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 시켜준다"는 내일배움카드, 정작 취준생은 "도움 안 돼"

김휘원 기자 입력 2022. 4. 26. 14:08 수정 2022. 4. 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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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내일배움카드

데이터 분석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곽모(26)씨는 대기업 이직을 준비하면서 지난 2월 ‘내일배움카드’로 인공지능(AI) 관련 온라인 수업을 신청했지만, 1회만 듣고 관뒀다. 파이썬(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기술을 배우기를 기대했지만, 강의 내용은 파이썬의 이론과 기본적인 사용법만을 가르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는 “이직할 때 이 수업을 들었다는 걸 스펙으로 쓰고, 이후 실무에도 활용하고 싶어 수강 신청을 했지만 대학 동아리에서도 다 배우는 기초적인 수준이었다”고 했다.

국민내일배움카드(이하 배움카드)는 만 75세 미만 직업훈련 희망자에게 평생 최대 500만원을 지원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예산이 연 1조원이 넘는다. 작년에만 104만명이 이용했다. 카드를 발급받아 고용노동부 직업훈련포털 사이트에 있는 강의 중 하나를 들으면 강의 종류, 수강생의 소득수준 등에 따라 수강료가 일부 또는 전액 수강생에게 지원된다.

민간 학원들은 배움카드 제도가 생긴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선착순 전액 무료’라며 적극 영업을 하고 있다. 학원 입장에서는 수강생의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나랏돈으로 학원비를 받을 수 있고, 수강생 입장에서도 자기 돈이 들지 않으니 손해보는 사람이 없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수업 질이 개선되지 않아 이 제도가 민간 학원만 배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산세무회계 자격증 취득을 위해 작년 8월 배움카드로 강의를 수강한 정모(38)씨도 “자격증 시험에 필기와 실기전형이 있는데, 국비 지원 강좌에선 실기 대비 강의만 해줬을 뿐 필기 강의는 질이 너무 낮았다”고 했다. 143만원짜리 ITQ(정보기술자격)와 회계원리 교육과정을 국비 지원으로 수강한 취준생 김모(32)씨도 “함께 강의를 들은 20여명 중 현재 취업에 성공한 이는 단 한 명”이라고 했다 지난달부터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하는 한모(34)씨는 “원두 추출 기계가 고장나 10명이 기계 5개를 돌려가며 연습하는데 학원은 교체 예정이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말했다.

또 내일배움카드로 들을 수 있는 수업은 무려 온라인과 오프라인 합해 12만개에 달한다. 최근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붐이 일면서 수요가 늘어난 코딩, 웹사이트 개발 등 컴퓨터 관련 기술 강의도 1116개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강의가 범람하니 어떤 걸 들어야 할지, 어떤 수업이 도움이 되는지 고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수료생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은 훈련기관은 다음 해 기관 선정 시 탈락시키기도 하는 등 관리감독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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