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전자 노조 "이재용 부회장 직접 대화 나서라" 자택서 집회

동효정 2022. 4. 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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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21년도 임금협상안 두고 입장차 좁히지 못해
3일간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 집회 진행 예정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 소속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인근에서 임금체계 개편 및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4.13.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이재용은 응답하라. 소통으로 해결하자."

13일 오전 10시 사측과 임금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조합(노조)이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부회장 자택 앞에는 "응답하라 이재용 부회장", "해결하라 이재용 부회장" 등의 플래카드가 바람에 날리고 민중가요도 울려퍼졌다.

이현국 삼성전자노조 조직쟁의국장은 "사측과 대화를 하길 원했는데 44개의 요구사항 중 단 하나도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결국 여기까지 찾아왔다"면서 "노조가 사측과 진정한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고 결정권자를 만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교섭을 벌이며 2021년도 임금협상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까지 노조 대표단을 만나 대화를 시도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경계현 대표이사와의 만남은 교섭이 아니라 사실상 간담회였다고 느꼈다느 입장이다. 노조의 요구를 실질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재용 부회장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주장이다.

이 조직쟁의국장은 "경계현 대표이사도 만났지만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이 자리에 찾아왔다"고 집회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 소속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인근에서 임금체계 개편 및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4.13. kch0523@newsis.com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 역시 "지금까지 회사는 노조의 요청에도 정식적으로 만남을 갖자는 소식이 없었다"면서 "하물며 경계현 대표이사를 만날 때도 노조는 교섭으로 생각하고 만났으나 사측은 교섭이 아닌 간담회로 취급하며 시간도 30여 분밖에 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손 부위원장은 "노조는 그 자리에서 교섭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렸으나 성실한 답변은 오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재용 부회장 집앞에서 집회를 하게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2021년 임금협상 안건을 수립할 수 있도록 대화에 응해달라"며 "현재 경계현 대표와 한종희 대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우리와 대화하고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요구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노조는 경계현 사장과의 만남 이후 이에 반발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12개 삼성전자 사업장을 순회하면서 홍보 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의 구체적인 요구안은 ▲성과급 현재 기준을 경제적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유급휴가 5일 ▲회사 창립일·노조창립일 1일 유급화 등이다.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복지와 임금은 계속 퇴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금이 경쟁사보다 낮아졌고 복지도 최저수준"이라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네이버, 카카오의 임금협상 타결안을 보면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고 상생의 길을 걷겠다고 했으나 표면적으로만 인정하고 노조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면서 "향후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11만 삼성전자 직원들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투쟁을 본격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향후 3일간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간다.

집회 이후 사측과의 교섭이 성사되면 요구사항을 수정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이 위원장은 "2021년 요구안에 대해서 노조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2022년 임금협상 관련해서는 경쟁사나 동종업계의 임금협상안 수준, 회사의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제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 소속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인근에서 임금체계 개편 및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4.13. kch0523@newsis.com


한편 노조가 투쟁에 힘을 실으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파업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노조는 당장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국 조직쟁의국장은 "삼성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파업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노조가 사측과의 진정한 대화를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고경영자, 결정권자를 만나고 대화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고 대화에 나설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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