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식 나이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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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남양유업의 임금피크제 나이 계산 방식을 둘러싼 분쟁에서 임금피크제를 만 55세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만 나이를 표준으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고유의 세는 나이를 '코리안 에이지(K-Age)'라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식 세는 나이는 생명과 전통문화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지만 각종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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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남양유업의 임금피크제 나이 계산 방식을 둘러싼 분쟁에서 임금피크제를 만 55세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남양유업 노사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은 채 ‘56세’로 정하면서 발생한 분쟁이었다. 한국인도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표기가 단체협약 문구에 들어가면서 법원 판단도 엎치락뒤치락이었다. 1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율 적용을 만 55세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만 56세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한국은 가장 복잡한 나이 셈법을 가진 나라로 통한다. 한국에서 쓰이는 셈법은 크게 세 가지. 출생과 동시에 1세가 되고 이후 연도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세는 나이’, 출생 때를 0세로 하고 1년이 지나 생일이 되면 한 살씩 더하는 ‘만 나이’, 출생 때를 0세로 하되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더하는 ‘연 나이’가 혼용되고 있다. 노년층은 관습적으로 음력 생일을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연령 계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처럼 다양한 나이 셈법은 곳곳에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연령 기준 규제에 나이는 분쟁을 만드는 단골 메뉴다. 최근엔 백신 예방접종과 청소년 방역패스의 기준 나이가 혼선을 빚기도 했다. 공공기관 서류 앞에서 헷갈리는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만 나이 계산기’를 찾을 정도다. 만 나이를 표준으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고유의 세는 나이를 ‘코리안 에이지(K-Age)’라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식 세는 나이는 옛 고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과거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됐으나 100여 년 전부터 폐지 수순을 밟았다. 중국도 문화대혁명 이후 세는 나이를 쓰지 않고 있다. 세는 나이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식 세는 나이는 생명과 전통문화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지만 각종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세는 나이 대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 사용으로 법적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식 나이 기준을 일원화해 법적·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도 새 정부의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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