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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2.04.29 10:12
  • 수정 2022.04.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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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이혼도 비즈니스, 관찰예능 어떠세요?

사진출처=SBS '동상이몽' 방송 화면 캡처
사진출처=SBS '동상이몽' 방송 화면 캡처

연예계는 ‘쇼 비즈니스’라 불린다.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쇼’(show)를 이윤 추구 과정인 ‘비즈니스’(business)로 잇는다는 의미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대중이 좇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예인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관찰 예능이 득세하면서 쇼 비즈니스 사회는 더욱 치열해졌다. 오랜 기간 ‘프라이버시는 지켜달라’고 하던 연예인들이 스스로 사생활을 드러내고 비즈니스화(化)하는 모양새다. 

5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인 가수 겸 배우 손담비와 이규혁은 29일 ‘동상이몽2’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5월9일 방송되는 SBS 예능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동상이몽2)에 등장한다. ‘동상이몽2’에는 통상 연예인 부부가 출연한다. 하지만 이들은 결혼식을 치르기 전 단계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동상이몽2’가 그들의 결혼 전부터 결혼 후 삶을 좇는다는 선언과도 같다. 

최근 결혼한 트로트 가수 박군과 한영 역시 다르지 않다. 이들은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를 통해 함께 있는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만남과 교제 과정을 전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미운우리새끼’의 출연진인 탁재훈, 이상민, 김종국, 김준호 등이 총출동했고, 제작진 역시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열린 그들의 결혼식이 향후 ‘미운우리새끼’를 통해 공개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교제 사실을 밝혀 화제를 모은 개그맨 김준호-김지민의 이야기 역시 그가 출연하는 대표 예능인 SBS ‘돌싱포맨’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김준호가 ‘돌싱포맨’의 고정 출연자이기 가능한 그림이지만, 향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주로 ‘돌싱포맨’을 통해 흘러나올 것이란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돌싱포맨' 방송화면 캡처
사진출처='돌싱포맨' 방송화면 캡처

이런 상황을 우연으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 관찰 예능은 카메라 안과 팎의 경계를 허물었다. ‘리얼리티’에 더 관심을 보이는 대중에게 관찰 예능은 더 없이 매력적인 콘텐츠다. 그리고 연예인과 그들을 활용하는 제작진은 대중이 좋아하는 곳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사생활 역시 콘텐츠화해서 카메라 안에 담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됐다.

이를 마냥 비딱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시장경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이윤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특히 남녀상열지사의 ‘끝판’이자 ‘마침표’라 할 수 있는 결혼에는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그래서 수많은 연예인의 결혼식에서는 협찬의 향연이 펼쳐졌다. 어디서 결혼을 하고, 어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어디에 신혼집을 마련해 어떤 인테리어를 채우는지 여부에 시선이 모였다. 

연예인의 결혼 전후를 좇는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은 결혼식에 국한되던 쇼 비즈니스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혼 발표는 연예부 기자들이 가장 탐내는 아이템이다. 인기가 높지 않아도 결혼 소식만큼에는 ‘단독’이라는 수식어가 묻고, 숱한 후속 기사가 양산된다. 결혼 발표만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사도 없다. 대중의 관심사에 들고 보도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홍보 수단으로서 적합하다는 의미다. 또한 결혼식을 치른 친구들이 집들이를 하듯, 스타들이 사는 신혼집을 들여다보고 싶은 대중의 욕구는 항상 샘솟는다. 

그렇다면 신혼집은 어떻게 홍보의 장이 될까? 그들이 입고 쓰고 먹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몇몇 관찰 예능을 보면 유독 같은 브랜드의 공기청정기나 안마기를 쓰는 집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일까? 그 시기에 해당 브랜드에서 적극적으로 홍보비를 집행하며 제품 노출을 꾀했다는 의미다. 집안의 인테리어부터 평소 즐겨 먹는다는 영양제 하나까지 PPL(Product Placement)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집구경을 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냉장고 구경이다. 이 때 "편리하다" 혹은 "맛있다"면서 꺼내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과연 평소에도 그들이 즐길까? 

사진출처='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 방송화면 캡처
사진출처='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 방송화면 캡처

한 방송 관계자는 "PPL이 아닌 제품은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자칫 PPL로 오해받을 수 있는 동시에, 같은 범주로 분류되는 다른 제품의 협찬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관찰 예능을 둘러싼 이런 쇼 비즈니스 시스템의 정착은 결혼을 앞둔 연예인 부부에게는 더 없이 매력적인 유혹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부부 예능에 국한되지 않는다. 결혼 전 혼자 사는 연예인들은 MBC ‘나 혼자 산다’나 SBS ‘미운우리새끼’를 선택한다. 결혼 전후에는 ‘동상이몽2’를 통해 알콩달콩한 신혼살림을 보여주고, 아이를 출산하면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러브콜을 받는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가 어려움이 발생하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를 통해 육아 상담을 받는다. 혹시 이혼의 아픔을 겪은 연예인은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를 통해 다시금 만나 속내를 털어놓거나 ‘돌싱포맨’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연예인의 사생활은 이제 거대한 쇼 비즈니스 사회의 한 축이 됐다. 이는 관찰 예능의 득세와 맞물려 작용한다. 기존에는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던 연예인들도 점차 확산되는 트렌드에 기꺼이 뛰어든다.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시선 역시 한결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이는 일종의 ‘엿보기’ 심리다. 타인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것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듯, 동경의 대상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의 리얼한 삶 속으로 들이미는 카메라에 눈길을 뺏길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몇몇 연예인들이 사생활 조작 및 거짓 설정으로 논란을 불러온 적이 있었듯이,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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