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조합원에게만 '3일 유급휴가' 제안한 까닭은 [뉴스AS]

선담은 2022. 5. 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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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올해 임금을 평균 9% 인상하고 유급휴가 3일을 신설하기로 최종 합의한 가운데, 삼성이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조를 또 다시 '패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14일 노조와의 실무교섭에서 유급휴가 3일 신설을 제안했을 땐 '노조 조합원들에게만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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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의회 올해 평균 9% 인상 합의
'협상 주체로 노조 인정 안 해' 비판
조합원만 휴가 줄 경우 명단 제출 불가피
노조 "노조원 파악 의도"..회사는 "원칙"
지난 4월13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인근에서 한국노총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임금체계 개편 및 휴식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올해 임금을 평균 9% 인상하고 유급휴가 3일을 신설하기로 최종 합의한 가운데, 삼성이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조를 또 다시 ‘패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발표한 복리후생 제도 개선안 중 대부분이 앞서 회사가 노조와의 교섭에서 논의한 것과 동일하다. 임금 인상률을 제외한 △유급휴가 3일 신설 △배우자 출산휴가 5일 확대 △연장근로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 티에프(TF) 운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합의안은 삼성전자 모든 직원에게 적용된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14일 노조와의 실무교섭에서 유급휴가 3일 신설을 제안했을 땐 ‘노조 조합원들에게만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는 것이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에겐 3일의 추가 휴가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왜 이같은 제안을 했던 것일까.

일반적으로, 회사가 노조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복지제도를 적용하면, 그 혜택을 보기 위해 노조에 새로 가입하려는 직원이 늘어난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상황은 다르다. 50년 이상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했던 회사의 특성상 자신의 노조 가입 사실을 공개할 수 있는 조합원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출범한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는 현재 조합원 수가 5천명을 돌파했지만, 노조 가입 사실을 밝히겠다는 인원은 10% 수준이다. 실제로 노조는 현재까지 조합원 명단을 회사에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삼성전자가 노조 조합원에게만 3일 유급휴가를 추가로 제공하려면 그 대상자를 따로 파악해야 한다. 이 경우 노조도 회사의 조합원 명단 제출 요구를 피할 수 없다. 회사 쪽이 내건 조건이 사실상 조합원 명단 공개를 의도했다고 풀이되는 이유다. 이는 다른 기업의 노사관계에선 예삿일이지만, 노조 와해 사건으로 전직 임원들이 실형을 선고받은 삼성에선 인사불이익 등을 우려한 조합원들이 대거 노조를 탈퇴할 수도 있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과반 노조가 아닐 경우 개별 노조와의 교섭 내용은 해당 조합원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특별한 의도를 갖고 노조에 유급휴가 신설에 대한 조건을 제시했던 것이 아니라, 노동관계 법령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위에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부위원장은 “지난해 8월 단체협약 체결 때와 달리 (직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직결된) 임금협상은 노조 및 노사협의회와 동시에 진행하면서 늘 노사협의회가 먼저 선수를 치도록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결국은 노동조합을 협상의 주체로는 인정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96%의 임직원에 대한 임금 협의를 노조와의 협상 때문에 더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 패싱 목적으로) ‘노사협의회가 먼저 선수를 쳤다’는 노조 쪽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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