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우리 동네에 이슬람 시설 절대 안 돼"…잇따르는 갈등 해법은

송고 2022년03월19일 08시00분

세 줄 요약

A씨는 19일 연합뉴스에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예배만 조용히 드리다 가는데 오해하시는 것 같다"며 "처음 정착한 경기 부천에는 이슬람 사원이 없어서 인천 부평으로 이사했을 정도로 기도는 내 삶의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슬람인들은 혐오 시설이 아닐뿐더러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거부하는 일부 단체의 의견과 부딪히고 있다.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이상서
이상서기자

국내 무슬림 20만여 명…韓-중동 교류 늘면서 계속 늘어

"이슬라모포비아 지나쳐…오해 해소 방안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캠핑장이나 기도실이 혐오 시설은 아닌데 말이죠."

2000년 사업차 한국을 찾은 뒤 20년 가까이 인천에서 사는 파키스탄 출신 50대 A씨는 최근 들어 모스크(이슬람 성원)를 찾는 일이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5일 오후 서울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무슬림들이 예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5일 오후 서울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무슬림들이 예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슬람 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국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A씨는 19일 연합뉴스에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예배만 조용히 드리다 가는데 오해하시는 것 같다"며 "처음 정착한 경기 부천에는 이슬람 사원이 없어서 인천 부평으로 이사했을 정도로 기도는 내 삶의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는 중동 출신 사업가와 유학생 등이 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식은 악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슬람 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슬람인들은 혐오 시설이 아닐뿐더러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거부하는 일부 단체의 의견과 부딪히고 있다.

◇ 경기도에서, 대구에서…무슬림 시설 향한 적대적 시선들

시민단체 국민주권행동 등은 경기도 연천군에서 이슬람 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주권행동 제공]

시민단체 국민주권행동 등은 경기도 연천군에서 이슬람 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주권행동 제공]

지난 17일 시민단체 국민주권행동 등은 경기 연천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군사적 요충지에 이슬람 캠핑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며 "주민들이 누릴 삶의 질 보호와 국가 안전, 지역정체성 보전 등을 위해서라도 공사 인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경기 연천군 신서면에 7천여 평 규모의 이슬람 캠핑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지역 상권 악화와 치안 악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관련 시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대구 경북대 서문 인근 한 주택가에도 연면적 245.14㎡(약 74평) 2층 건물 규모로 이슬람사원 건립이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반발했다.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대구 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건축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소음 발생 등에 따른 주민 불편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슬람 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의 중고차 최대 수출 지역인 중동 국가에서 온 사업가와 유학생, 다문화가정 등이 늘면서 이들이 이용하는 예배소도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 이슬람 국가 간에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생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수정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의 '한국 내 모스크 분포와 이용에 대한 현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76년 서울 이태원 이슬람 성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소규모 무살라(기도실)를 포함해 최소 150개의 성원이 세워진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학계에서는 현재 국내 무슬림을 약 20만 명으로 추산한다.

◇ "무슬림 혐오, 오해와 선입견에서 비롯…해소 방안 마련해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앞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앞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는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해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 시설뿐 아니라 앞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울산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의 기저에는 '이슬람인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있다"며 "그러나 4년 전 비슷한 논란을 겪었던 제주 예멘 난민 역시 지금은 별문제 없이 잘살고 있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편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성원 대부분이 주택가에 자리 잡아 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도 과장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 내 모스크 분포와 이용에 대한 현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국내 이슬람 성원 55곳 가운데 65.6%(36개소)가 낙후된 상업지구나 재개발지구, 교외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갈등을 빚은 연천군의 이슬람 캠핑장 부지 주변에도 주택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관계자는 "과거 군부대 훈련장으로 쓰였던 해당 부지는 현재 공터로 방치된 상태"라며 "200m 반경에 주택은 두 채뿐이고, 그나마도 상주하지 않는 곳"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음이나 비산먼지 발생 등을 근거로 공사 중지를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지만, 주변에 인적이 없으니 피해 본 이도 없다"며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사에 중지 명령을 내릴 순 없다"고 밝혔다.

이제라도 관련 집계나 연구 등을 시작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인구주택총조사의 종교 항목에서 이슬람교가 빠진 탓에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별 분포나 출신 국가, 연령대 등 정확한 통계부터 확보해야 막연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제보

핫뉴스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오래 머문 뉴스

    랭킹뉴스

    D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