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신임 카카오 대표. /카카오 제공

남궁훈 신임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는 커머스(상거래) 사업 개편을 본격화한다. 여러 계열사가 각자 운영하는 커머스 사업을 본사 주도로 규합하고 연계해 네이버를 추격하겠다는 게 남궁 대표의 구상이다.

30일 카카오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남궁 대표 선임에 맞춰 새로운 사내 기구 ‘커머스위원회’를 설치했다. 남궁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서정훈 카카오스타일 대표와 김한나 그립컴퍼니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커머스위원회는 커머스 관련 계열사의 전략 수립을 협의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위원회 구성을 보면 본사, 계열사 카카오스타일,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있는 그립컴퍼니의 사업 연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공동체(그룹) 시너지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커머스 사업 개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계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카카오 경영방식에 따라 커머스 사업도 여러 계열사가 분담하고 있지만, 카카오는 지난해 9월 계열사 카카오커머스 재합병을 시작으로 본사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커머스 전략을 바꿨다.

검색포털 파워를 앞세워 국내 최대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한 네이버처럼, 앞으로 카카오 본사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앞세운 커머스 성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커머스 거래액은 네이버가 34조원 이상이었던 반면 카카오는 수조원으로 크게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올해 10조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쇼핑하기’ 등 서비스를 포함한 커머스 플랫폼 ‘쇼핑’은 기존 사업주체인 카카오커머스를 흡수한 본사가 직접 맡고 있다. 카카오톡과 별도 앱으로 서비스되는 지그재그, 그립 등에 대해서도 이제 본사는 커머스위원회를 통해 사업 연계가 가능해졌다. 구체적인 시너지 계획에 대해 카카오는 “앞으로 방향을 정해나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카카오스타일의 대표 서비스인 지그재그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해 동종 업계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고, 다음 달 1일 뷰티 상품을 판매하는 ‘뷰티관’을 출시해 패션 너머로 외연을 확장한다. 지난해 7월 출시한 일본판 지그재그인 ‘나우나우’의 사업 확장도 본격 추진한다.

그립컴퍼니의 그립은 출시 2년여 만에 누적 거래액 1600억원을 달성한 국내 최초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본사 커머스 플랫폼의 입점 판매자를 위한 영업수단으로 그립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립컴퍼니는 일본에서 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벌이고 있다. 향후 미국에서도 한국 그립과 같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