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삼시세끼·외출까지.. 24시간 '스터디'로 관리하는 2030세대

최효정 기자 입력 2022. 4. 25. 14:38 수정 2022. 4. 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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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인 삶 추구하는 '갓생(god+인생) 살기' 트렌드 확산
기상·운동 사진 찍고 스터디원과 공유하는 이색 스터디 늘어
"확실한 동기부여 원하는 젊은 층.. 사생활 노출은 조심해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기상 스터디, 운동 스터디 구인 게시글/에브리타임 캡쳐

“‘기상 스터디’ 스터디원 구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치약 묻힌 칫솔 사진을 카카오톡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다시 잠들지 않았다는 걸 인증하기 위해 8시에 집이 아닌 곳에 있다는 것을 인증하는 사진도 함께 올려주세요.”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는 양모(27)씨는 지난 2월부터 ‘기상 스터디’와 ‘수면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스터디는 정해진 시간에 특정 행위를 수행했음을 인증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SNS) 단체대화방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상 스터디는 단체방에 기상 후 머리 감은 사진을 올리고, 운동 스터디의 경우 운동복을 입고 체육관에 나간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스터디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는 스터디원은 벌금을 내거나 스터디에서 퇴출되는 등 운영 방식도 체계적이다. 양씨는 “인터넷 강의를 보며 혼자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 특성상 게을러지기 쉬워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스터디에 가입했다”면서 “돈도 걸려있고, 다들 열심히 하니까 나만 뒤처지기 싫어 열심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토익, 공무원 시험 등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나 수험생 서너명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것을 일컫던 ‘스터디(study)’가 공부 뿐만이 아닌 일상 전반의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취직 공부를 넘어서 운동이나 독서 등 다양한 일과에도 의무감을 부여하는 스터디로 일상을 관리하는 것이다.

25일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등에는 다양한 분야의 스터디원 모집글들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구인글이 많은 스터디는 취준생들의 일상생활이 늘어지지 않도록 통제하는 스터디다. 기상스터디, 수면스터디뿐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집에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외출’ 스터디, 하루 삼시세끼를 제시간에 챙겨 먹었다는 걸 인증하는 ‘식사’ 스터디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규칙적인 삶을 살기 위한 여러가지 ‘스터디’가 유행하는 것은 MZ세대 사이에서 부는 ‘갓생 살기’ 열풍에도 영향을 받았다. ‘갓생’은 영어의 ‘God(신)’과 인생의 합성어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사는 생활 방식을 뜻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갓생’ 해시태그는 2만개가 넘을 정도다.

단순히 취직이라는 목표를 넘어 취미생활과 습관 형성을 위해 꾸려진 스터디도 있다. 매일 운동을 했음을 인증하는 운동 스터디, 경제·영화리뷰 등 관심사에 관한 팟캐스트를 함께 듣고 감상을 공유하는 팟캐스트 스터디, 이불 개기·반려견 산책 등 습관 행동을 설정해 이를 수행하는 ‘루틴(습관) 형성’ 스터디 등이다. 매일 자정 배달앱 주문내역 화면을 캡쳐한 사진을 공유해 배달음식을 먹지 않았다는 걸 인증하는 ‘배달음식 끊기’ 스터디, 매일 필요 없는 물건을 하나씩 버리는 ‘집 비우기’ 스터디도 있다.

꾸준한 독서를 위해 ‘하루 15분 책 읽기’ 스터디를 하고 있다는 신모(26)씨는 “스터디를 하면 강제성이 부여되어 계획을 더 오랫동안 지킬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다른 스터디원에게 인증을 했을 때 ‘갓생’을 살았다는 뿌듯함이 있어 좋다”고 했다.

20분 러닝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 구모(31)씨는 “매일 20분씩 달린 기록을 남기고, 이걸 SNS에도 게시하면서 자존감이 굉장히 크게 올랐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면서 “큰 돈 들이지 않고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주니 20대, 30대들이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취업 커뮤니티 '스펙업'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챌린지' 인증 글. 챌린지는 카페 이용자가 참여하는 일종의 스터디로, 이용자들은 하루 10분씩 산책하고 이를 인증하는 사진을 공유한다./ 네이버 카페 캡쳐

스터디 운영 방식의 핵심이 ‘사진 인증’인만큼 스터디용 어플들도 다양하게 출시됐다. 사진이 촬영된 시간과 날짜를 간단하게 표기할 수 있는 어플 ‘타임스탬프’, ‘데이마인’ 등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스터디 참여를 위한 ‘필수 어플’로 불린다. 여러 명이 카메라를 켜놓고 실시간으로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 ‘구루미’나 각자 목표 공부 시간을 설정해 놓고 기록한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어플 ‘열품타(열정을 품은 타이머)’도 인기다.

임명호 단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원한다”면서 이색 스터디가 늘어나는 현상을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젊은 세대들이) SNS에 자신의 계획을 보여주고 이를 인증하는 사진을 공유하면서 일종의 ‘선언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언효과는 한 개인이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을 때 그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을 말한다.

이어 “다만 스터디를 하면서 본인의 사생활이나 생활 자체가 노출이 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며 이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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