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우린 '반의 반값'으로 낮췄습니다

최연진 기자 2022. 4.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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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플랫폼 안통하고 직접 판매, 수수료 아껴 싸게 팝니다
생활용품 스타트업 와이즐리는 ‘D2C’ 방식으로 중간 유통 단계를 대폭 줄여 면도기 값을 경쟁사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와이즐리

면도기와 리필용 면도날을 판매하는 생활용품 스타트업 와이즐리는 지난달 제품 가격을 평균 43% 내렸다. 고객 재구매율이 높아지면서 생산량이 늘었고, 생산 단가가 떨어져 그만큼 가격을 깎았다고 한다. 와이즐리는 이전에도 ‘반값 면도기’ 전략으로 젊은 층을 공략해왔는데, 이번 가격 인하로 ‘5분의 1값 면도기’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와이즐리는 대형 업체가 98% 장악했던 면도기 시장에서 지난해 9.3% 점유율을 차지했다.

쿠팡과 같은 대형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대신 인터넷 자사 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D2C 방식이 스타트업 사이에 ‘성공 비결’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 대기업이 입점 업체를 늘려가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플랫폼 입점을 거부하고 플랫폼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을 제품 품질 향상에 활용하거나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해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다… 脫플랫폼으로 ‘대박’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삼분의일은 유통·배송 거품을 뺀 ‘반값 매트리스’를 내놨다.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대신 오프라인 체험관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판매하는 D2C 전략을 택해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창업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고, 작년엔 120억원 투자 유치도 했다. 신선식품 전문 기업 정육각은 식품업계 D2C 스타트업의 대표 사례다. 소비자와 농가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초신선 식품을 판매해왔다.

삼분의일이 ‘반값 매트리스’를 고객에게 직접 소개하기 위해 서울 목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관./삼분의일

기업들이 D2C로 선회하는 이유는 탈(脫)플랫폼을 통해 플랫폼 입점 수수료를 절감하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전영표 와이즐리 부대표는 “여러 유통 플랫폼에서 입점 요청이 들어왔지만, 플랫폼 수수료를 내느니 차라리 제품 가격을 낮춰서 소비자에게 돌려줄 생각에 거절했다”며 “실제 제품가를 50% 가까이 낮췄는데도 이번 달 매출이 50% 증가했다”고 했다.

대형 플랫폼을 거부하는 업체들은 대신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를 통해 곧바로 회사 ‘공홈(공식 홈페이지)’이나 스마트 스토어에 접속하도록 해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식이다. 소셜미디어 접근성이 높은 MZ 세대를 공략하는 데도 유리하다.

◇대·중견기업도 D2C… 소상공인 판로 확대에도 도움

대·중견기업들도 브랜드 가치 제고, 비용 절감 등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D2C 전략을 확대하는 추세다. 나이키는 2017년부터 D2C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고 2019년 아마존 입점 중단을 선언하며 자사 몰 판매 비중을 높여왔다. 국내에서도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이 자사 몰을 통해 D2C 판매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대리점에 납품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던 시몬스 침대는 지난 14일 “D2C 리테일 체제로 전환한 후 2년 만에 총 매출이 1016억원이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부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판로 개척 방법으로 D2C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D2C 방식을 활용하면 1인 기업, 소상공인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중소기업에 자사 몰 구축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맞춤형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2C(Direct to Customer)

제조사가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대신 자사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 등을 활용한다. 중간 유통 비용이 줄어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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