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40만원'에 국민연금 기피 우려..인수위서도 '갑론을박'

이지혜 2022. 4. 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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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기초연금 40만원' 재원은? 국민연금 회피 대책은?
노인빈곤 해결 핵심공약..인수위, 이행안 고민
"최악의 노인빈곤 국가, 40만원보다 더 올려야"
국민연금 회피 잇따를 듯 "저소득층 지원책 필요"
지난 6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식사를 배식받은 어르신들이 탑골공원에 마련된 식사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복지·양극화 해소 공약인 ‘기초연금 40만원’ 이행을 놓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악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금액을 공약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자칫 국민연금과의 ‘역전 현상’이 발생해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윤 당선자의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다달이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현재 30만원에서 10만원 더 인상한다는 게 핵심이다. 당초 당선자 쪽은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 연금액 10만원 일시 인상을 가정해 공약 재원(5년간 35조원)을 추산했지만, 인수위가 언제부터 얼마를 올릴지 재검토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초연금 공약은 국민연금, 직역연금(공무원·군인연금 등) 등 다른 연금들과 연계한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당선자 공약을 포함해 다양한 견해를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월 40만원보다 더 올려야”

과거 월 10만원으로 시작한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 20만원, 문재인 정부 30만원 등 대선을 치를 때마다 10만원씩 올랐다. 단순 ‘선심성 공약’은 아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소득이 높은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소득을 얻는 사람의 비율)이 주요국 가운데 최악이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어르신이 많은 데다, 국민연금 도입(1988년) 시기가 늦어 미가입자가 많고 연금 수령액도 적은 탓이다.

기초연금 인상의 효과도 뚜렷하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20년 38.9%를 기록해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다. 다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9년 기준 13.5%)의 3배에 달하는 ‘최악의 노인 빈곤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을 40만원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시민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한국은 중간 계층인 노인조차도 여전히 노후 준비가 미비한 상황이라 당분간 기초연금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은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도 주요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거시 경제 전문가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7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20만원씩 더 주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오이시디는 한국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이고, 지급액을 높이라고 권고한다. ‘선별적 복지’를 강화하라는 얘기다.

“기초연금 오르면 ‘국민연금 회피’ 늘어나”

문제는 기초연금이 일정액을 넘으면 대표 노후 소득 보장 제도인 국민연금의 가입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면 노인 부부 가구가 월 64만원(부부 감액 20% 적용)을 받게 돼, 국민연금 평균 지급액(월 55만원)보다 많아진다. 보험료를 안 내고도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가 생기면, 당장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스러울 저소득 영세 자영업자들은 국민연금에서 ‘이탈’하고 노후 소득은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장기체납을 하거나 납부예외자가 되길 선택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기초연금 지급액을 깎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도 국민연금 장기 가입 혜택을 줄이는 요소다. 국민연금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40만원’이 일종의 임계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은 “애초에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던 사람을 지원하는 공공부조 제도로 시작됐는데, 어느덧 국민연금에 열심히 기여해야 받을 수 있는 돈과 구분할 수 없게 된다”며 “과거에는 기초연금이 적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 필요…재원 방안 못 낸 윤석열

기초연금 인상이 국민연금 이탈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으려면 저소득층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지원책이 필수적이다. 저소득 도시 지역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출산·군 복무 등 사회적 기여에 대해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크레디트 제도 확대, 두루누리 사업 확대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윤 당선자 공약집에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감액을 미세 조정한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약속은 담겨있지 않다. 이런 제도 도입에는 상당한 재정지출이 필요한데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의지를 보이겠느냐는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게다가 윤 당선자 쪽은 기초연금 자체 비용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조차 내질 못하고 있다. 윤 당선자 쪽은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을 실현하는데 5년간 35조4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초연금 예산은 윤석열 정부 5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해서 늘어날 비용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미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20조원을 넘기며 5년 만에 2배나 늘었다. 지급액 확대만큼이나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난 탓이 컸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초연금은 노인들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방안이고, 국민연금은 중산층이 퇴직 후에도 은퇴 전 생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노후 소득 보장은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며 “당장 노인 빈곤이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초연금 인상 공약은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국민연금 약화 문제에 대한 대안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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