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교환 "재미있지 않다면 멈췄겠죠"

박정선 기자 2022. 5. 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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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사진=티빙.
'나만 알고 싶은 배우'에서 '남들도 다 아는 배우'가 됐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 나서다 보니 그 자리까지 왔다. 배우 구교환(39)이다.

독립영화계 스타로 불리던 배우는 조금씩 상업영화에 얼굴을 비치더니, 이젠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리즈 한 편의 주연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믿고 보는' 이라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수식어도 얻었고, 그의 이름 석 자가 작품의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구교환은 최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를 선보이며 구교환은 이처럼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에서 호흡을 맞췄던 연상호 감독이 집필한 '괴이'에서 주인공 고고학자 정기훈을 연기했다.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공포와 분노, 사랑과 그리움, 죄책감과 좌절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냈다. 전작 'D.P.'에서의 유쾌한 구교환과는 다른 면을 내보이며 호평받았다.
구교환. 사진=티빙.

- '괴이'의 어떤 매력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나.
"여러 매력이 있었다. 제가 자꾸 (작품 속에서)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차에 타는 역할을 맡아도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웃음)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다. 또한,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 대한 호감과 신뢰, 궁금증으로 참여하게 됐다."

-연상호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연상호 감독님과는 심플하게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이 저에게 부담을 많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디렉션이었다."

-영화 '반도'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재회한 소감은.
"그간 자주 얼굴을 뵀다. 함께 작업했던 감독님들과는 작품을 떠나 이미 친해진 상태다. 계속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회라기보다 '또 만나서 반가워요'다. 'D.P.'의 한준희, '메기' 이옥섭, '킹덤 아신전' 김성훈 모든 감독님과 함께하고 있다."

-앞서 연상호 감독님을 그리워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연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연상호 감독은) 멋을 안 부린다. 멋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 멋있다. 담백하고 유머러스하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좋아하는 데에 이유가 있겠나, 사실. 저에겐 호감이다."

-계속해서 연상호 감독의 '연니버스'에서 활약할 생각이 있나.
"저도 연니버스 클럽의 멤버인가. 그럼 영광이다.(웃음) 좋은 이야기, 궁금한 인물이 있다면(언제든 참여하고 싶다). 저도 구니버스가 있다. 하하하.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계속 함께하고 싶다. 연니버스란 설정은 저희 작업을 바라봐주시는 시청자의 마음이다. 저는 각각 분리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구교환. 사진=티빙.

-오컬트 소재 작품에 도전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오컬트는 장르적 카테고리일 뿐이고, 기훈과수진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 관계에 더 집중했다. 인물간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시나리오에 다가갔다."

-대본을 처음 보고 들었던 생각은 무엇인가.
"(연상호 감독이) 잘 부탁하셨으니 잘 해야지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시청자 입장에서 대본을 본다. 건강하게 촬영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즐겁게 촬영하고 싶었다. 그리고 촬영 현장이 궁금했다."

- 넷플릭스 'D.P.'로 크게 주목받은 뒤 첫 작품인 만큼, 작품 선택에 신중했을 듯하다.
"'D.P.'를 끝내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작품의 대본을 받게 됐다. 그냥 기훈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했다. 그게 인물과 시나리오에 다가가는 저의 방법이다. 그냥 궁금했다."

- 'D.P.'의 한호열 상병이 그러했듯, '괴이'의 정기훈도 고고학자라는 직업이 가진 스테레오타입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 들었다.
"(정기훈 역할에) 한호열처럼 다가갔다. '이것이 DP'라는 모습이 과연 존재하나, '이것이 고고학자'라는 모습이 존재할까. 각 직업의 형태와 모습이 있을까란 질문을 먼저 드리고 싶다. 고고학자라고 해서 그 형태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 옆집에 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같이하는 고고학자 정기훈으로 다가갔다."
구교환. 사진=티빙.

-연상호 작가, 장건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연상호 작가님은 부담을 주지 않는 게 가장 큰 디렉션이다. 장건재 감독님도 저를 정기훈으로 대해 주셨다. 촬영 쉬는 시간에도 저에게 '정기훈 박사'라고 불러주셨다. '구교환 씨'보다 '정기훈 박사'라고 저를 불러주신 횟수가 더 많다."

-'괴이'는 연상호 작가 세계관 확장이 기대됐지만, 앨프레드 히치콕의 '새' 등 고전 클리셰와 작가의 자가복제가 많았다는 평을 받는다.
"저도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영화는 만들면 관객의 것이다. 생각하시는 대로 느끼시고 감상하셨으면 좋겠다."

