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한앱에 모아놨는데..네카오처럼 '플랫폼' 될 수 있을까

이경미 2022. 4. 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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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화재·카드·증권 서비스 한 앱에서 제공
마이데이터 등 진화된 금융서비스는 못 하는 한계
삼성금융네트웍스 제공

수십 년 간 그룹 내 전자 계열사에 밀려 숨죽여 오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4곳이 뭉쳐 통합 앱 ‘모니모’(monimo)를 처음으로 내놨다. 카카오 등 핀테크 금융기업의 부상과 같은 시장판도 변화가 골리앗도 움직이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논란 여파로 해체된 후 금융계열사를 총괄 관리하기 위해 신설된 ‘금융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첫 작품이라는 맥락에서도 눈길을 끄는 삼성의 행보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카드·증권업계의 강자인 삼성 금융사의 협업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지에 관심을 쏟는다.

■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한 앱에 삼성금융네트웍스는 14일 금융통합 앱 모니모 출시를 발표했다. ‘모이는 금융, 커지는 혜택’이란 뜻의 모니모는 삼성 금융계열사 중 생명·화재·카드·증권 4곳의 주요 서비스에 한꺼번에 접근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앞서 이들 4곳과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2일 통합브랜드 삼성금융네트웍스를 출범한 바 있다. 현재 모니 모 앱은 안드로이드 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모니모를 보면, 4개 금융사 앱이 ‘물리적으로’만 결합한 형태다. 상품소개 메뉴에 나온 펀드상품을 클릭하면 앱 내 삼성증권 화면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다른 금융회사·핀테크 기업들이 고객의 금융·비금융 정보를 분석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내놓는 것에 견주면 아직은 서비스가 단순한 셈이다. 삼성 금융사들이 고객의 여러 금융·비금융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 ‘화학적 결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는 삼성생명이 지난 1월 암보험 미지급 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기관경고)를 받은 터라 삼성 금융계열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가 대주주(삼성생명)인 금융회사들(회재·카드·증권)은 1년간 신사업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

■ 삼성 브랜드 파워 입증할까 그럼에도 삼성 금융사의 집단 움직임에 경쟁 회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 금융사 모두 해당 업권에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회사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들이 확보한 회원수만 2500만명 내외에 이른다. 은행 1위인 국민은행 앱 가입자(1700만명), 인터넷은행 1위 카카오뱅크 가입자(1800만명)보다 많다. 대형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현재 마이데이터를 못하니 단기적으로는 앱을 합치는 데 의의를 둔 것 같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보면 장기적으로 업계가 긴장할 수준으로 파급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행태를 염두에 두면 은행의 부재가 모니모의 약점으로 거론된다.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를 가진 터라 1금융권부터 2금융권까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을 끼지 못한 독립 금융사들의 앱이 확장성을 갖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 금융사 간 컨트롤타워 역할은 어떻게? 삼성은 모니모 출시 이유로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 간 협력과 경쟁으로 금융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내부적으로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협업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는 “보험·증권·카드사 고객 각자의 편의에 맞게 앱 서비스가 구성돼야 하는데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건지, 그룹 차원에서 이를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있느냐 이슈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 금융사 간 협업은 금융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가 이끌고 있다. 삼성그룹의 총괄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2017년 해체된 이후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만든 ‘금융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가 계열사간 역할 조정·협업 등을 논의해오고 있다.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이 태스크포스장을 맡고 있다. 삼성금융 쪽은 “모니모 출시 이후에도 삼성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업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핵심 간부는 “핀테크 업체 등장 등 금융업이 격변을 겪는 과정에서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 것 같다”며 “이들의 공동 행동 과정에서 잠재 리스크가 없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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