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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받으면 추가 PCR검사 없이 확진자로 인정되는 첫 날인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이비인후과 병원이 검사 받으려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03.14. |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이비인후과.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병원은 꽉 차 있었다. 앉을 자리가 부족해 일어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였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매일 150명 안팎이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지난 14일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로 양성이 나오면 추가 PCR(유전자 증폭) 검사 없이도 확진자로 인정해주기 시작하면서 동네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PCR 검사는 결과 통보까지 하루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병원 신속항원검사는 결과가 금방 나오는데다 곧바로 처방도 받을 수 있어 지난 14일 이후 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전에 병·의원 1곳당 하루 평균 신속항원검사 건수는 50건이었다. 이제는 지역과 병원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하루 평균 150명 이상의 신속항원검사를 소화하는 병원이 부지기수다. 서울 서초구 한 내과 관계자는 "내원자들 열 중 아홉은 신속항원 검사자"라며 "하루에 300명 정도를 받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병원 업무는 초과상태다. 양천구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오전 검사자 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점심시간도 반납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며 "병원이 확진자도 직접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보고해야 해 밤 시간이 다 돼야 일이 끝난다"고 말했다.
워낙 확진자들 내원이 많다보니 일반 진료자와 신속항원검사자들이 한데 섞여 내원자간 전파 위험이 높다. 병원 의료인들의 감염 위험도 당연히 높다. 검사를 할 의사가 한명인 병원일 경우 본인이 감염되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병원으로서는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신속항원검사를 하고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는 '즐거운 비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금 신속항원검사 의사들 초대박'이라는 글이 화제가 됐다. '신속항원검사 덕에 병원 하루 매출이 1000만~2000만원'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실일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할 경우 진찰료와 신속항원 검사료, 감염예방관리료 등을 합해 건당 5만5920원의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를 받을 수 있다. 10명까지는 건당 6만5230원을 받을 수 있다. 하루 200명을 신속항원 검사하는 병원일 경우, 검사로만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병·의원의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수입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 가운데 한의사들도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2만7000명 한의사 일동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특정직역의 눈치만 보고 있는 방역당국의 우유부단함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지금 이 시각부터 한의사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본격 시행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일단 정부는 한의원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확진 판정을 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22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역당국의 무책임한 결정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국민의 건강과 편익증진을 위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수가를 인정하지 않아도 신속항원검사를 강행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단 질문에 홍 회장은 "당연하다"며 "(신속항원검사가) 모든 병원으로 확대된 만큼 우리도 미루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우리에게 부여된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