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교통사고 낸 친구에게 ① 괜찮아? ② 보험 들었어?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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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회사, 지원자격에 선호 유형 명시… 낙인 찍는 도구 삼아선 안 돼
“친구가 교통사고를 냈다고 연락이 왔어. 가장 먼저 뭐라고 답할 거야?”
질문을 한 상대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후속 질문을 던졌다. “1번. 괜찮아? 어디 다친덴 없어? 2번. 보험 들었어?” 질문자는 중복 응답을 허용하지 않았다. 잠시 머리를 붙잡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보험이 정신적, 신체적, 물질적인 안전을 좌우하는 거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2번을 외쳤다.
“역시 T네! 그럴 줄 알았어.” 간단한 MBTI문답의 결과, 나는 T인간으로 판별이 났다. 이 실험의 결과는 단순하다. 1번은 F유형(감정을 중요시), 2번은 T유형(사고를 중요시).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 뒤에 생략된 문장이 ‘그러니까 넌 감정이 없는 인간이야’라는 비난인 것을. MBTI(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는 MZ 세대에겐 매우 익숙한 성격 유형 검사다.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외향형(E)과 내향형(I), 인식 유형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판단 기준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생활 양식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 등 지표를 조합해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필자는 ENTJ 유형이다.
최근 어느 회사의 채용 공고에 기재된 ‘특정 MBTI는 지원 불가’ 항목이 논란이 됐다. 이 회사는 ‘E 환영. 단 ENTJ, ESFJ는 예외’라고 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ENTJ인 나는 해당 회사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 채용 이후 사내 관계에서의 갈등을 줄이고 업무 역량을 증진하는데 MBTI가 거름망이 된다는 것이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MBTI 궁합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잘 맞는 MBTI 조합이 조직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원만한 회사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형별 특성을 맹신함에 따라 생기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INFP 유형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속어 별명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한 라이브 방송에서 남성 연예인이 함께한 여성 연예인의 MBTI를 두고 INFP의 비속어 별명을 말해 논란이 된 적 있다. 나는 이 논란을 전한 기사에서 해당 속어를 처음 알았다. 나와 서로를 이해하는데 쓰이던 MBTI가 특정 성격을 낙인찍는 혐오의 도구로 바뀌어 있었다.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는 ‘T유형’이라는 사실만으로 ‘감정 없는 사람’이라는 딱지가 종종 붙는다. 반대로 ‘F유형’에게는 말 한마디로 상처받는 감정형 인간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기 일쑤다. 해석과 이해의 틀이 아닌, 스테레오 타입을 고착화하는 MBTI 프레임의 불편한 이면이다. MBTI 과몰입 현상을 지적하는 것 자체를 기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나를 ENTJ로 소개하는 순간, ‘외향적, 상상력, 사고 중심, 계획형’으로 나를 단정 짓는다면 애석한 일이다. 혹여 상대가 나와 정반대인 ISFP라서 지레 뒷걸음질을 친다면 더욱 그렇다. 나와 당신의 성격과 행동은 단 4개의 영어 알파벳 안에서 굴러가지 않는다. 인간의 다양성은 MBTI 16가지 유형으로 결론지을 수 없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2번을 선택한 나의 답변을 다시 생각한다. T유형인 나는 과연 F유형의 공감 능력을 따라가지 못할까? 매사에 냉철한 자세를 견지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감정과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건 참 억울한 일이다.
아, 이 발언 자체가 T 같다고요? 네, 저는 ENTJ입니다만, 그게 다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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