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줄이려는 빅뱅크… 尹 “LTV 80% 완화”에 부실 우려 고개

◆기사 게재 순서

① “중·저신용자 모십니다” 카뱅·케뱅·토뱅, 다급해진 이유는

② 리스크 줄이려는 빅뱅크… 尹 “LTV 80%”에 고개드는 부실 우려

③ 인뱅·규제에 고민 깊어진 저축은행… 저신용자 대출 ‘적신호’?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수익성 확대에 한계를 느낀 은행권이 우량한 중·저신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우량한 중·저신용자를 누가 더 확보하느냐에 따라 대출 전쟁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중·저신용자 확보는 필수지만 이들 대출을 늘리면 늘리수록 부실채권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져 관건은 부실 리스크 관리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80%까지 완화한다고 밝혀 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가계대출 부실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저축은행이 메인 플레이어로 뛰었던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을 인터넷은행에 이어 시중은행까지 노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 규제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 강화하는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을 가계대출 규제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혀서다.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역시 확대하고 있지만 대기업 대출 시장은 이미 대형은행들이 선점해 있고 수익률이 낮아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중·저신용자 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CSS 고도화로 우량한 중·저신용자 확보”

실제로 올 들어 시중은행들은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머니S가 은행연합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인터넷은행 3사를 제외한 국내 15개 은행이 올 1월 신용등급 5~6등급인 차주에게 평균 6.80%의 신용대출 금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15개 은행이 제공하는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금리가 6~7%인 대출 비중은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평균 5.3%에 그쳤지만 올 1월 8.8%까지 치솟았다. 이는 15개 은행이 1년새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평균적으로 3.5%포인트 확대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서도 부실화 가능성을 낮춰야 하는 게 핵심 과제다. 상대적으로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의 유입이 많아지면 부실채권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선 중·저신용자 중에서도 상환능력이 큰 차주를 선별해내야 하는데 CSS(신용평가모델)가 그 척도가 된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대출을 확대하면서도 부실화 우려를 최소화해 고신용자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받아 이익을 낸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선 정교한 CSS가 필요하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 범위를 우량 차주에서 신용등급 7·8등급인 저신용 고객까지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으로 고객들의 통신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CSS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음식주문 배달 플랫폼인 ‘땡겨요’를 출시해 소비자, 자영업자, 배달라이더 등 씬파일러로 분류되는 고객들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 정교한 CSS를 구축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비대면 중금리 신용평가모형에 통신료 납부정보, 연체이력 등을 활용한 통신정보를 적용했다. 하나은행은 기존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신용정보에 당행의 입출금 통장의 거래내역 등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모형을 지난해 12월 개발했다.
리스크 줄이려는 빅뱅크… 尹 “LTV 80% 완화”에 부실 우려 고개

LTV 완화에 코로나 대출 지원 청구서까지

이처럼 시중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속에서도 부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올 5월 들어서는 새 정부가 LTV,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가계대출 총량관리 등 각종 대출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보여 부실 리스크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LTV 80% 완화 등을 비롯한 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워왔다. 이에 새 정부는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미 불어난 가계빚이 가계대출 규제 완화로 인해 더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다. 가계빚이 늘어날수록 부실 리스크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빚은 지난해말 1862조653억원으로 5년새 519조5385억원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중개업소 사이에선 올해 집값 하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내주는 것은 부담이 따른다는 게 은행권의 반응이다.

즉 빚을 내서 집을 구입하는 영끌족이 늘어나면 가계빚 급증으로 이어지고 집값 하락 시 가계와 은행에 부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우려다. 소득 등 명확한 기준을 기반으로 LTV를 완화하지 않으면 대출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LTV를 완화하더라도 DSR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 무분별한 대출규제 완화는 차주 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9억원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현재 LTV 최대 한도(40%)까지 3억6000만원의 주담대를 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받았다고 가정하면 연 4% 금리 적용 시 월 원리금은 171만8695원이다.

LTV를 80%까지 상향하고 연 6%의 금리를 적용하면 월 원리금은 431만6764원으로 약 260만원이 늘어난다. 월 원리금 증가액이 중소기업 근로자 월 소득(259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계가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와 원금이 늘어날수록 가계부채 리스크는 커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새 정부는 그 동안 만기 연장된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 문제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등 코로나 대출 지원이 4차례 재연장되면서 차기 정부에 청구서가 이연된 상태다.

잠재부실 누적 문제로 은행권은 8760억원의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고 해 CSS를 개선하려고 보니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엄격한 전업주의 원칙으로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에도 제한이 있어 부실 리스크를 온전히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형국”이라며 “코로나 대출 지원 연장과 LTV 완화 등으로 예상되는 빚 폭탄을 어떻게 감당할지 논의가 우선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