러까지 내려 지난해 8월 26일 이후 처음 육백슬라가 됐다.

상하이 공장 생산 지연에 더해 비트코인의 급락이 이유로 지목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2월 15억달러(약 1조9238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CEO는 “향후 테슬라 자본의 일부를 가상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테슬라 차량을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 단가는 약 3만달러 중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3만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돼 주가가 내려갔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대체불가토큰(NFT)과 P2E(돈 버는 게임)를 내세웠던 게임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출시한 코인의 가격은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한 이달 10일부터 출렁였다.

테라폼랩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테라를 메인넷(주 플랫폼)으로 두고 있던 컴투스의 블록체인 플랫폼 겸 가상화폐 C2X가 대표적이다. 컴투스는 C2X 가동을 올해 초 시작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화폐 C2X의 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2100∼2300원대에서 11일∼12일 한때 500∼600원대까지 떨어졌다. 17일 5시 22분 기준 1075원에 거래됐다.

테라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게임사들의 가상화폐 가치도 흔들리고 있다. ‘미르4 글로벌’을 운영하는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화폐 위믹스는 지난 10일 기준 2500∼2700원대였다가 약 28% 하락해 1800원대까지 떨어졌다. 17일 5시 22분 기준 2583원에 거래됐다.

넷마블의 마브렉스 코인 역시 같은 시간 기준 1만1279원에 거래됐다. 지난 6일 6만4000원선까지 올랐던 마브렉스는 이후 급락해 16일 오전에는 80% 이상 떨어진 1만1000원 선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메타보라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보라의 가격도 10일 500원대에서 12일 한때 30%까지 떨어졌고, 네오위즈의 네오핀도 같은 기간 6500원대에서 50% 이상 급락한 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테라와 루나의 급락으로 게임 내 NFT를 비롯한 각종 재화 거래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가상화폐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안정성 담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면서 “결국에는 탄탄한 콘텐츠가 기반이 돼야 투기 목적의 수요가 빠지더라도 지속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주의 약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1주일 동안 두나무 지분을 가진 기업 중 일부의 주가 하락률은 두 자릿수에 달한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17일 우리기술투자는 전 거래일보다 0.30% 하락한 6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는 전일 대비 1.62% 오른 21만9000에 거래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0.12% 오른 4155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전일 보다 1.09%오른 카카오 8만3200에 거래를 마쳤다.

에이티넘인베스트는 두나무 지분 6.6%를 보유 중이다. 우리기술투자는 7.4%, 한화투자증권은 6%, 카카오는 두나무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하이브의 경우 2.5%를 보유했다.

지난 12일 우리기술투자는 전 거래일 대비 990원(13.58%) 하락한 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22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가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한화투자증권도 같은 날 5.38% 하락한 3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권 업종은 1~2% 가량의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한화투자증권은 업종 평균보다 2배 이상 하락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관련주도 마찬가지다. 빗썸홀딩스 최대 주주 비덴트는 17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0.43% 떨어진 1만1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2일 비덴트는 전 거래일 대비 8.66% 떨어진 1만1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방송용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비덴트는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와 지주사 빗썸홀딩스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같은 날 위지트는 전 거래일 보다 7.17% 내린 103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위지트는 빗썸코리아 지분을 보유한 티사이언티픽의 최대 주주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관련 기업들에 코인 비즈니스가 부정적인 센티먼트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그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던 것들이 빠져나오고 있으며 특히 코스닥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이 높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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