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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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택시'가 크게 늘고 있다. 유지비가 적게 들고 택시 운행 횟수에도 법적 제한이 없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연료 가격 폭등을 계기로 이같은 흐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 택시 신규등록(개인·법인) 대수는 4991대로 2020년(901대)보다 약 5배 뛰었다. 2019년 1018대, 2020년 901대로 1000대 안팎을 오가던 신규 등록대수는 지난해 유독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말 기준 전기 택시 누적 등록대수는 6000~7000대, 택시 총 등록대수는 23만822대로 전기 택시 비중이 3%대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LPG(액화석유가스) 택시 비중이 99%였다. 최근 들어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그 비중이 많이 올라왔다"면서 "앞으로 이 추세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 택시 선호도가 높아지는 데는 저렴한 유지비 영향이 크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이숭균씨(64)는 "(유지비가) 가스비의 절반도 안 나온다"고 했다. 경유와 LPG를 연료로 하는 택시의 경우 유가 보조금을 L당 240원 받는데, 이를 감안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득이라는 것이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택시를 구매하면 최소 5년은 몬다. 유가 보조금을 고려해도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다"며 "최근 정부가 유류비 인하를 연장하면서 유가 보조금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전기차 구매 유인이 다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유류세 인하 정책을 연장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화물차·택시 등에 지급되는 유가 보조금은 유류세와 연동된다. 유류세가 인하되면 덩달아 지원 규모가 주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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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가격이 오르면서 연료비 부담은 더 늘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LPG 가격은 L당 1083원으로 작년 3월 평균인 899원보다 20.4% 상승했다. 지난 2월 말(1049원)과 비교해도 3.2%나 올랐다.

다음달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국내 최대 LPG 수입업체인 E1과 SK가스는 4월 LPG 공급가격을 kg당 최소 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1일부터 LPG 값이 L당 135원 더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가격 기준 12.4% 뛴다.

전기 택시는 내연기관 택시와 달리 의무 휴업제도인 '부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울시 기준 일반 택시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쉬어야 하는 '3부제'를 적용받는다.

반면 전기 택시는 모든 요일 운행 가능하다. 충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보통 자는 시간을 활용하는 만큼 일반 택시보다 운행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찻값 자체는 비싸지만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구매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전기 택시가 늘어나는 요인이다.

전기 택시 보급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가운데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날 기준 서울시 전기 택시 보조금 신청대수는 4113대로 당초 보급된 상반기 물량(1500대)의 2배를 훌쩍 넘겼다. 부산·대구·대전 등 주요 광역시의 접수대수도 공고 물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시장에 선택지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 기아 니로·현대차 코나 EV(전기차)에 한정됐던 전기 택시 시장에 지난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추가됐다. 올해는 기아 첫 다목적차량(MPV) 기반 전기 택시 '니로플러스'도 출시된다.

다만 충전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로 지적된다. 택시 평균 운행거리는 250km고 아이오닉5, 니로 EV 등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00km대다. 이틀에 한 번은 충전해야 해 제대로 충전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영업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만만찮은 배터리 교체 비용도 고민거리다.

강원 원주에서 모범택시를 운행하는 조병수씨(65)는 "서울,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경우 충전소가 마땅치 않아서 아직은 시기상조다. 배터리 교체 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