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GPU 경쟁 시작됐다··· 베일 벗은 '인텔 A350M 그래픽 카드'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3월 31일, 인텔이 아크(Arc) 그래픽 카드 라인업을 공개하며 그래픽 카드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2018년 6월에 외장 그래픽 카드 개발 여부를 공개한 지 4년 만의 결과다. 인텔의 외장 그래픽 카드는 인텔 Xe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노트북용 그래픽 카드를 시작으로 올해 여름까지 데스크톱 제품까지 차례로 공개한다. 이로써 지난 20년 간 엔비디아와 AMD가 나눠갖던 그래픽 카드 시장은 이제 세 개 기업의 경쟁 구도로 경쟁하게 된다.

첫 인텔 아크 그래픽 카드가 탑재된 삼성 갤럭시 북2 프로
첫 인텔 아크 그래픽 카드가 탑재된 삼성 갤럭시 북2 프로

가장 처음 공개된 제품은 삼성전자 갤럭시 북2 프로에 탑재된 인텔 아크 A350M이다. A350M은 전체 노트북 그래픽 카드 라인업 중 가장 보급형인 제품이며, A350M을 시작으로 A370M, A550M, A730M, A770M의 순서로 성능이 향상된다. A 시리즈는 기존 GPU 벡터 장치 대비 16배가 향상된 인공지능 가속 기능 MXM AI 엔진과 최대 8K60p 12bit HDR 디코딩과 8K 10bit HDR 인코딩을 지원하는 Xe 미디어 엔진, 최대 두 대의 8K60p HDR 및 네 대의 4K 120p HDR 영상을 출력하는 Xe HPG 디스플레이 엔진을 탑재한다. 게이밍 역시 인공지능 기반의 해상도 향상 기능인 XeSS, 실시간 광선 추적 등이 적용된다. 갤럭시 북2 프로를 토대로 자세한 성능을 알아보자.

이제부터 시작, 인텔 아크 외장 그래픽 카드

하드웨어 정보를 보여주는 CPU-Z(좌측) 및 GPU-Z(우측). 출처=IT동아
하드웨어 정보를 보여주는 CPU-Z(좌측) 및 GPU-Z(우측). 출처=IT동아

인텔 아크 A350M은 인텔 아크 A 시리즈 그래픽 카드 중 가장 보급형 그래픽카드로, 6개의 Xe 코어와 6개의 레이 트레이싱(실시간 광선 추적) 유닛, 4GB의 GDDR6 메모리가 적용된다. 노트북용 그래픽 카드 중 가장 최상급인 A770M은 32개의 Xe 코어 및 레이 트레이싱 유닛, 16GB의 GDDR6 메모리를 갖추고 있다. 그래픽 카드의 전력은 25~35W 수준으로 게이밍 노트북보다는 고성능 경량 노트북에 적합하지만, H265와 AV1, VP9에 대한 하드웨어 인코딩 및 디코딩을 지원해 가벼운 게임 혹은 영상 편집 용도로 적합하다.

컴퓨터의 프로세서 및 그래픽 칩셋 스펙을 확인하는 CPU-Z(좌측) 및 GPU-Z(우측)를 활용해 삼성전자 갤럭시 북2 프로의 스펙을 확인했다. 해당 노트북은 28W 프로세서인 12세대 인텔 코어 i5-1240P를 탑재하며, 그래픽 카드는 인텔 아크 A350M으로 확인된다. 그래픽 카드의 연산 성능을 짐작할 수 있는 픽셀 필레이트는 초당 70.4기가 픽셀, 3D화 하는 텍스처 필레이트는 초당 140.8기가 텍셀로 엔비디아 지포스 GTX 1660 Ti 모바일과 거의 비슷하다.

인텔 아크 컨트롤 메뉴. 출처=IT동아
인텔 아크 컨트롤 메뉴. 출처=IT동아

그래픽 드라이버는 ‘인텔 아크 컨트롤’이라는 독자 소프트웨어로 구동된다. 그래픽 드라이버는 그래픽 카드의 기능 및 성능 관리, 게임 최적화 및 호환성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로, 작성일 기준 최신 버전은 30.0.101.1330 버전이다. 아크 컨트롤에서는 그래픽 드라이버의 최신 기능에 대한 소개와 지원 게임 연결, 그래픽 카드 온도 및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퍼포먼스, 그리고 라이브 스트리밍 보조 기능인 스튜디오 기능이 제공된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위젯으로 정렬할 수 있고, 설정을 통해 서비스 설정 등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 지포스 익스피리언스와 달리 로그인하지 않고도 기능이 제공된다.

