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리 "'스물다섯 스물하나' 희도였던 모든 순간 특별"

황소영 기자 2022. 4. 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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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희도로 살면서 모든 순간들이 특별하고 다 기억에 남아요."

배우 김태리(31)가 tvN 주말극 '스물다섯 스물하나' 펜싱 국가대표 나희도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 첫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나희도 표 텐션을 놓치지 않았다. 우렁찬 목소리 속 유쾌한 웃음이 흘러나왔고 특유의 장난기까지 돋보였다.

이번이 두 번째 드라마였다. 데뷔 첫 드라마였던 tvN '미스터 션샤인'이 선배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며 균형감 있게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이었다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김태리의 몫이 컸다. 중심축으로서 얽혀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감정선을 보여줘야 했고 드라마의 성공 여부와 관련해서도 가장 큰 책임감을 가진 자리라 부담감이 상당했을 터. 김태리는 "(스스로에게 끝까지) 버텨낸 것에 대한 칭찬을 해주고 싶다. 버티는 것만큼 힘든 게 없다. 그걸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자평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 11.5%(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 유료가구 기준)로 끝났다.

"너무 감사하다. 진짜 상상도 못 했다.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작품을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상상을 했더라면 연기를 더 재밌게 했을 텐데. 희도가 어떤 일을 해도 다 사랑스럽다고 해주는 든든한 아군이지 않나. 그걸 미리 알았다면 더 재밌게 좋은 장면들을 구성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부분에 집중해 작품을 준비했나.

"희도 자체에 집중했다. 초반에 텐션이 너무 높은 게 아닌지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었는데 그냥 내가 잡은 방향대로 갔다. 그게 맞다고 생각해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것 같다."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만족, 불만족은 잘 모르겠다. 한 작품이 완성되고 그 작품에 대한 만족과 불만족은 말할 수 있겠지만 결말에 대한 건 내가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시청자로서의 입장은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힝."

-희도는 어떤 인물이었나.

"하는 일이 재밌고, 진짜 행복을 알고 그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낼 줄 아는 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돗가 신이 좋았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업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평소 '7전 8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강하고 건강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희도로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모든 장면들이 희도로서 너무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다. 특별히 하나를 꼽자면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을 땄을 때다. 운동선수로서 슬럼프를 겪고 끝내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아닌가. 다만 내가 그때의 감정을 잘 표현했나. 충분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대목인데 그래서 더 희도한테는 특별한 장면인 것 같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김태리가 표현한 나희도가 나온 거다.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내 모습이 많이 녹여져 있다. 새로운 걸 창조하는 것보다는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미 글에 쓰여 있지 않나. 글 속에 표현된 희도가 나랑 이미 닮은 구석이 많더라. 굳이 이 사건 저 사건 생각하지 않더라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희도는 일단 무엇을 하든 진심으로 한다. 그런 면이 예뻐 보이는 것 같다. 나 역시 거짓말, 가식, 가짜를 정말 싫어한다. 뭔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척' '체' 이런 게 너무 싫다. 희도와 닮아있는 성향인 것 같다. 펜싱도 진짜 힘들었는데 재밌어서 했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런 진심이 희도와 닮아 있었다."

-희도가 너무 늦게 어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교복을 왜 이렇게 안 벗냐는 생각은 당연히 들었다. 고등학생으로서 든 생각이 아니라 계절에 대한 생각이 컸다. '왜 아직도 여름이야, 너무 춥다'란 생각이었다. 사실 드라마 배경적으로는 80%가 여름이었지만 겨울에 다 찍었다. 청춘물이라 그런지 물도 너무 많이 나왔다. 진짜 얼어 죽는 줄 알았다."

-30대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10대 여고생 역할이 찰떡이었다. 어려 보이기 위해 노력한 점은.

"말투나 제스처는 진짜 의식하지 않고 했다. 평소 기분 좋을 때 하는 말투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딱히 크게 뭔가를 해야지 그런 건 없었다. 대본을 보고 있는 그대로를 한 것 같다. 피부는 좀 신경을 썼다.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피부과는 가려고 노력했다. '18살의 피부는 만들자' '최대한 가까이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노력했다."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희도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나. 뭔가 배우로서 그 아이를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멋있는 캐릭터고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희도에게 배울 만하다고 생각한 점이 있다면.

"자격지심이 없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아이다. 벌어진 사건 그대로를 생각해 인정할 건 바로 인정한다. 실제 나는 '내가 잘못해서 그래' '내가 그렇게 했으면 안 되지' 등 내 잘못을 엄청 찾는 편이다. 나의 잘못을 찾아서 땅굴을 파는 스타일이다."

-파트너 남주혁과 호흡이 좋았다.

