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도 "사납금 내는 택시 NO, 배달 뛴다"..믿을건 외국인뿐?

세종=안재용 기자, 김주현 기자 입력 2022. 5. 1. 07:10 수정 2022. 5. 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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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디지털 노마드 랜드①

[편집자주] 일자리가 아니라 일손이 부족하다. 택시 등 이른바 저소득 기피 업종의 구인난은 날로 심해진다. 반면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 관련 노동자는 넘쳐난다. 정해진 직장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며 돈을 버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의 출현과 함께 '긱 이코노미'(임시직 경제)는 어느새 현실이 됐다. 이른바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의 인력난을 해결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2일 서울시내에서 한 배달노동자가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배달노동자가 배달 업무 중 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플랫폼 배달라이더 서울형 안심상해보험' 보장을 13일 0시부터 개시한다고 밝혔다. 2021.12.12/뉴스1


#1. 70대 법인택시 기사 B씨는 다음달 하던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작년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가 배달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기 때문이다. 한 달에 200여만원을 겨우 버는 법인택시와 달리 배달은 열심히만 하면 1000만원도 벌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처음엔 이 나이에 오토바이를 어떻게 타냐고 거절했었는데 자동차로도 가능하다고 해서 옮기려고 한다"며 "택시기사 그만두는 사람은 많은데, 사납금 내 가며 법인택시하겠다고 새로 오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전국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법인택시 운전자는 7만4754명으로 2년 사이 27%나 급감했다.

#2. 서울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영양교사 A씨는 요즘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민이다. A씨가 근무하는 학교는 교실배식을 해주는데 학생들에게 밥·반찬을 교실까지 옮겨주는 '급식도우미'를 뽑을 수가 없어서다. A씨는 "3~4년 전에는 급식도우미 지원서가 20~30장은 들어와 어떻게 뽑아야 할지가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지원서가 1~2장 밖에 없다"며 "학교에 매여 있지 않아도 되고 월급도 더 많은 배달 쪽으로 사람들이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 등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처우가 좋지 못한 사업장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다시 손님은 몰리는데 이를 감당할 일손이 없다. 상대적으로 시간당 소득이 높은 배달 등 이른바 플랫폼 일자리 쪽으로 구직자들이 몰리면서다.


"장거리 배달 하루에 2건만 하면 먹고 산다"

29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에서 지난달 신규 구인인원은 30만649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5.8%(6만2881명) 늘었다. 반면 신규구직건수는 45만3284건으로 오히려 7% 줄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구직건수가 구인인원보다 많지만 업종별로 보면 사정이 다르다. 제조 단순직은 구인인원이 구직자보다 2만4568명 많다. 금속·재료 설치·정비·생산직과 기계 설치·정비·생산직도 구인인원이 구직자보다 각각 1만859명, 1만301명 더 많다.

구직자 수를 초과하는 구인인원은 이밖에도 △화학·환경 설치·정비·생산직(7099명) △농림어업직(4581명) △청소 및 기타서비스직(2534명) △인쇄·목재·공예 설치·정비·생산직(2069명) △건설·채굴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1472명) △섬유의복 생산직(831명) 순으로 많았다. 근무 환경이 열악할수록 구인인원과 구직자 수의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엿보인다.

구직 수요는 주로 배달 등 플랫폼 노동으로 몰린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좁은 의미의 국내 플랫폼노동자는 약 66만명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인 기준은 다르지만 2020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추정했던 22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셈이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 증가가 구인난과 전혀 관련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며 "플랫폼 노동으로의 이직이 쉽고 젊은 층들이 사무실에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것보다 유연한 근로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1년간 다니던 한 중소기업에서 퇴사한 C씨(30대초반)는 "차로 장거리(20~30km) 배달을 가면 한 건당 5만원씩 줘 하루에 두 건 정도만 배달을 하면서 살고 있다"며 "계속 배달을 하면서 살 계획은 아니고 곧 쇼핑몰을 창업할 계획이지만 회사를 그만둬도 배달을 하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점이 퇴사 결정을 보다 쉽게 내릴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플랫폼노동자들의 소득이 실제보다 부풀려 알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해 10~12월 택배, 가사, 음식배달 등 플랫폼노동자 2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플랫폼노동자들의 월 평균 수입은 346만원으로 파악됐다. 여기엔 이동을 위한 차량 유류비, 4대 보험료 등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은 125만2000원에 그쳐 올해 최저임금(9160원)을 적용한 월 소득 191만4440원에도 못 미친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배달 노동자 단체인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기사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플랫폼 업체와 정부에 라이더보호법 제정과 산업재해 전속성 기준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2.4.27/뉴스1

일자리 채울 건 외국인 뿐인데...노조가 반대

문제는 인구구조로 볼 때 구인난으로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앞으로 꾸준히 줄어들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30년 3381만명, 2040년 2852만명, 2050년 2419만명까지 감소한다.

정규직보다 이른바 '긱 노동'(임시직)을 선호하는 추세도 되돌리기 어렵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플랫폼 노동이 시간이 자유롭고 페이(보상)가 나쁘지 않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근로자 개인 입장에선 플랫폼 노동에 오래 머물 경우 향후 장기적으로 소득을 높이기 위한 지식이나 기술, 숙련도 등 인적자본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는 무시할 수 없다. 한요셉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의 경우 직업탐색의 여유를 준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최적 직업탐색기간은 6개월~1년인데 (플랫폼 노동 참여기간이) 장기화되면 인적자본을 쌓기 어려워진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3D 업종을 중심으로 한 구인난을 당장 풀어낼 해법으로는 외국인 고용 확대 등이 거론된다. 한국인들이 가지 않으려 하는 3D 업종의 경우 일손을 해외에서 데려와 채우자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 확대, 외국인 고용허가제 허가인원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법무부 등은 외국인 유입 급증에 따른 사회적 갈등 유발 등에 대한 우려로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조 역시 내국인 일자리 잠식을 우려해 외국인 고용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이명진 교수는 "외국인도 구인난의 일시적 대안은 될 수 있겠지만 이민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기에 한국사회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사회적)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며 "개별 회사마다 사정은 어렵겠으나 사회 환경이 바뀐 만큼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는 게 구인난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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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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