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빗장풀린 중고차시장…'무한경쟁' 전운

등록 2022.03.25 10:39:4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입이 가능해지며 연간 250~270만대(약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중고차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25일 현재까지 중고차시장 진출의사를 밝힌 대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렌탈을 자회사로 둔 롯데그룹이며, SK렌터카를 운영하는 SK그룹 역시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사업…2024년 5.1% 점유율 제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수입차 업체와의 경쟁 등을 이유로 중고차시장 진입이 절실했던 현대차는 대기업들 중 가장 먼저 중고차 사업 청사진을 공개했다. 다만 현대차는 중소사업자들과의 갈등을 우려,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중고차사업방향을 공개하고 중소사업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5년, 10만㎞ 이내의 자사 차량 중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인증중고차사업을 해온 벤츠와 BMW 등 수입업체들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판매대상 범위를 벗어난 차량이 소비자로부터 접수되면 경매 등의 공정한 방법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중소사업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올해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키로 했다.

현대차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구현된 브랜드별 중고차 매매 플랫폼과 전국 주요 거점 대규모 전시장도 마련한다.

특히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를 구매할 때 할인해주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에 나선다. 자체 시스템 등을 통해 차량 성능·상태와 이력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정한 가격으로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할인도 제공, 원스톱 중고차 처리·신차 구입을 가능케 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기아는 기존에 '오토벨'을 운영하며 중고차 도매사업을 해온 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현대캐피탈과도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렌탈, 2025년 점유율 10% 목표

국내 렌터카업계 1위 롯데렌탈은 지난 18일 중고차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2025년까지 전체 중고차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진출 대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목표다.

롯데렌탈 대표이사 김현수 사장은 "중고차 B2C 플랫폼 진출을 포함해 이동관련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재판매 및 DB 금지



롯데렌탈은 올해 하반기 중고차 B2C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경매장을 통해 이미 연간 중고차 5만대를 도매로 판매하고 있는 만큼 이번 B2C 플랫폼 진출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중고차 전체 시장 점유율의 10%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의 중고차 경매장 '롯데오토옥션'은 롯데오토옥션은 1회 1500대의 경매가 가능하며, 단일 규모 최대를 자랑한다.

롯데렌탈은 중고차시장 진출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온라인으로는 중고차 판매·중개·렌탈은 물론 그간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중고차 인증과 사후 관리까지 가능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쇼룸·시승·정비 체험 등이 가능한 멀티플렉스 매장과 연계, 더 많은 고객 경험을 창출할 방침이다.

렌터카업계 2위 SK렌터카 역시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렌터카 사업의 특성상 사용연한이 지난 중고차 매물이 꾸준히 나오는데다 과거 SK그룹이 'SK엔카'를 통해 중고차 시장을 주도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SK그룹이 과거 중고차 판매업 적합업종 지정 후 매각했던 중고차 사업은 현재 '케이카'와 '엔카'로 현재 중고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SK가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강점을 갖고 있고, 최근모빌리티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도 중고차 사업 진출의 시너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카 등 기존 업체, 긴장감·불안 '교차'

비대면 판매·자체인증·환불제도 등을 도입, 기존 시장을 주도해온 케이카·엔카·오토플러스 등 기존 주요 중고차 판매업체들은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여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경쟁 심화에 대해 긴장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업계는 중고차 판매업계 1위인 케이카의 시장점유율이 4% 수준이고, 현대차는 2024년까지 10%에 못미치는 점유율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사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보고서를 내고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케이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의 중고차업 진출 절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2.03.22.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의 중고차업 진출 절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2.03.22. [email protected]


반면 제대로 된 플랫폼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영세 중고차업체들은 심각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현대차와 기아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자동차 매매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며, 30만 자동차 매매업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형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자동차 관리 사업자 등록증 반납하고, 중고차 경매 불참 등의 집단 행동에 나서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독점적으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해온 수입차업체들 역시 현대차·기아 등 국산차업계의 시장 진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중고차 판매 전략을 수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