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눈치 너무 보여" 게임사, 자체 결제 도입 않는 속사정
게임 매출 수수료 인하 효과 기대
하지만 게임사 "3자결제 도입 안 해"
구글 심기 건드리면 이익보다 불이익 커
구글과 애플 등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인앱결제)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자법)’이 시행됐으나, 대다수 게임사는 자체 결제방식(3자결제)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3자결제에 대한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구글과 애플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인앱결제는 소비자가 모바일 앱 내에서 게임이나 음악, 영화 등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 장터 사업자인 구글과 애플의 결제방식으로만 신용카드, 간편결제 등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때 구글과 애플은 앱 개발사가 콘텐츠 매출을 올린 대가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다. 일종의 자릿세다. 수수료 중 일부는 신용카드사 등 결제 파트너에게 떼어주고, 남은 수수료는 앱 마켓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다.
애플은 콘텐츠 종류와 관계없이 앱 스토어 초창기부터 앱 콘텐츠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받았다. 그러나 구글은 앱 장터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게임(수수료 30%) 외 앱에는 3자결제를 허용해 6~10%대의 낮은 수수료를 받아왔다. 그러던 구글이 3자결제를 막고, 인앱결제를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는 이를 플랫폼을 쥔 구글의 갑질로 규정하고, 전기통신사업자법을 개정했다. 인앱결제를 강제하도록 한 구글의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애플에도 똑같이 적용한다. 해당 법은 앱 콘텐츠 결제 방식에 대한 앱 개발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매출의 최고 30%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 인앱결제가 아닌 3자결제로 수수료율을 낮추는 효과도 노린다.
구글은 법 시행으로 이전처럼 앱 사업자의 3자결제를 허용하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수수료율도 법이 기대하는 이전의 6~10% 수준이 아닌 3자결제에 최고 26%를 매기기로 했다. 법에서 수수료율을 따로 정하지 않은 빈틈을 노린 것이다. 앱 사업자가 수수료를 더 부담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게임의 경우 3자결제 도입 시 30%의 수수료가 4%포인트 낮아져, 수수료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 게임업계가 3자결제를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넥슨이 최근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던파 모바일)’의 PC버전에 자체 결제시스템을 도입, 넥슨이 3자결제를 통해 ‘탈(脫)구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3자결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 수수료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지난 2018~2020년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3N이 구글에 낸 수수료는 약 3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26% 요율을 적용하면 줄어드는 금액은 144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수수료 규모를 살펴봤을 때는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했다.
게임업계는 법에서 보장하지만, 구글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3자결제 도입이 어떤 불이익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점도 우려한다. 또 구글 결제 가이드라인은 상당히 엄격해 결제시스템 구축에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구글은 3자결제에 자녀 보호 기능, 가족 결제 수단, 정기 결제 관리 등의 이용자 보호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또 구글 기프트카드와 구글플레인 포인트와 같은 결제 수단 옵션도 사용할 수 없다.
구글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앱 장터에서 앱을 삭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최악의 경우 수년 동안 개발한 신작이 구글 앱 장터에 입점하지 못한다거나 퇴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구글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절대적인 탓이다.
던파 모바일 PC 버전에 자체 결제시스템을 적용한 넥슨도 구글 정책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이용자 편의를 위해 만들었다는 게 넥슨 설명이다. 넥슨 관계자는 “(던파 모바일) PC 버전 결제는 이용자 편의를 위한 것으로 구글의 인앱결제와는 관련이 없다”라며 “PC 버전을 통한 아이템 매출은 모바일 앱을 통한 매출과 비교해 유의미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구글이나 애플에 비해 수수료가 훨씬 저렴한 국내 앱 장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최근 국내 매출이 정체돼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게임업계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 국내 중견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 비중이 80% 수준인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이들 비중이 90%를 넘는다”라며 “해외 진출을 위해 이들의 심기를 건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라고 했다.
☞인앱(In-App)결제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구글·애플 등 앱 장터 운영 업체가 만든 시스템에서 결제하는 방식. 애플은 결제 과정에서 30%의 수수료를 일괄 떼가고, 구글은 최대 30%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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