-결말에서 힘이 빠진다는 평도 나오는데.
"극 전체로서는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정기훈으로서는 수진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수진과 함께 그곳에서 벗어났다. 정기훈으로서는 알찬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5화의 소제목이 '검은 지옥'이다. 구교환의 '검은 지옥'은 어떤 모습인가.
"저의 검은 지옥에서는 무생물이 나올 것 같다. 도형 같은 것들이 저를 계속 짓누를 것 같다.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는데, 두려웠다."

-구교환의 지옥은.
"햄버거를 줬는데 패티가 없는 지옥. 그러면서 햄버거라고 우기는 지옥."

'괴이' 포스터.
-시커먼 매연을 뿜으며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녹색 갤로퍼가 그럼에도 계속 시동이 걸리고 달리는 건, 딸의 수호신이 깃든 인형 덕일까.
"기적 같은 현장은 우연일 수도 있고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반반이다. 짬짜면 같은 상황이다.(웃음) 그렇게 믿고 싶다. 정답을 확실히 내고 싶진 않다."

-'괴이'의 주제 혹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메시지와 주제는 시청자의 것이지만,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이야기해본다. 마음이란 단어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마음이란 단어가 가진 스펙트럼이 넓은데, 멋지고 행복하고 무섭기도 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상업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독립영화 작업은 계속되나.
"최근 (단편영화) 두 작품이나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로 들어와 달라.(웃음)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라는 브이로그인척 하는 단편영화를 최근 연출, 출연했다. '러브 빌런'이란 단편영화에도 출연했다. 시나리오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아직 부족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데, 꼭 티 나도록 노력하겠다."

-독특한 작품, 독특한 역할로 주로 만나는 것 같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내가) 독특한 상황, 독특한 인물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항상 우리 주변 인물을 기준으로 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로 보여지려는 노력을 보실 수 있을 거다. 특별한 상황에 보편적 인물을 만들고 싶다."

-모두가 아는 독특한 목소리 외에 자신만이 가진 '괴짜형 배우'의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괴짜형 배우'라는 것은) 시청자의, 관객의 감상이기 때문에, 저는 제 목소리가 독특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지 꽤 됐다."
'괴이' 스틸.
'괴이' 스틸.

-구교환이 연기하는 캐릭터만의 공통점, 연결점이 있나.
"신발 사이즈가 비슷하다.(웃음) 캐릭터만의 연결점은 구교환이다. 공통적인 연결점을 의식하지 않고 있어서 답변하기 어렵다. 의식하는 순간 캐릭터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 콘텐트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적당한 부담과 적당한 긴장감이 든다. 크게 부담 갖지는 않지만, 부담이 없지는 않다. 뿌듯하지만 많이 떠 있지도 않고 많이 가라앉지도 않는다. 정량 주의다."

-연출하는 입장에서 연기할 때 장단점이 있나.
"배우로서 현장에 올 때 연출자의 태도를 갖고 오지 않는다. 연출자로 작품에 임할 때는 배우로서의 태도를 갖고 오지 않는다.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경우는 없다."

-계속해서 연기와 함께 연출도 병행하는 이유와 이에 관한 어떤 욕망이 있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먹는 것에 많다. 두 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었다면, 두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저에게도 콘텐트와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재미있었으면 한다."

-인기가 높아진 후 달라진 일상을 체감하나.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이 작품을 잘 봤다고 이야기해주실 때 신기하다. 제 출연작을 알아봐 주시고 코멘트를 주실 때 달라진 일상을 실감한다. 이전에는 제가 '봐주세요'라고 했다."
구교환. 사진=티빙.

-독립영화계의 슈퍼스타에서 지금에 이르며 달라진 것이 있나.
"지난 작품을 해왔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 '메기'를 대했던 마음과 차기작에 대한 마음이 다르지 않다. 인물에 진심으로 다가가자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독립영화계 슈퍼스타를 넘어선 지금, 배우로서 갖고픈 수식어가 있다면.
"제가 독립영화계 슈퍼스타였나.(웃음) 그냥 배우."

-연기와 연출을 계속할 수 있는 구교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재밌다. 재미있지 않았다면 멈췄을 거다. 재미있어서 계속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배우로서 구교환, 창작자로서의 구교환, 사람으로서 구교환은 어떤 사람인가.
"재미. 억지로 강제로 무언가를 하지 않길 원하는 사람이다. 의무감을 갖지 않고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연기나 연출 외에 몰두하는 취미가 있나.
"잘 쉬고 잘 자는 것. 맛있는 것 먹고 잘 누워있고.(웃음)"

-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했는데.
"너무 기분 좋은 별명인 것 같다. 감사하다. 더 믿음을 드리려고 노력하겠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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