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D '김용선' 대신 '김팔선' 되나

정다운 2022. 4. 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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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공약인데..그래서 첫 삽은 언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 김포 시민의 표심을 잡기 위해 내놨던 GTX D노선 공약으로 출퇴근길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 숙원이 해결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경DB)
윤석열 대통령 당선 효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속도를 낼지 부동산업계 관심이 뜨겁다. 특히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GTX D노선 연장을 두고 수도권 주민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1기 GTX A·B·C 3개 노선을 연장하고 2기 GTX D·E·F 3개 노선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중 GTX D 노선 연장 계획이 눈길을 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내놓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GTX D노선을 김포~인천 검단~부천 구간에서 서울 여의도를 거쳐 용산까지 확장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초 김포에서 하남을 잇겠다던 ‘김하선’ 계획에서 부천까지만 잇기로 하면서 ‘김부선’이라는 빈축을 샀다. 이후 다시 용산까지 노선을 연장해 ‘김용선’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그나마도 기존 GTX B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선로를 공유하는 방식이어서 김포, 검단신도시 주민 반발은 여전했다. 주민들은 “서울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GTX D노선을 연장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본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GTX D노선을 손보고 서울 강남까지 이어간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윤 당선인이 구상한 D노선은 수도권 남부, 동·서 Y자 연결노선이다. 김포~인천(검단·계양)~부천(대장)~부천종합운동장~신림~사당~삼성~하남~남양주(팔당)까지 연장해 이른바 ‘김팔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수서~성남~광주~이천~여주로 분기되는 노선과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인천공항으로 분기되는 노선을 추가해 D노선을 ‘더블 Y자’로 짓겠다고 공언했다. 덕분에 그간 광역교통망 사각지대였던 김포뿐 아니라 GTX D노선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은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GTX D노선이 개통할 경우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은 김포다. 김포는 인구만 약 60만명. 아직 도시개발 사업이 여럿 진행 중이라 2035년에는 인구가 74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아직 철도망이라고 할 만한 대중교통은 2019년 개통한 2량짜리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이 전부. 때문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혼잡률이 285%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탓에 김포시와 시민들은 꾸준히 GTX D노선 신설, 지하철 5호선 예타 면제 등 교통 대책을 요구해왔다. 5호선 연장과 함께 윤석열 당선인 공약대로 D노선이 개통한다면 김포 지역 출퇴근 혼잡률은 한결 해소될 전망이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부천 대장지구에 점수를 높게 주는 이들도 있다. 대장지구는 3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는 지역이었는데 지난해 말 부천~화곡~상암~홍대를 잇는, 이른바 ‘대장홍대선’ 계획이 국회를 통과하며 교통망 확충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민자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지 한 달여 만에 4400억원 국비 지원을 확정했다.

총 1조8689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장홍대선은 3기 신도시인 경기 부천 대장지구에서 서울 화곡동, 상암동을 지나 홍대입구까지 약 18.4㎞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올 상반기 3자 제안공고를 내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르면 2023년 말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는 2028년 개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GTX D노선 계획안이 현실화될 경우 서울 각지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천 검단신도시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이미 검단에서는 신도시 중심부에서 인천 1호선 연장선 공사가 한창이다. 검단신도시에서 인천 1호선 환승역인 계양역을 통해 서울 김포공항역과 서울역까지 30분대에 이동 가능해진다. GTX D노선이 현실화되면 인천 1호선, 공항철도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다.

▶관건은 D노선 착공 시기

▷B·C도 10년 기다릴 판…경제성도 과제

하지만 GTX D노선이 제시간에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기존 GTX A~C노선 사업도 더딘 데다 추가 노선 건설에만 수십조원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D노선 사업에 속도를 내더라도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자 선정 과정에만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윤석열 당선인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이미 착공해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도 계획부터 착공까지 7~8년이 걸렸다. 개통 시점은 오는 2024년 6월이지만, 이마저도 삼성역(2028년 예정)을 무정차 통과하는 ‘반쪽 개통’이다.

A노선은 물론 B, C노선 개통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새로 계획한 D노선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GTX 사업은 10년 단위로 검토되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하는데 지난해 4차 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이 이미 확정된 상황이라 추가 노선 신설을 결정짓기에는 시기적으로도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GTX 노선 신설 계획이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나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포 장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당선인 공약에 따르면 기존 GTX 계획을 엎고 완전히 새로 짠다는 것인데 그러면 노선 준공까지 시간만 더 낭비하는 꼴”이라면서 “2023년 개통한다던 GTX A노선도 5년이 더 늦은 2028년에야 겨우 완전 개통한다는데, D노선이 개통할 때까지 몇 년이고 교통 지옥에 시달리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교통 전문가는 “정부 예산이나 행정력 면에서 기존에 발표한 4차 철도망 계획을 진행하기에도 과부하가 걸린 상태일 텐데 추가 노선을 신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애초에 GTX D노선에 경제성이 있는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A, C노선을 제외한 B노선부터 가뜩이나 경제성 자체가 좋지 않은 점, D 노선은 지난해 이미 ‘강남 통과가 어렵다’고 결론 낸 점 등을 감안하면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통 전문가들 분석이다. 신설 노선 예비타당성 통과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아직까진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지역 주민 교통난 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예타를 통과시킨다 해도 적자가 발생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부분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GTX D노선의 가장 큰 수혜지로 꼽히는 김포에서는 최근 매매 거래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시세보다 5000만원 안팎 저렴한 급매물만 간신히 계약서를 쓰는 정도가 됐다. 장기동의 또 다른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몇 년간 김포 집값이 급등한 것은 맞다”면서도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워진 데다 언제 개통할지도 모르는 GTX D노선 호재가 선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새 정부가 공약대로 D노선 계획에 착수하고, 착공·개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집값이 움직일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3호 (2022.04.06~2022.04.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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