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분야는 스마트폰과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드는 순간까지 수십 개의 앱을 사용하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앱 시장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앱 시장에서 인앱결제(In-App Purchase) 관련 논의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앱결제란 이용자가 앱 마켓에서 내려 받은 앱에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등을 유료로 구매할 때 앱 마켓 사업자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앱 마켓 사업자는 앱 스토어(애플), 플레이 스토어(구글), 원스토어(이동통신 3사) 등이 있다.
최근까지 구글은 인앱결제를 강제해 온 게임 앱과는 달리, 디지털 콘텐츠 관련 앱에 대해서는 외부 결제를 허용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9월 구글은 웹툰·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 관련 앱에 대해서도 자사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 개발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요금이 이용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 미준수 시에는 앱마켓에서 퇴출될 우려가 존재하는 등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국회는 1년간 논의를 거쳐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법률의 주요 내용은 앱 마켓 사업자에 대해 다음 세 가지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첫 번째는 모바일 콘텐츠 등의 거래를 중개함에 있어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다. 두 번째는 앱 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다. 세 번째는 앱 마켓 사업자가 앱 마켓에서 모바일 콘텐츠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다.
더불어 올해 3월 15일 법 시행에 맞춰 정부는 시행령도 마련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인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행위의 세부 유형을 앱 마켓 이용 및 서비스의 단계별 특성, 다른 결제방식 사용의 직·간접적 제한, 규제 우회 및 사각지대 방지 등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 규정했다.
첫 번째로 앱 마켓 이용·서비스 제한 유형으로는 모바일 콘텐츠 등의 등록·갱신·점검을 거부·지연·제한하거나, 삭제·차단하는 행위와 앱 마켓 이용을 거부·지연·정지·제한하는 행위다. 두 번째는 다른 결제방식 직·간접적 제한 유형으로는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와 절차적으로 어렵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위, 결제방식에 따라 이용 조건을 합리적 범위 내에서 다르게 설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행위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규제 우회 등 방지를 위한 조항으로는 수수료·노출·검색·광고 또는 그밖에 경제적 이익 등으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과하는 행위를 유형화했다.
법이 시행되면 앱 개발사들은 수수료 부담 없이 다양한 결제 시스템을 적용해 앱을 출시하고 이용자도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법 시행에 맞춰 구글은 최근 인앱 결제 외에 ‘개발자가 제공하는 3자 결제’를 도입했다. 그동안 개발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활용했던 아웃링크(앱 내에서 다른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웹페이지로 연결) 외부 결제방식도 금지했다. 인앱결제 수수료는 최고 30%, 3자 결제는 최고 26% 수준이다. 3자결제는 결제 대행업체나 카드사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30% 이상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앱 개발자가 이용자에게 별도 결제 방식을 안내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앱 내에서 다른 결제수단으로 연결될 수 있는 웹페이지에 직접 연결(아웃링크)하거나, 이용자에게 앱 외부에서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도록 독려하는 표현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신 ‘웹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등의 문구만 가능하다는 것이 구글의 입장이다.
결국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취지가 개발자들의 수수료 부담 완화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돌고 돌아 다시 법 제정 이전의 상황이 됐다. 구글은 인앱 결제만 허용하던 것을 3자 결제까지 확대했고, 인앱결제라는 특정한 결제 방식과는 다른 3자 결제방식의 차별이 없으며, 법령상 앱 내 아웃링크 결제 허용이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점에서 적법한 정책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주무 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특정한 결제방식에 비해 다른 결제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위’를 앱 마켓의 금지행위로 추가 규정했다. 이것이 바로 아웃링크 결제방식 등을 안내·홍보하지 못하게 하는 앱 마켓의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이번 구글 정책은 이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법적으로 보면 시행령의 일부 규정이 모법상의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와는 관련 없는 가격 규제에 관한 사항을 정해 위임입법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렵다 또는 불편하다’ 등 주관적인 요건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이슈가 생길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아웃링크 결제에 대해서도 앱 개발자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의도가 분명했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법률에 규정을 도입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거나 외부결제 안내를 불허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결국 구글이라는 사기업의 수수료 규제라는 가격 정책을 정부가 법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우회적인 입법을 시도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규제를 포섭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직접 가격 규제를 하자니 시장경제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과유불급의 상황이 된 것처럼 보인다.
이미 정부가 상대하기에 너무 커진 플랫폼,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이론의 빈곤, 국제적인 규제 공조의 필요성 등 여러 단상들이 교차하는 이슈다. 이제 정부의 법 위반 해석과 집행 그리고 구글의 법적 다툼이 예상되며, 종국적으로는 법원의 판단도 있을 것이므로 향후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