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흔적 지우는 윤석열… 국민청원도 사라지나

尹, ‘청와대 이전’ 등 文 정부와 차별화 행보
신율 교수 “정권교체 돼 폐지한단 비판, 적절치 않아”
인수위 측 “국민청원 관련 논의 중인 것 전혀 없어”

기사승인 2022-03-22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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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흔적 지우는 윤석열… 국민청원도 사라지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임형택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었던 국민소통 플랫폼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

문 정부는 2017년 8월19일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기조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개설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민청원 격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청원은 하루 평균 33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700건 이상의 청원글이 올라올 만큼 국민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사이버 성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 입양 가정 학대로 숨진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 등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공론화되면서 관련 입법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일(5월9일) 한 달 전후로 게시판 운영이 중단될 것으로 보는 여론이 우세하다. ‘청원 등록 후 30일 내 20만 명 동의 시 답변’이 기본 원칙인 만큼 문 대통령이 물리적으로 답변 가능한 시한인 탓이다. 윤 당선인이 이를 이어가지 않는 한 게시판 운영 종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 만큼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전임 정부가 만든 ‘위더피플’을 폐지하진 못했지만 답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실제로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위더피플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이 당선 전부터 문 정부를 향한 공세에 집중한 만큼 국민청원 게시판을 이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20일 인수위 출범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도 ‘문 정부 흔적 지우기’의 일환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를 두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빌 클린턴 정부의 정책은 무조건 배척했던 이른바 ‘ABC(Anything But Clinton)’에 빗대기도 했다. 배재정 민주당 비대위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부시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ABC에 집착했다”면서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집착,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막가파식 결정은 문 정부와의 차별화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국민청원 폐지에 관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트위터에서는 “청와대에 있으면 국민과 소통하기 힘들다고 이전한다더니, 소통 창구로 이용되는 국민청원은 종료한다”, “국민청원 없어지면 앞으로 답답함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등 국민청원 게시판 폐지를 아쉬워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반면 “선택적으로 답변하던 국민청원은 폐지하는 게 맞다”, “폐지돼도 상관없다. 국민청원은 하고 싶은 말에만 답변해서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하는 곳이었다”, “윤 당선인이 없애는 게 아니라 종료되는 것이다. 굳이 재개할 필요도 없다” 등 폐지를 찬성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서 국민청원이 없어진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고 분명히 해뒀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국민청원을 통해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이슈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은 있었다. 다만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준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 윤 정부에서 국민청원을 이어간다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행정부 소관이 아닌 일은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창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에서 국민청원과 관련된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본지에 “논의 중인 게 전혀 없다”며 “국민청원 관련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반적인 검토가 시작된 단계라 결정된 바가 없다. 심지어 어느 분과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할지 결정조차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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