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내 맘대로 하겠다”… 국내법 무시하고 막 나가는 구글
② “나 떨고 있니”… 구글 결정에 요동치는 IT업계
③ 방통위, 구글 상대할 수 있을지 우려… 대안은?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이 국내 콘텐츠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다. 수수료 부담 없이 자사 결제 링크를 쓰다 구글 인앱결제가 시행되자 국내 콘텐츠 업체들이/그 줄줄이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는 수수료를 기업이 모두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뿐만 아니라 음원 업계까지도 요금 인상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공고문을 보면 구체적인 인상 배경과 인상 폭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 ‘구글 플레이 결제 적용’만을 이유로 삼고 있다.

수수료 인상분은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를 이용할 경우 OTT를 대상으로 매월 정기구독료를 납부하는 ‘이용권’에는 15%, 영화 등 콘텐츠 개별 구매에는 30%의 수수료를, 제3자 결제 방식에는 최대 26%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단 이전부터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있던 왓챠와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결제를 진행하는 넷플릭스는 요금 변동이 없다. 기존에 이용권을 정기결제하던 회원들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OTT 업계 줄줄이 요금 인상

플로의 ‘내 취향 MIX’ 기능 /사진=플로(FLO)
플로의 ‘내 취향 MIX’ 기능 /사진=플로(FLO)
웨이브는 약 15% 가격을 인상했다. 티빙도 3월 31일부터 인앱결제 수수료인 15%를 반영해 가격을 올렸다. KT의 OTT 서비스 시즌은 아직 가격 인상폭과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상반기 내에 정확한 내용을 공지할 예정인데 다른 OTT 플랫폼과 비슷한 인상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음원 플랫폼 업체도 요금 인상을 피하지 못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는 결제 이용권을 14%가량 인상했다. 지니뮤직은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음원 플랫폼 업체들은 구글의 새 정책에 맞춰 인앱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수수료 부담까지 ‘이중고’로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인앱결제 내 제3자 결제를 사용하면 수수료가 4% 포인트 낮아지지만 카드 수수료와 결제대행업체(PG) 수수료를 별도로 내야 해 부담은 마찬가지다. 수수료 부담이 증가할 경우 플랫폼, 창작자들의 몫이 줄어들고 소비자 역시 구독료 증가 등의 피해로 이어진다.

콘텐츠 업체는 구글의 독과점은 강제로 제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울상을 짓는다. 정부가 효율적이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국내 시장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더 이상 개별 기업이 나서서 막을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정부가 빠져나갈 여지가 없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결제하는 것이 유리한지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선택권 정보마저 막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며 “이용자 관점에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조치들이 정부 차원에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넥슨, 자체 결제법 선포…구글과 정면으로 맞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대표 이미지 /사진=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대표 이미지 /사진=넥슨
최근 국내 대형 게임사 넥슨은 신작 ‘던전앤파이터(던파) 모바일’을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자체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던파 모바일은 PC와 모바일 연동이 가능한 ‘크로스플랫폼’ 형태로 운영된다. 모바일 버전엔 구글·애플이 제시하는 인앱결제를 적용하지만 PC 버전엔 넥슨의 자체 결제 방식을 쓴다.

게임 업계에선 PC 버전에 대해 “구글로부터 특별한 편의를 제공 받지 않는 만큼 인앱결제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자체 결제 도입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다.

국내 게임사들이 더 이상 앱마켓에 ‘의미 없는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구글과 애플이 강제하는 ‘인앱결제’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모바일 버전뿐 아니라 PC 버전에도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인앱결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구글로부터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구글은 이를 이용해 자사 결제방식(인앱결제·앱 내 결제)만 쓰도록 강제하면서 수수료를 과도하게 챙겼다. 수수료 명목으로 자사 앱 계정에서 발생한 매출의 30%를 떼어갔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이 지난해 구글에 납부한 수수료는 9529억원가량이다. 국내 게임 상위 업체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도 매년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구글에 바치고 있다. 넥슨을 필두로 게임업계에서 추가 사례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탈출’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게임사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