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가부 폐지' 후퇴.. 남초 커뮤니티 "뒤통수 맞았다"

구자창 2022. 5. 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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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오찬 일정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호 공약으로 앞세웠던 ‘여성가족부 폐지’가 3일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10대 국정과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초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2030 남성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 30대 남성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를 중심으로 포착됐다. 앞선 대선 기간 때 에펨코리아를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안티 페미니즘’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방침을 지지했다.

하지만 3일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 여가부 폐지는 없었다. 곧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 의석수가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있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미칠 정치적 부담 등을 감안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 조직개편을 인수위에서 다루지 않았다”며 “정부 조직을 그대로 물려받고 운영하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는 기간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여가부 폐지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7일 SNS에 ‘한 줄 공약’으로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이후 ‘여가부 폐지’ 의사를 강하게 밝히며 기자들에게 “내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냐”라고 말한 바 있다.

젊은 남성층을 겨냥한 ‘병사 봉급 월 200만원’도 재정 문제로 후퇴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취임 즉시 이등병부터 봉급 월 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2025년부터 봉급과 자산형성프로그램을 더 해 병장 기준 월 200만원을 실현한다’로 대폭 달라졌다.

인수위의 이 같은 후퇴에 에펨코리아에서는 “표 받고 입 씻는다” “뒤통수 맞았다”는 분노 섞인 반응과 함께 “여소야대 현실을 고려해 기다려보자”는 유보적 입장이 엇갈렸다.

누리꾼 A씨는 지난 3일 올린 게시물에서 윤 당선인과 인수위를 겨냥해 “비판받아도 마땅하다”며 “‘당장 폐지는 어려워도 이름이라도 바꾸겠다’ ‘남성 장관을 지명하겠다’ 등 의지를 더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A씨 글에 다른 누리꾼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하려면 왜 공약으로 내세웠냐”고 따졌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제 와서 다른 후보들 공약처럼 점진적으로 바뀌는 거면 포퓰리즘이었다고 사과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에펨코리아' 캡처


여가부 폐지를 언급한 일부 게시글은 ‘비추천’이 ‘추천’ 수보다 많아 추천수가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현 민주당 지지층이 에펨코리아에서 소위 ‘분탕질’을 한 것으로 의심해 비추천한 경우였다. 에펨코리아 사용자인 척 가장해 윤 당선인과 인수위를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여론을 호도하려 한 것으로 의심한 것이다. 이는 윤 당선인을 지지했던 2030 남성 누리꾼 사이에서 그만큼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현실론을 토대로 “기다려보자”는 반응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정부 부처를 폐지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다수석이 되려면 2년이 지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여자들 다 죽으란 말이냐’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빠져나갈 구멍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여가부 폐지도 못 하는데 지방선거에서 타격만 크다”며 인수위 결정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안철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인수위 발표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결을 달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3일 여가부 폐지 후퇴 논란에 대해 “국정과제에서 빠질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인수위 발표에 아쉬움을 표했다.

박 대변인은 “부처 명칭 변경, 기능 조정, 예산 삭감 등 여야 합의가 가능하거나 행정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이라도 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장병 월급 쟁점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위원장께서는 인수위 위원장으로서 마땅히 이에 답할 책임이 있다”며 “당선인의 의지를 거스르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해주셔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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