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줄때 기업대출 뛰었다..사장님 모시는 은행

최근 4개월 은행 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은행권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줄었지만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증가폭은 역대 두번째로 크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원으로 4개월 연속 감소 곡선을 그렸다. 같은기간 기업대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1065조7000억원이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1093조9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28조2000억원 불었다.

가계대출은 금리 상승, 주택시장 부진 등으로 좀처럼 잔액이 늘지 않는다. 다만 새 정부가 규제 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 경우 수요가 많아질 여지는 있다. 기업대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시설자금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중소기업, 개인사업자에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납입을 미뤄주는 코로나19(COVID-19) 금융지원 조치가 연장된 영향도 더해졌다.

기업대출 덕분에 전체 대출을 방어할 수 있게 된 은행들은 한숨을 덜었다. 이자이익에 대한 우려도 씻겨냈다. 은행들은 앞으로도 기업대출 확대에 좀 더 주력할 방침이다.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애초에 연간 대출 목표를 기업대출 성장 중심으로 짜놓은 은행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도 올해 기업대출에 도전장을 내는 만큼 기존 은행은 비대면 경쟁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법인사업자가 기업여신을 연장할 때 영업점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다. 하나은행 기업인터넷뱅킹으로 전자서명을 하면 약정이 완료된다.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신규 고객 확보에도 애쓴다. KB국민은행은 중소·중견기업에 무료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가진단을 받아보도록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ESG 우수기업을 추려 우대금리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대금리 혜택을 내세운 만큼 신규 고객 유입 효과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그동안 기존 은행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개인사업자, 중소기업을 품으려 한다. 먼저 시장에 뛰어든 토스뱅크는 보증기관 보증서, 부동산 등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닌 개인 신용에 따라 한도를 부여하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로 호응을 얻었다. 매출액이 크지 않아도 매출이 꾸준히 발생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는 상품이다. 중저신용자여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고객이 토스뱅크에서는 3%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 은행들은 기업대출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만큼 건전성 관리의 고삐를 조인다. 원금 상환과 이자 납입을 미뤄줬던 코로나 지원 조치가 오는 9월 끝나면 부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조치가 시작된 2020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지원 대상이 된 대출 원리금은 291조원 규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손상되지는 않았는데 흐름을 예의주시 중"이라며 "영업점 현장에서 고객들에 갚을 수 있는 대출은 조금씩 갚아나가도록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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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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