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작업 루틴] 황재근 디자이너, 실패에 익숙해지되 도전은 계속할 것!

파이낸셜뉴스 2022. 3. 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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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는,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예술가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이들이 반복하고 있는 사소한 삶의 루틴을 통해 특별함의 비결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 가면 디자이너로 대중에게 알려진 황재근 디자이너가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삶의 루틴을 시작했다. 지난 2011년 온 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3’ 출연에 이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올스타’에서 우승까지 거머쥔 황재근 디자이너. 독보적인 실력은 물론 재치 있는 입담과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매력으로 패션계를 접수함은 물론, 방송계까지 섭렵하며 삶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복면가왕’ 가면 디자이너 일을 마무리 짓고,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지만, ‘디자이너’라는 틀은 변하지 않았다. 국세청, 문체부와 홈쇼핑과 손잡고 강연에 방송 활동까지. 다방면으로 바쁘게 활동 중인 황재근 디자이너를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디자이너 황재근의 일상 루틴부터, 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황재근 디자이너의 루틴, ‘디테일한 워밍업’

황재근 디자이너의 일상은 어떨까? ‘옷’으로 시작해 ‘옷’으로 끝날 것 같지만, 그는 일과 휴식을 철저하게 분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행동의 초점은 ‘디자이너’의 삶에 맞춰져 있다. 디자이너로서 ‘잘’ 살아갈 수 있게 스스로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일은 작업실에서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지만, 삶을 들여다보면 모든 순간은 디자이너 자체였다. 누군가에게는 휴식 시간으로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는 디자인에 관한 영감을 떠올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커튼을 열어요. 암막 커튼을 치고 자기 때문에 몇 시 인지 감이 안 오거든요. 핸드폰으로 시간과 날씨를 체크한 후 창문을 열고 커피를 갈기 시작하는 게 보통의 아침 루틴이에요. 날씨에 따라 커피 종류를 고르는데 맛이 겹치지 않게 각각의 통에 준비해 둬요. 날씨가 좋으면 아이스 커피를, 반대의 경우에는 데운 우유를 넣은 라테나 밀크티를 마시지만, 순서만 바뀔 뿐 두 가지는 꼭 먹고 아침을 시작해요.(웃음) 그리고 커피를 내리면서 오늘 할 일에 대해 차근히 생각해나가요.

일정이 있는 날에는 전날 밤에 입을 옷을 다 골라놓는데 거울 앞에 신발부터 양말까지 스타일 세팅을 해놓고 잠자리에 들죠. 보통 사무실, 미팅, 시장조사 등의 장소나 일에 따라 옷을 선택해요. 사무실은 집에서 5분 거리지만, 나가면 또 커피숍에 가요.(웃음) 그리고 물 있는 곳을 걸으면서 분위기를 환기해요. 주로 팝,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같은 음악을 듣고 작업이 잘 안 풀릴 때는 찬송가를 듣죠.

이렇게 음악을 듣거나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풍경, 전시회 등을 통해서 디자인에 관한 거의 모든 영감을 떠올려요. 하지만 일이 밀려있거나 바쁜 날엔 모두 스킵이고 옷에 파묻혀 있죠.(웃음)”


디자이너에서 뻗어나가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삶, 마인드맵 비결은 ‘도전’

황재근 디자이너는 ‘프로 방송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3’를 기점으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 혼자 산다’, KBS2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 방송인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형성하고 있는 것. 디자인과 관련된 것이라면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것에도 긍정적이라고 밝힌 그는 스무 살 남짓 홍익대학교 도예과 재학 시절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시기가 큰 자산이 됐다고 전했다.

“흙 만지는 것도 재미있는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색감을 선택하는데 제한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가 패션이란 걸 알게 됐죠. 그런데 바로 학교를 그만둘 수 없어서 일단 군대에 가기로 했어요. 당시 교수님께서 학교에 계속 다니기를 권유하셨죠. 메이크업할 때 기초가 되는 파운데이션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씀이 큰 도움이 됐어요. 미대여서 배워야 할 게 많았고, 주말에는 쉬지 않고 일했는데 그때 해본 것들이 외국에서 학교 다닐 때도,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데도 기반이 됐다고 생각해요.”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가 항상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은 흥미로울 수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이너의 친숙함을 높였고, 다방면의 활동 영역 안에서 창작물들을 계속 선보이고 있기에 대중은 높은 퀄리티의 디자인을 계속 접하고 있다. 황재근 디자이너는 올해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 예정이다.

“최근에 문체부와 한류 프로젝트 작업을 진행했어요. 한국 전통 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의 의상과 가면을 제작했는데 전통 의상이 꼭 한복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새롭게 해석해봤어요. 이렇게 저만의 방식으로 작업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적으로 압도시킬 수 있는 옷을 만들 때 만족스러워요. 항상 뭐든지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걸 좋아하는데 올해는 좋은 기회가 있으면 무대 의상을 만들고 싶어요.”


성공 위해 써야 하는 가면? 필요한 건 ‘민낯’

황재근 디자이너에게 ‘성공하기 위해 썼던 가면’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그는 가면을 쓰는 대신 가면을 벗는 쪽을 택했다. 자신을 잘 파악한 뒤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삶을 대할 때 매력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또 그는 누구나 장단점을 지니고 있고 그 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장하거나 퇴보할 수 있다고 전하며 “티피오(T.P.O)처럼 용도에 맞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 하는 사람 중에서 거울 보듯이 나를 잘 못 보는 경우가 있어요. 저 역시 제 생각을 우선으로 밀고 나갔던 적도 있지만,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긍정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즉, 경험을 많이 하면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것도 자신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돼요. 하지만 남이랑 자신을 비교하는 건 경계해야 해요. 비교하더라도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다운그레이드되는 경우를 자주 보거든요.”

각종 미디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황재근 디자이너 역시 그런 인물 중 한 명이다. 실력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기에 언제 어디서나, 진로에 관한 고민 상담을 많이 받고 있다. 그는 꾸준하게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으로 ‘시간’을 꼽았다.

“판사, 의사와 마찬가지로 디자이너 또한 단번에 되기 힘들어요. 전문직은 커리어가 정점으로 갔을 때 완성되는 것 같아요. 조급하면 안 되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요. 저 역시 실패에 익숙하죠. 대학 시절부터 계속 도전했고, 실패도 많이 했어요. 지금도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면 첫 번째 만든 작업물은 실패한다고 생각하고 도전해요. 그렇게 실패를 반복할수록 정제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되죠.”

끝으로 황재근 디자이너는 올해 목표로 ‘건강’을 꼽았다. 이 역시 디자이너의 삶을 잘 이어 나가고 싶은 바람에서 생긴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팬데믹이 지나가면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설치 미술의 개념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시회에 있는 모든 걸 제 손으로 만들고 싶어요. 황재근의 공간이 되는 셈이죠.”

세계 3대 패션스쿨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의 최초 한국인 졸업생이자 서바이벌 패션 프로그램 우승자 출신인 황재근 디자이너.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운영, 방송 활동까지 언제나 대중의 곁에 있는 그에게 자신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부족한 게 많은, 언제나 B 마이너스인 사람’이라고 의외의 대답을 했다.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는 겸손한 답변에서 그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byh@fnnews.com 백융희 기자 사진=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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