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사 MZ노조의 별별시각]승객·역무원은 죄가 없다..해결 가능한 국회로 가시라

송시영 입력 2022. 4. 13. 10:00 수정 2022. 4. 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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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기자

나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제3노조) 위원장이다. 2018년 무기 계약직 직고용화, 2021년 사기업 정규직이었던 콜센터 직고용화를 반대하는 MZ 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8월 이 노조를 만들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로 인한 우리 직원들의 피해와 고통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이렇게 목소리를 내 본다.


현장은 아비규환


전장연 시위의 피해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뿐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민원에 시달리며 어떻게든 안전사고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교통공사 직원도 피해자다. 해당 역 근무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도 시위가 벌어지는 역으로 파견돼 승객들의 항의·폭언·폭행을 감수한다. 평소 열차가 1~2분만 늦어도 민원이 폭발한다. 그러니 열차 운행이 한 시간 넘게 지연되면 내가 고객이라도 화를 참기 어려울 것이다. 성난 승객들은 직원들을 향해 “빨리 끌어내라” “불법을 왜 방치하냐”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안타깝게도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합니다”가 전부다. 전장연 시위 후 마음고생이 너무 심해 휴직을 한 직원까지 있다.
전장연 시위가 끝난 후의 지하철 역사. 전단지와 스티커를 교통공사 직원들이 떼어낸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직원]
나는 역에서 일하고 있어 특히 동료들의 고충을 잘 안다. 현장 직원은 역사 통제, 안내 방송, 민원 접수를 감내하는데, 시위가 끝나도 순차적으로 운행 차질이 지속하기에 민원이 폭주한다. 학교나 직장에 지각이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증빙해야 하는 사연 있는 승객들은 저마다 역무실로 몰려와 지연증명서 발급을 요청한다. 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30분 이상 지체될 경우 지연 반환금(1350원) 지급 업무까지 해야 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시위가 끝나면 전장연이 곳곳에 붙인 시위 부착물을 제거하고 방역과 소독을 해야 한다. 시위는 하루에 두세 시간이지만 직원들은 이렇게 온종일 시달린다.

노조는 노동자(직원) 권익을 위한 단체다. 직원을 위해 존재하고 직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의 기존 교통공사 노조는 전장연 시위 문제를 외면한다. 해당 노조 간부들이 이런 심각한 현장 상황을 알고는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전장연 시위 비판은 차별과 혐오?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 발언에는 절대 반대한다. 아버지도 질병으로 인한 장애 후유증을 갖고 있어 장애인이나 마찬가지인데 차별이나 혐오는 상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전장연 시위는 다른 얘기다. 명백한 철도안전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다. 승객은 물론 이를 수습해야 하는 직원이라는 명백한 피해자를 만드는 불법 행위다. 그런데도 약자이기에 무조건 모든 불법이 용인된다는 게 과연 옳은가?

최근 승강장과 플랫폼 틈 간격에 상관없이 휠체어용 발판을 무조건 가져오지 않으면 열차를 붙잡아 두겠다고 전장연 측에서 으름장을 놓았는데, 이것도 안타깝다. 직원들이 발판을 나를 만큼 인력에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승강장 틈 사이로 전동휠체어 바퀴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틈이 넓은(10cm 이상) 역은 대부분 바퀴 빠짐을 막는 안전장치가 돼 있으며, 휠체어 승객이 요청하면 직원이 내려가 상황을 직접 살피며 위험을 예방한다.

이렇게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96%의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역사 구조상 설치가 불가능한 곳을 빼곤 사실상 모든 역에 설치된 셈이다. 엘리베이터 설치비와 유지 보수비, 그리고 장애인 무임승차권 비용은 모두 공사가 감수해왔다. 또 공사는 장애인을 위한 기부도 꾸준히 해왔고, 심지어 직원 유니폼도 장애인 단체와 관련된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걸 입는다. 매일 매시간 시설물 점검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서울교통공사의 언론팀 직원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문건이 공개된 뒤 전장연이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역에선 미리 전화로 요청이 오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출동 안내 서비스를 한다.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이동권이 잘 보장돼 있고 가장 안전한 지하철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니 부디 시위를 아무런 힘도 없는 우리 공사의 지하철에서 하지 마시라. 부탁드린다.


휠체어 체험 대신 비용 해결을


몇몇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이 수동 휠체어에 올라 지하철을 타는 체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 한국 장애인들이 전부 전동 휠체어를 타는데 왜 굳이 수동 휠체어 타면서 팔이 아프다고 SNS에 올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말 장애인의 고충을 대변하고자 한다면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를 포함한 지하철 시설 개선과 각종 무임 승차권 발행 등으로 인한 교통공사 재정 적자 문제 해결에 힘써주길 바란다. 힘들게 수동 휠체어 타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송시영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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