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변경 1년 hy..'야쿠르트 아줌마'로 '퀵커머스' 출사표

나건웅 입력 2022. 4. 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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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국야쿠르트’.

지난해 사명을 바꾼 hy 뒤에 여전히 따라붙는 부연설명이다. hy는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2021년 4월, 신사업 본격화를 선언하며 야심 차게 사명 변경을 진행했다. 하지만 50년 넘게 운영해온 장수 기업 이름이 갑작스레 바뀌다 보니 대중에게는 아무래도 생소하게 다가왔다.

이제는 ‘꼬리표’를 떼어내도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야쿠르트’를 넘어 ‘유통 전문 기업’으로 hy 존재감이 점점 또렷해지는 모습이다. 기존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했던 경쟁력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전환하며 성공적인 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신사업 핵심 축은 2개다. ‘야쿠르트 아줌마(현 프레시매니저)’를 기반으로 한 ‘물류 사업’,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유산균 기술력’을 활용한 ‘균주 B2B 사업’이다.

hy가 퀵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1만1000명에 달하는 프레시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가 자사 제품뿐 아니라 타사 제휴 배송까지 담당하기 시작했다. (hy 제공)
▶ hy가 변신을 택한 이유

▷ 유제품 성장 둔화…“신사업 찾아라”

hy는 지난 50여년간 주력인 ‘유산균 제품’을 앞세워 유제품 시장을 호령해왔다. 하지만 고민은 있었다. 연평균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유제품 시장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기업 매출도 지지부진했다. 2008년 1조152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첫 1조원 매출을 넘어섰지만 이후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996억원으로, 매출 감소까지는 아니지만 13년 동안 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 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른 데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며, hy 강점이던 ‘프레시매니저’ 판매 채널이 아무래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야쿠르트는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유제품을 넘어 신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로 한 것.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사명 변경’이다. 유제품 전문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기존 ‘한국야쿠르트’라는 이름을 버리고 앞 글자를 딴 ‘hy’를 새롭게 채택했다. 새 사명 ‘hy’에는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특정 브랜드 등에 한정된 사명으로는 앞으로 도전해갈 사업 분야를 모두 담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퀵커머스 끝판왕 ‘야쿠르트 아줌마’

▷타사에 ‘판매망’ 빌려주고 수수료 받아

hy가 주목한 것은 ‘물류·배송’. 그중에서도 고객 집 앞까지 단시간에 배송하는 ‘퀵커머스’ 시장이다. 퀵커머스는 배달 시장 성장과 함께 최근 들어 ‘핫’해진 시장이지만, 따지고 보면 hy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퀵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자사 제품 한정이기는 했지만. ‘다른 기업 제품도 팔아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hy 신사업의 시작이다.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다. ‘프레시매니저’라는, 평균 업력 12년에 달하는 노련한 배송 인력이 전국 520여개 지점에서 약 1만1000명이나 활동한다. 인력이나 지점 모두 웬만한 배달 라이더 대행 업체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친환경 모빌리티’도 갖춰놓은 상태다. 2014년 개발한 세계 최초 탑승형 전동 냉장 카트 ‘코코’가 주인공이다. 일명 ‘타고 다니는 냉장고’로 불리는 코코는 이미 8년 전부터 전국 골목을 누벼왔다.

hy는 최근 자사몰과 프레시매니저 등 ‘판매망’을 다른 기업에 개방했다. 2020년 12월 자사몰을 ‘프레딧’으로 개편하고 판매·배송 품목을 타사 제품까지 넓혔다. HMR·신선식품·이유식 등 빠른 배송이 필요하지만 마땅한 배송망은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프레딧으로 몰려들었다. 매출은 급증했다. 2019년 280억원에서 2021년 700억원까지 3배 가까이 뛰었다. 판매 품목도 650개에서 1200여개까지 다양해졌다.

프레딧 입점 없이도 일정 수수료만 내면 프레시매니저 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제휴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올해 3월부터는 면도기 정기 구독 스타트업 ‘와이즐리’와 손잡고 5000개가 넘는 면도기를 프레시매니저가 배달했다. 와이즐리 외에도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카드사 등 업체 약 100여곳과 제휴 배송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병근 hy 경영기획부문장은 “hy가 그동안 쌓아온 ‘라스트마일’ 경쟁력에서 가능성을 봤다. 서로 알고 지낸 지 10년이 훌쩍 넘는 고객도 있을 정도로 ‘지역 밀착형’인 덕분에 여타 배송 조직보다 고객과의 유대감이 훨씬 높다. 원활한 재고 관리는 물론 맞춤형 배송이나 영업 등 기존 라이더가 할 수 없던 고객 대응이 가능하다. 냉장고에서 상품을 꺼내 손으로 직접 전달하는 만큼 스티로폼·골판지 같은 포장재 쓰레기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늘어날 물류량에 대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hy는 2024년까지 1170억원을 투자해 신규 물류·생산 인프라를 구축한다. 논산시 동산일반산업단지에 2만4793㎡ 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자동화 시설을 갖춘 최신 풀필먼트센터로 완공 시 하루 평균 20만건 이상의 추가적인 물류 처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hy 유산균 균주 B2B 사업은 1년 만에 매출이 278% 늘어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hy 제공)
▶유산균 균주, 이제 B2B 판매

▷대량생산 체제 갖춰…연매출 200억

hy의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균주’다. hy가 지금까지 구축한 균주 라이브러리만 5000여개. 기존에는 자사 제품에만 활용했지만 2020년부터 이를 다른 기업에도 판매하는 B2B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1995년 국내 최초 유산균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된 셈이다.

hy는 현재 식약처에서 인증한 ‘개별인정형 원료’를 6종 보유 중이다. 개별인정형 원료 1건당 연구에서 상품화까지 5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후발 업체와 격차가 30년가량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허 균주도 53종이나 된다.

hy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자사 제품 생산만 해도 그 양이 모자라 외부 판매가 어려웠지만 2014년 ‘프로바이오틱스 플랜트’ 완공으로 대량생산 체계가 갖춰졌다. 플랜트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분말화’가 가능해 포장·운반 등 외부 판매가 용이하다. 현재 판매 중인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는 고농축 분말 형태로 분말 1g당 2000억마리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눈부시다. B2B 사업 첫해인 2020년 35억원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0억원을 달성하며 278% 신장했다. 올해 3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3t에 이른다. 지난해 뉴트리와 종근당건강, 휴롬, 장수농가(등) 다수 기업에 원료를 제공하며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hy는 B2B 판매 품목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체지방 감소와 피부 건강 중심의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판매가 주력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면역과 장(腸) 건강 영역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생산설비도 확충한다. 논산공장 증축 공사가 예정돼 있으며, 완공 시 주요 설비인 동결 건조기를 최대 20기까지 설치 가능하다. 생산량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난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6호 (2022.04.27~2022.04.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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