생산성과 게이밍 성능은 어떤 수준?

PC마크 10 점수, 필수 항목 점수가 9천483점, 생산성 점수가 6천452점, 디지털 콘텐츠 점수가 6천813점으로 도합 5천355점이다. 출처=IT동아
PC마크 10 점수, 필수 항목 점수가 9천483점, 생산성 점수가 6천452점, 디지털 콘텐츠 점수가 6천813점으로 도합 5천355점이다. 출처=IT동아

인텔 아크 A350M의 성능을 확인해보고자 생산성 성능을 점수로 환산하는 프로그램, PC마크10 벤치마크를 활용해 성능을 측정해봤다. PC마크10은 앱 실행 속도나 화상 회의, 웹 브라우징, 액셀 및 워드 문서 편집, 사진 및 영상 편집, 3D 렌더링 등의 작업을 수행해 CPU 및 그래픽 카드의 작업 성능을 점수로 평가한다. PC마크 10을 활용해 확인한 인텔 i5-1240P 및 인텔 아크 A350M의 종합 점수는 5천355점, 그래픽 카드의 영향을 받는 디지털 콘텐츠 생산성 점수는 6천813점으로 확인된다. 엔비디아 지포스 MX450보다는 1천800점가량 높고, AMD 라데온 RX 5300M과 비슷한 점수다. 보급형 라인업인 만큼 RTX 3050보다는 낮지만, 초경량 노트북에 탑재된 그래픽 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점수다.

인텔 CPU와 아크 그래픽 카드를 동시에 활용하면 두 장치가 동시에 동작해 성능을 끌어올린다. 출처=IT동아
인텔 CPU와 아크 그래픽 카드를 동시에 활용하면 두 장치가 동시에 동작해 성능을 끌어올린다. 출처=IT동아

인텔 아크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은 영상 편집 성능이다. 인텔 아크의 Xe 미디어 엔진은 8K HDR 인코딩 및 디코딩을 포함해 H265, AV1, VP9 등 최신 코덱을 대거 지원한다. 또한 인텔 CPU의 내장 그래픽과 아크 그래픽 카드가 동시에 동작하는 하이퍼 인코딩 기능을 활용해 작업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동영상 변환 프로그램인 ‘핸드브레이크’를 활용해 2분 13초 길이의 H.264 4K 30프레임, 비트레이트 60Mbps의 영상을 동일 크기의 H.265 영상으로 변환했다. 인텔 i5-1240P의 CPU만 활용한 편집에 걸린 시간은 10분 40초인데, 인텔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과 인텔 아크 A350M이 하이퍼 인코딩으로 동작했을 때 걸린 시간은 44초에 불과했다. 영상 편집 효율은 동급 구성의 타사 제품보다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게이밍 성능 좋은 편, 호환성은 숙제

다이렉트12 X기반 테스트인 3D마크 타임스파이, 좌측의 2천976점이 A350M, 우측의 1천352점이 아이리스 Xe의 점수다. 출처=IT동아
다이렉트12 X기반 테스트인 3D마크 타임스파이, 좌측의 2천976점이 A350M, 우측의 1천352점이 아이리스 Xe의 점수다. 출처=IT동아

게이밍 성능을 확인하기에 앞서, 게이밍 성능을 점수로 환산하는 프로그램인 3D 마크의 타임스파이,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각각 실행해 점수를 확인했다.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의 점수는 1천352점일 때, 인텔 아크 A350M의 점수는 2천976점으로 확인된다. 엔비디아 지포스 MX450의 타임스파이 점수가 1천900점 대, 지포스 GTX 1650 모바일의 타임스파이 점수가 3천500대이므로, 경량 노트북으로는 높은 편이다. 다이렉트X 11 기반 테스트인 파이어 스트라이크 점수는 7천287점으로, GTX1650 모바일의 8천 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는 FHD기준 중간 옵션에서 평균 41프레임을 획득했다. 출처=IT동아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는 FHD기준 중간 옵션에서 평균 41프레임을 획득했다. 출처=IT동아

