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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도 "쉽지 않다"…주식 양도세 폐지 '산 넘어 산'


입력 2022.03.20 06:00 수정 2022.03.18 16:14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尹 자본시장 공약 중 '최대 쟁점' 떠올라

법안 처리 난망…'천만개미' 여론도 변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증권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자본시장 핵심 공약인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는 등 실제 이행까지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20일 대선 공약집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개인투자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향후 주식 양도세 폐지 등의 경제 공약을 구체화할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부터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대한 금융소득 과세가 시작되기 때문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관련 세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현재 주식 양도세는 한 종목을 10억원어치 이상 보유하거나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식 지분율 1% 이상일 경우 매매 차익에 부과된다. 전체 투자자의 2% 가량이 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주도로 이뤄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는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 차익을 얻은 모든 투자자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5000만원 이하는 비과세되며 5000만원~3억원은 20%, 3억원 초과는 25%가 부과된다.


새 정부가 공약대로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려면 소득세법 개정을 서둘러야 하지만, 국회 지형을 보면 녹록치 않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172석의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차기 정부는 임대차3법,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며 "주식 양도세 폐지는 정치권의 전격적인 합의 없이는 개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부자감세'라는 반대 여론도 넘어야 한다. 윤 당선인은 고액자산가의 부담을 줄여 이른바 '큰손' 자금이 국내 증시에 머물도록 해서 주가부양을 하겠다는 구상인데,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양도소득세 폐지는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공약"이라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이재명 전 대선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자 감세 반대'라는 6글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양도세폐지 운명 결국 '개미의 힘'에 달렸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주식 양도세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이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면 국회도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 당장 정치권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미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시장 정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대주주의 기준'이나 공매도 금지 기간 등 기존 정책을 갈아치운 것도 개미의 힘이었다.


당초 정부가 국내 주식으로 2000만원 넘게 번 투자자에게 양도 차익 20%를 세금으로 물리는 방안을 들고 나왔으나 동학개미들이 "주가가 빠진다", "사실상 증세"라며 반발하면서 5000만원 이상 번 사람에게만 과세하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증권가에선 자본시장 정책이 정치권 이슈로 불거지는 것 자체를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주식양도세 부과가 시작된다는 가정 아래 고객관리 전략을 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은 고객 자산관리 차원에서 절세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양도세 이슈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시장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치권이 관심을 갖고 교통정리를 빨리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 양도세 폐지가 개인 투자자 유치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보유 기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주식 양도 소득세율을 장기투자자에게 우대 적용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전배승 연구원은 "예정대로 2023년부터 거래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부과될 경우 개인 투자자의 신규 자금 유입과 증시 활동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적으로 주식 장기보유에 대한 인센티브(양도세율 인하) 방안 등 보완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 양도세 폐지가 이뤄지면 국내 주식시장 투자 유인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면서 "개인 투자자가 양도소득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패턴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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