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 장첸보다 손석구? 믿고 보는 손석구표 빌런

박찬은 입력 2022. 5. 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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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손석구 때문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즐겨 본다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띈다. 미스터리 외지인 구씨 역을 맡아 별 대사 없이, 묵묵부답 밭일만 하던 그가 주인집 딸 미정(김지원)을 뚫어질 듯 쳐다보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고백도 SNS를 달군다. 그런 그가 5월 개봉작 ‘범죄도시2’에서는 최강 빌런 ‘강해상’ 역을 맡아 전편의 장첸을 뛰어 넘는 인생 악역 캐릭터를 소화한다.

‘추앙한다’는, 80년대 문예시집에나 등장할 듯한 다분히 문어적인 표현도 손석구의 표정과 입을 거치면 그럴 법하게 달팽이관에 가닿는다. 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또 오해영’과 ‘나의 아저씨’를 쓴 박해영 작가의 신작 ‘나의 해방일지’에서 그는 옆집 농사 일을 거드는 외지인 구씨 역을 맡았다. 사람들과의 소통 없이 술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그는 자신만의 지루한 고독을 즐긴다. 그런 그는 그가 자신만큼이나 무채색의, 인생에서 단 한번도 빛날 기회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주인집 딸 미정을 만난다. 그리고 둘은 ‘네 인생도 녹록치 않았겠구나’라며 서로를 함께 감싸 안는다.

수십 억대 매출의 제조업체 대표, 이라크 파병, 운동 선수를 꿈꾸다 29살에 늦깎이로 시작한 연극. 이색 프로필에다 서른 다섯 나이에 미국 드라마 ‘센스8’으로 데뷔한 그는 2018년 영화 ‘뺑반’으로 백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최고의 이혼’, ‘멜로가 체질’, ‘D.P.’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장르 불문 매 작품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여 왔다. 그중엔 연애 칼럼을 쓰기 위해 데이팅 어플에 가입한 연애 호구(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자신이 모시는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비서실장(‘60일, 지정생존자’), 성격 파탄 CF 감독이지만 자기만큼이나 똘끼 넘치는 여주를 만나 세상 따뜻해진 상남자(‘멜로가 체질’)도 있었다. 이외에도 탈영 소재를 다뤄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D.P.’나 금수저 검사를 연기한 ‘뺑반’ 등에서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흡입력 넘치는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여온 손석구. 그도 악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를 학대하는 냉혹한 남자(‘마더’),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베일에 쌓인 마성의 나쁜 남자(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나른하게 날리는 딕션과 특유의 힘을 뺀 싸늘한 표정으로 빌런을 소화했던 바. 손석구는 ‘범죄도시2’에서 역대급 범죄를 저지르는 빌런 ‘강해상’ 역으로 변신을 꾀했다.

▶장첸 뛰어넘을까? 손석구 “그냥 나답게 했다”

관객 688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역대 청불 영화 흥행 TOP3에 오른 범죄 액션 영화의 레전드 ‘범죄도시’. 주먹 한 방으로 거침없이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범인보다 더 범인 같은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인상 깊은 악역의 탄생을 알린 ‘장첸’(윤계상) 캐릭터는 수많은 패러디와 유행어를 양산했다. 과연 손석구는 ‘장첸’에 이어 오래도록 회자될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범죄도시2’ 글로벌 론칭쇼에서 “전작이 너무 큰 선공을 거뒀다. 예고편을 보니 이제 현실감이 드는 것 같다”고 밝힌 손석구는 “전작과 굳이 다르게 하려고 하거나, 새로운 걸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내 것을 할 때 결과물이 좋은 것 같다. 늘 하던 대로, 그냥 나답게 했다”고 답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북미, 아시아, 유럽 주요 132개국 해외 선판매가 확정된 ‘범죄도시2’는 전편의 가리봉동 소탕작전 4년 뒤가 배경이다. ‘형사 마석도가 해외에 나가는 설정’으로 베트남까지 세계관을 확장했다.

극중 ‘강해상’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아무도 잡지 못한 역대급 범죄자다. 법이나 경찰보다 두려워하는, 무자비하고 극악무도한 ‘강해상’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무한 벌크업과 고강도 트레이닝을 병행한 손석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벌한 비주얼로 변신했다.

“마동석 선배와 촬영하면 배우들이 기본 10kg을 증량해서 온다길래 나도 해봤는데 촬영 기간이 길어지며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힌 손석구는 “10kg을 찌우고 고강도 트레이닝을 병행했다. 헤어 스타일과 분장, 문신 등 피팅을 7~8차례 거듭하며 강렬한 비주얼을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마동석 역시 론칭쇼에서 “‘장첸’이 호랑이라면 ‘강해상’은 사자”라며,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목표로 한 것은 놓치지 않으며, 짐승의 왕으로 불릴 만큼 전투력과 파워가 강한 사자는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으며 자신에게 거슬리는 인물은 가차없이 없애 버리는 극중 강해상과 닮아 있다. 길게 찢어진 눈과 날렵한 턱선, 그리고 공간과 사람들을 사로잡는 강렬한 딕션. 공개된 예고편에서 “너, 납치된 거야”라는 대사 한 줄이 손석구표 빌런을 압축해 보여준다. 관객들이 과연 ‘범죄도시2’의 강해상을 ‘추앙하고’ 싶어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 시티라이프 박찬은 기자 사진 및 자료제공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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