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국 러 수산물 수입 거절에다
- 中 상하이 봉쇄로 물량 넘어와
- 국내 대거 풀리며 일시적 급락
직장인 이모(46·부산 동래구 사직동) 씨는 주말이던 지난 3일 부산 기장시장에서 대게를 평소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당 3만8000원에 구입했다. 이 씨는 “지난 연말만 해도 ㎏당 8만 원까지 값이 나가 사먹을 엄두를 못 내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대게 특판’ 소식을 듣고 시장을 찾았는데 반값도 안 되더라. 찜비 포함해 4㎏을 15만 원대에 사서 가족 친지 등 8명이 배불리 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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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부산 수영구 메가마트 남천점에서 대게가 100g당 45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주말 메가마트 남천점은 100g당 3980원까지 가격을 낮춰 팔았다. 이원준 기자 |
4월 첫 주말이던 지난 2, 3일 대게 물량이 부산 전역에 대량으로 풀리면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평소 ㎏당 8만~9만 원 하던 대게값이 지난 며칠간 4만 원 아래까지 떨어지면서 특판을 진행한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대게 오픈런’을 방불케 할 만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반값 대게’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SNS에는 발 빠른 소비자들의 인증샷도 잇따랐다. 앞서 업계에서는 수입산 대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인상을 예상했으나 실제 가격은 되레 하락한 것이다.
4일 자갈치시장에서 대게 도소매를 취급하는 상인 A 씨는 “최근 4, 5일간 가격이 뚝 떨어졌다. 공급처에서 평소 몇 배 물량을 원래 가격만 받고 넘겼다. 재고는 넘치고, 생물이라 빠르게 소진해야 한다고 했다”며 “특히 중국 물량이 국내로 넘어온 영향이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이마트는 지난 주말 이틀 동안 대게를 100g당 8800원에서 3980원으로 반값도 안 되게 판매해 매출이 2주 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메가마트도 지난달 30일부터 수산물대전을 진행해 대게를 100g당 4580원에 할인 판매한 데 이어 주말 동안 3980원까지 가격을 더 낮춰 팔았다. 메가마트 주말 대게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었다.
대게값 ‘폭락’은 평소의 서너배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중국으로 가야 할 대게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상하이 봉쇄 탓에 우리나라로 넘어왔고, 러시아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면서 국내 공급량이 증가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가격 인상을 대비해 미리 확보했던 재고물량 소진 시기가 맞물리면서 대게값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적체 물량 대부분이 소진되면서 이번 주부터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만큼 예년보다는 낮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5일까지 진행되는 수산물대전이 끝나고 나면 100g당 4980원으로 계획하는데, 이전 가격 5980원과 비교하면 1㎏ 기준으로 1만 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