게이밍 성능은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와 토탈 워 사가:트로이, 토탈워:워해머 II, 레드 데드 리뎀션 II, GTA V까지 다양하게 수행했다.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는 2016년 출시된 게임으로, 권장 사양은 지포스 GTX970과 AMD 라데온 R9 290X다. 테스트는 FHD 해상도, 중간 옵션으로 진행했다. 이때 종합 점수는 41.04FPS로 약간은 끊어진다고 느낄 수준이다. 다행히 30프레임 이상은 확보하므로 게임 자체를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으며, 사양을 낮추면 60프레임도 가능한 정도다.

토탈 워 사가:트로이는 높음 옵션으로 27프레임이 나왔다. 출처=IT동아
토탈 워 사가:트로이는 높음 옵션으로 27프레임이 나왔다. 출처=IT동아

CPU 성능도 함께 중요한 토탈 워 사가:트로이와 토탈워:워해머 II를 각각 실행해봤다. 두 게임 모두 GTX 970 혹은 R9 290X 정도는 사용해야 한다. 먼저 토탈 워 사가: 트로이는 ‘높음’ 성능을 설정한 다음 배틀 벤치마크를 수행했다. 이때 인텔 아크 A350M의 프레임은 27.7fps로 무난한 수준이다. 반면 토탈워:워해머 II는 높음 설정에서 22.8fps로 다소 사양을 낮출 필요가 있다. 두 게임 모두 프로세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임이지만, 옵션 타협으로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보다 높은 사양의 CPU와 GPU를 조합하면 토탈워:삼국이나 토탈워:워해머 III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드 데드 리뎀션 II는 720p 중간 옵션으로 설정해야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레드 데드 리뎀션 II는 720p 중간 옵션으로 설정해야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오픈월드 게임인 레드 데드 리뎀션II와 GTA V를 각각 실행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 II는 권장 사양이 GTX 1060 6GB, 라데온 RX 480 4G로 높은 게임이다. 그렇다 보니 FHD 해상도 보통 사양에서도 평균 22프레임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 사양의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HD급 해상도로 조정해야 한다. 반면 권장 사양이 GTX 660 2GB 및 라데온 HD 7870으로 낮은 GTA V는 FHD 해상도 벤치마크에서 평균 77.1프레임, 최소 27.5프레임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배틀그라운드나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등의 게임도 중간 수준의 옵션이면 60프레임 내외로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첫술에 배부르랴··· 그래도 가능성은 확인

레드 데드 리뎀션 II가 설치돼있지만, 아크 컨트롤이 게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자동 검색과 수동 입력 모두 통하지 않았다. 출처=IT동아
레드 데드 리뎀션 II가 설치돼있지만, 아크 컨트롤이 게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자동 검색과 수동 입력 모두 통하지 않았다. 출처=IT동아

인텔 아크 그래픽 카드는 인텔이 20여 년 만에 다시 공개한 그래픽 카드다.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만큼 최신 코덱 지원과 세련된 공정으로 제작됐고, 인텔 아크 A350M으로만 확인한 정보만으로도 엔비디아는 어려워도 AMD는 긴장해야 할 수준이다. 다만, 그래픽 카드 생태계가 이제 막 시작한 터라 호환성이 부족한 점은 어쩔 수 없다.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3D 렌더링 벤치마크인 블랜더, V-레이가 그래픽 카드를 인식하지 못한다거나, 썬더볼트용 외장 디스플레이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아크 컨트롤의 세부 메뉴도 로딩을 무한 반복한다거나, 공란으로 남아있는 등 미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라이버가 업데이트될 수록 문제가 개선되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성능은 기대했던 수준이다. 가장 낮은 라인업의 제품임에도 엔비디아의 MX450M보다는 낫고, 생산성은 GTX 1650 Ti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GTX 1650 Ti는 별도로 방열 설계가 필요한 게이밍 노트북인데, 훨씬 더 가볍고 방열 성능이 적은 경량 노트북으로 따라잡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추후 드라이버가 안정화된다면 훨씬 나은 수준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인텔 아크 시리즈는 확실히 잘 만든 그래픽 카드다.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엔비디아와 AMD 모두 간만에 등장한 경쟁에 긴장의 끈을 붙들어 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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