"그간 베테랑 선배님들과 작품을 하지 않았나. 만나서 연기할 때 주고받음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었는데, 주혁이와 연기를 하니 대사를 받아서 치는 재미가 있더라.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닌 같이 하는 부분에서 재미가 있다. 주혁이와 그런 재미가 컸고 둘의 케미스트리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펜싱 선수로 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촬영 시작 5~6개월 전부터 펜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레슨은 항상 오전 10시 반이었다. 펜싱장에 다른 학생들도 있지 않나. 그때가 다른 학생들이 없는 시간이었다. 하루 한 시간 반 동안 했다. 그렇게 매일 레슨을 받았던 것 같다."

김태리
-펜싱을 열심히 하면 허벅지가 굵어진다고.

"그런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펜싱은 한 손으로만 한다. 한 손은 거들 뿐이라 한 손을 자연스럽게 키우게 된다. 칼도 무겁다. 휘두르면서 무게를 지탱하다 보면 전환근이 왼쪽보다 두꺼워진다. 맨날 양쪽을 비교하면서 '좀 커졌는데?' 하는 게 나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실제 이상형은.

"편견 없는 사람이 좋다. (백)이진이는 그런 면에서는 꼰대라서..(웃음) 편견 없는 사람이 대단한 것 같다. 물론 사람이 살아오면서 가치관, 사람을 상대할 때 우선시하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편견 없는 사람이 위대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는다면.

"2부 엔딩을 너무 사랑한다. 이진이와 굴다리 앞에서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둘만 있을 때 몰래 행복하자. 행복 없이 사는 건 말이 안 돼' 이렇게 말해주는 대사와 그 장면, 내레이션까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버텨낸 것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다. 버티는 것만큼이나 힘든 게 없다. 그걸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배우 김태리, 인간 김태리로서 이번 작품을 한 건 잘한 것 같다. 일단 가족들과 지인들이 너무 좋아해 준다. 영화는 촬영 후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지 않나. 주변에서 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드라마를 하게 된 것인데 그분들의 행복감을 채워주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더 좋았다."

-척하거나 체하는 게 싫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작품을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나.

"어떤 영향을 미쳤다기보다 이제 좀 내려놔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내려놨을 때 두려운데 이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이 생각을 많이 한다. 늘 진심인 사람은 너무 힘들다. 특히 배우도 사람인데 어떻게 늘 진심일 수가 있나. 현실적으로 많이 부딪친다. 이 제품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광고하냐. 며칠이라도 써보고 광고를 하겠다고 했다. 아니면 이건 거짓말이라서 못하겠다면서 멘트를 고쳐달라고 했었다. 근데 요새는 이런 부분도 좀 힘에 부친다. 그러면 같이 일하는 사람도 힘들고 아무것도 못한다. 어느 정도는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내려놨을 때 내가 너무 평범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그 지점을 두고 싸우고 있다."

-극 중 고유림 같은 존재가 있나.

"그런 판타지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의지가 되는 존재가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이성간 사랑, 연애 감정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근데 친구 사이에도 사랑이 있지 않나. 연애 감정과는 다르다. 어떻게 보면 연애 감정보다 더 위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도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배우로서 평소 어디서 영감을 얻나.

"영감을 너무 받고 싶은데 영감 잘 못 받는 편이다. 직업 자체가 무로부터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인은 아니다. 텍스트를 받아서 분석하고 거기서 덧붙이는 종류의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감이라는 게 나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가끔 영감을 받을 땐 사람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니 메모장에 적어두곤 한다."

-김태리 하면 단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진짜 단단한 사람인데 그런 만큼 무너졌을 때 최악을 치는 사람이다. '과연 내가 단단한가?' 이런 질문을 종종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있는 사람이지만 무너지면 빛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무너질 줄도 아는 사람이다. 단단한 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내면을 채우는 방법이 있나.

"난 동시에 작품을 못 하는 사람이다. 한 작품을 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되는 게 어렵다. 휴식 시간이 꼭 필요하다. 하루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내일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배우로서의 고민은.

"좀 더 용기를 얻어야 하는 것 같다. 기다리면 올 것 같다. 다시 어떤 인물을 연기하는 것, 또 다른 현장을 만나는 것. 아직은 그런 용기가 없다. 그런 용기를 충전하고 있다."

-사람 김태리로서의 고민은.

"배우로서의 고민과 사람 김태리로서의 고민과 연결되는 것 같다. 연기를 하는 게 큰 스트레스다. 근데 연기를 내 꿈으로 삼고 평생 내 직업으로 삼겠다고 했던 동기는 재미였다. 늘 재밌지 않고 어렵고 그 어려움이 갈수록 더해진다. 내가 작품을 몇 개 더한다고 해서 편해질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을 내가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할까. 내가 하고 싶었던 연기의 재미를 계속 찾아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걸까. 그런 것들에 대한 물음표가 좀 있는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매니지먼트 m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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