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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청약 전산 민원 빗발치는데...증권사 '땜질식 처방'

  • 2022.05.17(화) 14:12

청약한도 하향조정하고 온라인 수수료 유료화
전산장애 민원 폭주에 투자자 유입 자체 조절

공모주 청약 기간만 되면 증권사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먹통이 됐다는 고객 민원이 쏟아진다.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청약 수요가 대폭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증권사들이 청약 한도 상향과 수수료 유료화 등 청약 문턱 높이기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이런 조치는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전산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증권사 잇달아 청약제도 손질

증권사들의 청약 문턱 높이기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공모주 청약제도 변경 안내문을 게시했다. 다음 달 13일부터 일반 고객의 인당 청약 한도를 세분화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온라인 신청시 일반청약한도의 100%, 오프라인 신청시 한도 70%를 청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제도 변경으로 앞으로는 청약일 기준 직전월 3개월 평균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일 경우 청약 한도를 온, 오프라인 관계없이 일반청약한도의 50%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청약일이 5월16일일 때 당일 신규 계좌를 트거나 2, 3, 4월 동안 평잔이 1000만원 아래라면 증권사에 배분된 인당 물량 한도의 절반까지만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아울러 온라인 청약 고객에도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원래는 지점을 방문해 청약할 경우에만 3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온라인 청약 고객은 수수료가 무료였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청약 신청을 할 때도 3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단, 물량을 1주도 받지 못하면 수수료를 다시 돌려준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청약제도 변경과 관련해 "청약 당일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이달부터 온라인 청약시 2000원의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달부터 온라인 고객에게 청약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한 바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전산장애 민원 폭주 대응책?

이 같은 증권사들의 행보는 최근 공모주 투자 인기로 청약일과 상장일에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폭주하면서 투자자 유입을 자체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민원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521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내부통제·전산장애로 분류된 건이 44.6%에 이른다. HTS, MTS 장애 관련 민원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도 주목받는 공모주들이 입성하는 시기가 되면 여지없이 전산장애 이슈가 터졌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퓨런티어의 청약일이었던 2월14~15일 MTS의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서 청약 마감 시간을 연장한 바 있다. 거래 첫날인 2월23일에도 접속이 대거 몰리면서 30분 동안 전산이 마비돼 계좌조회와 전 종목 매매 주문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유안타증권의 전산 장애 관련 민원은 217건으로 집계되며 대부분이 퓨런티어 관련 건으로 추정된다. 결국 유안타증권은 장애가 발생한 시간대 가중평균가격인 3만6900원을 보상금액으로 책정하고 동의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보상금을 지급했다.

올초 기업공개(IPO) '대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시에도 증권사 전산장애 관련 민원만 1000여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 가운데 내부적으로 시스템 오류를 확인해 보상안을 확정한 하이투자증권을 제외하고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등 나머지 증권사들은 자체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다며 보상안을 내놓지 않았다.

증권사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업계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사들은 평소 HTS나 MTS에 접속하는 리테일 고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시에만 잠시 들어왔다 나가는 고객이 수두룩하다"면서 "이들은 물량만 받아 가려는 목적으로 계좌를 만드는 건데 그 때문에 기존 고객들까지 피해를 입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상시엔 거래가 청약 시기처럼 많지 않아 전산망 유지와 관리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단순한 청약 제도 손질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산망 개선을 위한 투자없이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의 청약 문턱 높이기는 결국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비용을 투자자들에게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IPO를 추진하는 기업도 굳이 시스템이 불안한 회사를 주관사로 택하지 않게 되니 본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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