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럼회’ 의원 만난 박병석 “열린우리당 때 국보법 폐지 왜 못했나” 설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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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호 04면

박병석

박병석

‘검수완박’ 법안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거듭하던 여야가 22일 극적 합의에 도달한 데는 박병석(사진) 국회의장의 중재 노력도 큰 몫을 차지했다는 평가다. 특히 박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무산 사례까지 들며 중재안 수용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이날 아침 일찍 비밀리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국회로 불렀다.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논의해온 검찰개혁 관련 중재안 문구를 최종 수정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박 의장은 중재안을 여야에 전달했다고 발표하며 “여야 원내대표와 심야 회동을 포함해 수차례 장시간 토의를 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이 중재안 마련을 결심한 건 지난 15일이었다고 한다. 당초 박 의장은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미국·캐나다 순방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특히 지난 15일 “검수완박은 야반도주”라며 반발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오만방자한 언행”이라며 분노를 표출하면서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자 고심 끝에 출장을 취소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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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박 의장은 전직 국회의장 등 정치권 원로를 두루 만나며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 주말엔 김부겸 국무총리도 만나 중재안 마련 의사를 전했다. 여야 원내대표들과는 지난 19일부터 수시로 만나며 중재 협상을 이어갔다.

권 원내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박 의장이 지난 19일 ‘미국 출장을 보류할 테니 양보안을 갖고 오라’고 했고, 이후 박 원내대표까지 셋이 수차례 만나 자정까지 회의한 뒤 오늘 아침에 마무리했다”고 협상 과정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은 김오수 검찰총장과 두 차례에 걸쳐 만나는 등 법조계 의견도 두루 청취했다고 한다.

박 의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도 수차례 만나 설득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사흘에 걸쳐 만나며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시도하다가 무산된 사례를 들었다.

박 의장은 “우리가 열린우리당 때 152석 의석을 갖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했는데,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을 일부 강경파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지금까지 한 글자도 못 고쳤다. 개정안엔 이미 독소 조항이 없어진 상태였는데 결국 아직도 고쳐진 게 없지 않느냐”며 강경파의 양보를 촉구했다고 한다.

양당이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인 부분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문제와 보완 수사권 문제였다. 국민의힘은 수사와 기소 분리를 중재안에 못박는 데 대해 우려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유지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6대 범죄 수사권 중 몇 개까지 검찰에 남기느냐를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그러자 박 의장은 최종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박 의장이 최종안을 제시하며 ‘민주당이 이 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이 상정하려는 안도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국민의힘도 이 안을 받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제시한 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빅딜’이 이뤄지면서 결국 극적 합의가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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