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메이트’, 베테랑 이경규가 끌고 만만찮은 딘딘이 밀지만

[엔터미디어=정덕현] 확실히 이경규는 베테랑이다. 지금껏 어디서도 등장하지 않았던 여동생 순애씨와의 만남으로 관심 자체가 점점 빠져가던 MBC 예능 <호적메이트>에 승부수를 던졌다. 본래 남매 사이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단 둘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색함으로 공기가 적막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경규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괜스레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순애씨는 오미자차를 만들어 오빠 앞에 내민다.

이경규는 이런 상황이 주는 웃음과 재미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고 짚어낸다. 방송 중에도 화를 내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곤 하던 그가 동생 앞에서 쩔쩔 매고 있는다거나, 평소 안하던 요리를 하는 등의 ‘쏘 스윗’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울 거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며 짐짓 그것이 ‘자본주의’ 방송인의 연출이라고 말해 웃음을 준다.

시청자들은 그게 이경규의 진심일거라 생각하며 그 ‘츤데레’에 가슴이 따뜻해지다가도, 이경규의 깨는 소리에 웃음을 터트린다. 너무 깊게 감동으로 빠져드는 건 웃음과 재미를 주는 이경규 캐릭터에는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는 그는 알고 있다. “5월 가정의 달 최고의 장면”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이경규에게서는 진심과 재미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베테랑 예능인의 면모가 배어난다.

그런데 이경규의 이런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같이 관찰하는 딘딘의 추임새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자신이 가장 어색해하는 큰 누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것이 <호적메이트>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은근히 이경규를 지목했다. 즉 이경규가 동생인 순애씨와 그 어색한 방송을 자청해 찍었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큰 누나와의 방송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딘딘의 이런 진술은 이경규 남매와 그들 남매가 찍은 방송분을 비교하게 만들었고, 은근한 대결구도(?)까지 그려냈다.

딘딘은 너무 스윗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경규 남매의 영상에 대해 역시 영화감독님은 다르다며 연출이 장난 아니라고 몰아세우기도 하고, 이경규 남매가 함께 마주해 운동기구를 하는 모습을 따뜻하게 편집해 넣자 이렇게까지 하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자신들 남매의 모습과 비교된다는 것. 물론 그건 프로그램을 재밌게 하려는 딘딘의 의도적인 오버액션들이다.

실상 딘딘은 큰 누나와의 만남에서 어색함에 힘들어하고 또 과거에 큰 누나에게 많이 맞았다는 기억을 툴툴대며 토로하기도 했지만, 함께 분식집에 앉아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나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어딘가 과거의 아련한 추억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 묻어났다. 서로 툭탁대는 모습들이 계속 연출됐지만, 딘딘이 큰 누나의 교수 임용을 축하하며 선물로 준 명품백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딘가 어색해하기도 했던 그 광경들이 반전의 감동으로 돌아온 건 큰 누나의 개인 인터뷰 장면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며 울컥하는 큰 누나의 그 말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 건 사실상 그날 딘딘과의 조금은 현실 남매 같은 어색함과 냉랭함이 밑그림처럼 깔려 있어서였다.

<호적메이트>는 파일럿에서부터 정규로 들어오며 초반 관심을 끌어 모았지만, 갈수록 힘이 빠졌던 게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연예인 가족’ 출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이경규가 동생인 순애씨와 방송에 출연하기 전, 딸 예림이의 신혼집을 찾아가는 내용은 그래서 형제, 자매, 남매를 대상으로 한다는 <호적메이트>의 애초 기획의도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경규는 회심의 카드로 여동생 순애씨와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담아냈고, 그 선택은 연속적으로 딘딘과 큰 누나의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시청률에 있어서 <호적메이트>는 여전히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호적메이트> 애초의 기획의도에 맞는 형제, 자매, 남매의 관계성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경규 남매와 딘딘 남매 이야기로 그 방향성을 제대로 보여준 건 분명하다. 주목할 만한 건 이 과정에서 보여진 이경규의 예능 베테랑다운 면모와 그에게도 밀리지 않는 딘딘의 예능감이다. 어찌 보면 다소 주춤한 <호적메이트>의 승부수처럼 보일 정도로 이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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