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KT와 삼성이 수원 개막전
지난 2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와 삼성의 개막전.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티켓 예매는 A사이트, 구단 상품 구매는 B사이트에서 한다. 휴대폰으로 야구 시청은 C포털 사이트에서, 그리고 기록은 D사이트에서 확인한다. 그런데 이따금씩 B사이트가 아닌 E사이트에서 특별한 상품이 나올 때가 있다. 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새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야구팬이 야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3, 4개 사이트에 가입해야 하는 현실이다.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은 이중 어느 것도 KBO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KBO 공식 페이지에도 매일 일정과 결과, 기록이 업데이트되지만 투수의 구속과 구종 등 보다 상세한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D 사이트에 들어가야 한다. 더불어 공식 페이지에 업로드된 경기 영상도 제한적이다. 야구팬 대다수는 TV 방송과 포털 사이트에서 야구 중계와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청한다. 구단이 자체 제작한 영상은 유튜브 구단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제대로 야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모든 게 이뤄지는 세상이다. 보고 싶은 영상, 보고 싶은 뉴스를 휴대폰 알람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도 그렇다. 공식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생중계, 하이라이트, 뉴스, 경기 결과 알람, 그리고 구단 상품 판매까지 모든 게 이뤄진다.

KBO리그는 정반대다. KBO리그 공식 애플리케이션부터 모호하다.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도 즐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몇 년 전 통합 쇼핑몰 KBO 마켓을 런칭했지만 이월된 재고 처리 상품만 가득하다. 구단마다 티켓 판매처가 다르고 상품 판매처도 다르다. 오프라인 접근성은 MLB보다 월등히 나은데 온라인 접근성은 최악이다. 수도권 기준 서울·경기·인천 지역은 대중교통 몇 번, 지방도 KTX를 타고 하루 내에 오갈 수 있는데 온라인은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KBO는 물론 구단들도 플랫폼 통합과 통합마케팅을 두고 수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했다. 하지만 늘 통합이 난제로 다가온다. 사실상 구단 운영 주체인 모그룹에서 반대하면 방법이 없다. 유니폼을 비롯한 의류 계약은 구단마다 계약 종료시점이 다르다. 티켓와 상품 판매는 모그룹과 관련된 업체를 등돌릴 수 없다. 온라인 영상은 소탐대실이다.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당시 눈앞의 몇십억원만 바라봤다가 몇 년을 후퇴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치솟았던 야구 인기는 2016년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곡선이 가파르다. 그렇다고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KBO리그처럼 폭넓은 세대가 공유하는 콘텐츠도 많지 않다. 10·20대 관심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적신호지만 마냥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허구연 신임 총재는 이전부터 KBO닷컴을 통한 통합마케팅을 주장했다. 이제는 총재가 직접 구단마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터치 한 두번으로 KBO리그 모든 콘텐츠를 즐기도록 만드는 게 KBO가 마주한 영순위 과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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