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알' 안철수, 명분·실리 다 잃었다 [뉴스+]
국민의당 지지자들 현 상황에 배신감
'윤핵관'·국민의힘 견제에 입지 좁아져
'인수위원장' 직함 하나만 남을 수도
이날 국민의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언제까지 실망을 해야 됩니까?”, “이건 경우가 아닌 거 같다”, “공동정부라고 약속하고 출발한 정권이 출발도 하기 전에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는 안 위원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에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직함뿐인 인수위원장…내각 지분율 0%
안 위원장 측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린 건 지난 10일 윤 당선인이 1차 내각 인선 발표 직후였다. 다음날 안 위원장의 최측근이자 대선 과정에서 윤·안 단일화 협상을 맡았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다음날인 11일 인수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의원은 언론에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저는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만 말했다. 그는 인수위 합류 이후 행정안전부·통일부 등 장관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안 위원장은 1차 내각 인선 뒤 “(윤 당선인에게 내각 인선에 대한) 의견을 드릴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권 원로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완전히 팽당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유 전 총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위원장이) 총리를 안 받고 행정부에 좀 가고 싶다고 했는데, 안 하고 나서 지방선거도 안 나갔다. 이제 인수위원장도 5월10일에 끝나면 사라질 거란 말”이라며 “하나 믿었던 건 인수위 구성할 때 3분의 1 몫이었을 텐데, (윤 당선인이) 나만 믿으라 그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때는 경제 쪽을 다 JP한테 줬었다”며 “그런가 했더니 그냥 완전히 지금은 팽 당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대선 승리 후 ‘윤핵관’ 등 실세 견제받아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안 위원장은 새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원장으로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과 좋은 그림의 방향을 그려드린 다음에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이 새 정부 내각이 아닌 당으로 복귀한 뒤 차기 대선을 노릴 것으로 봤다.
안 위원장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라고 주장해온 다당제 등 정치개혁의 명분마저 저버리고 단일화를 통해 윤 당선인의 승리를 도왔지만, 실제로 얻은 것 없이 내쳐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에서는 공공연히 ‘굴러들어온 돌’ 안 위원장을 견제하며 “대선 과정에서 부채는 이미 갚았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안 위원장에게는 전직 인수위원장이라는 의미 없는 직함 하나만 남을 수도 있다.
국민의당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공동정부 구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합당 약속도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최종 결심만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이 대표는 “11일 국민의당과 합당 선언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과 이태규 의원의 돌발 상황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며 “상당한 유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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