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로 추천한 의상, 내 취향 아냐".. 무리한 마케팅에 MZ세대 거부감

송복규 기자 2022. 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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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이 사람 성격을 파악하는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심리검사를 활용한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MBTI는 1944년에 개발된 성격 유형 지표로,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지난해 실시한 신입사원 공개채용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시오'라는 항목을 넣어 지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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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도 'MBTI 마케팅' 동참
MZ세대 "MBTI 마케팅은 과도해"
전문가 "MBTI, 신뢰도 낮아.. 남용 경계해야"

최근 기업들이 사람 성격을 파악하는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심리검사를 활용한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MBTI는 1944년에 개발된 성격 유형 지표로,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하지만 MBTI 지표가 신뢰도·타당도가 부족해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2월 소셜미디어(SNS) 채널에 ‘MBTI별 새 차 살 때 유형’이라는 제목을 올리면서 마케팅에 나섰다. 해당 게시물은 MBTI 유형을 적용해 소비자를 ▲신중구매파 ▲충동구매파 ▲지인이 사면 나도 살래파 ▲고민 후 아무것도 안 사는 아이 쇼핑파 등으로 구분했다. 이른바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SNS와 MBTI를 결합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MBTI. /조선DB

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모(28)씨는 “요즘 MBTI에 관심이 많아 관련 콘텐츠를 가볍게 재미로 본다”면서도 “주변에 맹신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기업마저 마케팅에 활용하는 걸 보니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여성의류업체 미쏘(MIXXO)도 MBTI를 적용해 의상을 추천해주고 있다. 유형에 따라 ▲정석 추구형 ▲자유로운 영혼형 ▲합리 추구형 ▲조화 중시형 등으로 분류해 의상을 보여준다. MBTI를 적용해 의상을 추천해주지만, 정작 소비자 취향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직장인 송모(30)씨는 “이런 식으로 추천해주는 의상이 내 취향이었던 적 없다”며 “재미나 마케팅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MBTI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MBTI를 기업 채용 과정에 반영하는 사례도 있다. 수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 및 장단점을 소개하라’는 항목을 넣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지난해 실시한 신입사원 공개채용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시오’라는 항목을 넣어 지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대학생 정성호(27)씨는 “요즈음은 어딜 가나 MBTI 타령인 것 같다”면서 “나도 MZ세대인데 아무리 대세라지만 지나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유형이나 취향별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MBTI’가 붙으면 이젠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계에서는 MBTI를 두고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전문성이 낮고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또한 MBTI 16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를 자신의 특수성으로 신뢰하는 부작용도 우려한다. MBTI를 무분별하게 신뢰할 경우,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특성을 개인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이른바 ‘바넘 현상(Barnum effect)’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한 심리검사나 점괘에서 발견되는 바넘 현상은 애매모호한 표현을 자신에게 들어맞는 말이라고 믿는 것을 일컫는 심리학적 용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BTI는 ‘미네소타 다면적 인적검사’와 같은 전문적이고 역사가 깊은 검사에 비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진다”며 “접근이 용이한 것은 장점이지만,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용인될 경우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이런 평가로 개인의 정체성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면서 “기업에서 MBTI로 어느 부서에 배치할지를 결정하거나 면접이나 채용 시 당락을 결정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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