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박 무죄, 한기준 유죄"라는 시청자 반응의 까닭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2. 4.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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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윤박, 사진제공=H&엔터테인먼트

아직 상반기이지만 올해 최고의 '지질캐'(지질한 캐릭터)를 꼽아보자면 윤박이 연기한 JTBC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의 한기준이다. 10년 간 사귄 연인을 배신하고도 모자라 바람 난 상대와 초고속 결혼을 하고, 심지어 자신의 지분이 거의 없는 전 연인과의 신혼집용 아파트를 반반으로 나누자고 말하는 뻔뻔함. 과거에 얽매여 아내를 의심하고 몰아붙이다 이기심의 밑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회사 내 주 업무인 칼럼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해 전 연인에게 염치없게 부탁까지 하는, 상식선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캐릭터가 바로 한기준이었다.   

윤박은 그런 한기준을 연기하며 '국민 욕받이'가 되어 각종 밈과 짤의 주인공이 됐다. 허나 시청자들은 한기준은 미워하되 이를 연기한 윤박에 대해선 칭찬을 쏟아냈다. 악역에 대한 변화된 시선도 작용했지만, 캐릭터와 일체화된 윤박의 연기력이 이러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자칫 비호감 캐릭터로 비칠 수 있던 한기준을 윤박은 섬세한 완급 조절과 특유의 익살로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했다.

윤박의 전작 tvN '너는 나의 봄'의 이안 체이스와 비교했을 때 두 캐릭터 간의 간극은 상당하다. 사이코패스 같은 감정이 결여된 비릿한 모습으로 대중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윤박은 '역대급 지질캐' 한기준으로 180도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이러한 그의 스펙트럼 넓은 연기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마저 낳고 있다. 소화하지 못할 캐릭터가 없을 것이란 신뢰를 갖게 한 팔색조 연기 변신은 윤박이란 이름 앞에 자연스레 '믿고 본다'는 말을 얹는다. 

윤박, 사진제공=H&엔터테인먼트

한기준은 그야말로 역대급 '지질캐'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려고 했나요? 

"따로 지질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어요.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잖아요. 지질해 보여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대사하는 것이 아닌 그저 그 인물이 지닌 본성을 갖고 대사를 했어요. 그런 접근이 오히려 기준을 더 지질하게 보이도록 한 것 같아요. 캐릭터 본질에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지질한 캐릭터이긴 했지만 잘못에 대한 인정도 빠르고 솔직한 매력이 있었어요. 윤박 배우가 느낀 한기준의 매력이 있다면요?

"기준이는 자기 할 말은 다 하죠. 그게 나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이야기했을 때 빠르게 수긍할 줄도 알아요. 기준이의 매력은 어디에다 놔도 '쟤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보이는 지점들이에요. 캐릭터성에 대한 여지를 두면 행동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는 인물 같아요. 기준은 팔색조까지는 아니어도 오색조 정도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해요."

한기준의 캐릭터성을 어떻게 파악하셨나요?

"기준이의 본질은 유진이(유라)를 정말 사랑하는 남자라는 점이에요. 갑자기 좀 소름돋네요(웃음). 유진이와의 가정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발버둥 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기준이의 가장 큰 존재 이유가 돼요. 초반에는 그것들을 둘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밖에서 찾다보니 사고도 치고 오해도 생기죠.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바깥의 요인들을 자신에게 찾으면서 둘만의 본질로 다가가 성숙해져요. 유진이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크다는 게 첫 번째예요. 하경이에게 연애 상담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유진이의 일을 자기가 해준다고 해놓고 하경이에게 부탁하는 것도, 유진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잘 진행시키기 위해 한 거라고 이해했어요."

윤박, 사진제공=H&엔터테인먼트

연기하면서 가장 만족했던 장면을 꼽아보자면요?

"하경(박민영)이와의 카페신이요. 그 장면도 사실 100% 만족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나타냈던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하경이에게 '반반 나누자'는 이야기를 했던 대사가 시청자들에게 기준이를 각인시킨 시발점이 된 것 같아요. 덕분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고 관심을 보여주신 것 같아서 그 장면으로 꼽겠습니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던 만큼 연기하면서 얻게 된 것들이 있을까요?

"연기할 때 중요한 게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스스로가 자기 것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없으면 사람들도 몰입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점차 캐릭터에 빠져들면서 자신감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하면서 제 것에 대한 확신을 좀 더 가졌어요."

이번 연기로 시청자들의 칭찬과 욕을 동시에 받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인가요?

"'한기준 죄있어 윤박 죄없어' 이런 반응들이요. 캐릭터와 저를 분리해 봐주셔서 본체는 칭찬해 주시고 캐릭터에 몰입해주실 때 감사하더라고요." 

한기준을 스스로에게 어떤 캐릭터로 남기고 싶나요?

"기준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원형 탈모를 갖게 됐지만 짐은 없어요. 이해하려는 과정에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조금이나마 성장한 거 같아서 사랑하는 캐릭터로 남을 것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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