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부산시 '정해진 미래' 바꿀 수 있나 /김희국

신문국 에디터 2022. 4. 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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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더한 15분 도시, 애초 개념과 맞지 않는 듯
2040년 인구목표 350만, 현실은 300만 붕괴 우려..삶의 질 높일 계획 필요해

몇 년 전 이야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잠시 머물렀다. 거처를 세 군데 옮겼는데, 모두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있었다. 걸어서 가까운 곳은 5분, 먼 곳은 15분 정도였다. 땅 넓은 미국의 대도시에 도보로 15분 내에 도서관이 있는 게 신기했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우연이 아니었다. 로스앤젤레스 어디서든 걸어서 최대 15분 내에 공공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다. 현지인은 “편리함뿐만 아니라 세금 혜택을 누린다”고 자랑했다.

그때 경험을 토대로 ‘도서관을 지식 놀이터’란 기획 기사(2016년 3월)를 썼다. 기사에 담은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부산에도 걸어서 15분 내에 공공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부족한 공공도서관을 늘리는 것이 과제였다. 기사가 나간 후 부산 곳곳에 공공도서관이 들어섰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박형준 부산시장이 후보 시절 내세운 1호 공약이 ‘부산형 15분 도시 조성’이다. 이를 위한 3대 전략 중 하나가 ‘15분 내 주거-문화-건강이 연결되는 생활권 조성’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15분 도시를 한층 더 구체화했다. 시범 구역 3~5개를 지정해 모델을 만든 뒤 시 전역으로 확대하고, 62개 생활권을 중심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시는 도보 PM(개인용 이동수단) 대중교통을 이용해 15분 안에 생활편의시설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부산형 15분 도시’ 모델을 만든다고 한다. 부산 전체 인구의 76.7%가 경사지에 거주하고, 시민 99.4%가 버스정류장에서 750m 안에 사는 점을 고려해 보행 생활권과 대중교통 생활권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15분 도시 개념을 정립한 프랑스 소르본 대학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15분 도시에서는 시민이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공공장소를 걸을 수 있고 한층 자연 친화적 도시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이 추구하는 방향과 뭔가 엇갈리지 않는가.

15분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동 수단에 포함하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그럴 바에는 ‘도보 15분 도시’와 ‘대중교통 15분 도시’로 구분하는 게 낫다. ‘부산형’이란 수식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시는 지난달 15분 도시뿐만 아니라 2040년 부산 도시계획 청사진도 공개했다. 도심-부도심으로 구성된 위계별 중심지 체계를 기능별로 특화된 10개 코어의 다핵구조로 변경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40년 부산 인구가 35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40년 부산 도시계획을 350만 명을 기준으로 작성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시가 제시한 2040년 부산 인구 350만 명이다. 올해 1월 기준 부산의 주민등록 인구는 334만8874명이다. 현재도 350만 명이 안 된다. 더욱이 지난 2월 정부는 ‘제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에서 부산 인구는 앞으로 20년 동안 10% 이상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향후 20년을 전후해 ‘부산 인구 300만 명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도 알고 있다. 2040년 사망 등 자연적 변화로 인구가 302만 명이 되지만 사회적 인구 증가가 4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5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부산으로 몰려올 것이라는 말이다. 그 근거로 스마트 15분 도시, 글로벌 허브 도시, 청년활력미래도시, 탄소중립건강도시 등 4대 전략을 내세웠다. 동남권 메가시티와 가덕신공항, 2030 부산엑스포 등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2040년 시가 꿈꾸는 미래가 펼쳐질까. 개인적으로는 이뤄지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6년부터 200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더구나 부산은 지난해 9월 전국 7대 특·광역시 중에서 처음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무엇보다 통계청 인구 전망을 보면 2040년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0년보다 907만 명, 19~34세 청년 인구는 384만 명이 감소한다고 한다. 부산이 꿈꾸는 50만 명은 어디서 올 것인가. 이것이 현실이다.

희망 고문은 더는 안 된다. 국제신문은 ‘부산을 적정도시로’ 기획 보도(2019년 3월)에서 그동안 시의 도시계획이 인구 규모와 맞지 않아 과잉 개발과 원도심 공동화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시민 삶의 질 보장을 위해 인구 규모에 맞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해진 미래’를 쓴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절벽은 상수라고 주장한다. 다만 상수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공존할 수 있는 기획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부산시는 ‘정해진 미래’를 바꿔 350만 도시를 만들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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