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강소기업] (44) 이파피루스, 자체 개발 SW로 대박..글로벌 M&A도

입력 2022. 3. 17. 21:39 수정 2022. 3. 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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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강소기업](44)

이파피루스?

생소한 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센트럴투자파트너스, 하나벤처스, 에이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 총 9개 투자사로부터 25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게다가 올해 초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아티펙스(Artifex Inc) 지분을 100% 인수하기도 했다. 아티펙스는 구글·어도비·HP·교세라 등 글로벌 프린터 제조업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에 전자 문서 소프트웨어 엔진 라이선스를 공급하는 회사다.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 1993년에 설립된 유명 글로벌 소프트웨어업체 인수에 성공, 눈길을 끌고 있다.

IB(금융투자)업계가 이 회사를 주목한 이유는 여럿이지만 그중에는 빼어난 영업이익률도 있다. 김태규 에이벤처스 부사장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살아남으면서 계속 매출 성장을 해오고 있고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파피루스는 2020년 매출액이 66억원인데 영업이익이 28억원일 정도로 이익률이 뛰어나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는 이파피루스 매출액만 93억원, 영업이익 34억원, 아티펙스를 합친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액 19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도 뚜렷하다. 회사 측은 올해 연결 기준 매출 목표를 25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희 이파피루스 대표
▶이파피루스 어떤 회사

▷PDF 변환 SW 발군

이파피루스는 소프트웨어 회사 치고 꽤 전통이 있는 기업이다. 김정희 대표가 2004년 설립했다. 2000년대 초반 김 대표는 지금은 한 식구가 된 아티펙스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다 닷컴 버블 이후 전자 문서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2004년 3월 실리콘밸리에 있는 지인의 스시 식당 뒤 작은 사무실을 빌려 창업했다. 같은 해 5월 한국에 들어와 이파피루스를 설립, 직원 3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 필기 재료(일종의 종이)인 ‘파피루스’를 전자화하겠다는 뜻을 담아 ‘E(전자)’와 파피루스를 합쳐 사명을 지었다.

이파피루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파일, 이를테면 ‘아래아한글’, MS워드, JPG파일 등을 PDF로 쉽게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사업 초기에는 개인 PC용으로 출시했다 인지도가 낮다는 점, 영문 버전 영어 설명서가 상당히 어렵게 쓰여 있다는 점,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고전했다. 그러다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서버 시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서서히 사업 기회가 열렸다. 2005년 출시한 서버용 솔루션인 ‘PDF 게이트웨이(PDF Gateway)’는 서버에서 다양한 포맷의 문서를 PDF로 자동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인데 마침 당시 기업들의 1세대 디지털 전환 시기라 큰 호응을 얻었다.

두 번째 회사 도약의 전기는 2014년에 마련됐다. 국내 최초로 HTML 뷰어 솔루션인 ‘스트림닥스(StreamDocs)’라는 문서 스트리밍 제품을 선보였는데 지금까지도 반응이 폭발적이다. 스트림닥스는 문서 보안을 유지하면서 다운로드 없이 언제 어디에서나 문서를 즉시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유튜브가 동영상 재생기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어디서나 영상을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김 대표는 “이파피루스를 국내 PDF, 문서 뷰어 시장에서 명백한 1위로 만들어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파피루스는 AI 기반 신성장동력으로 산업용 모터 수명을 모니터링해주는 ‘모터센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파피루스 제공)
▶영업이익률 높은 이유는

▷자체 기술력,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통상 대부분의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는 용역 기반 사업을 한다. 원청 회사가 소프트웨어 사업을 발주하면 회사에서 사람을 보내거나 시스템을 원격으로 구축해주는 식이다. 예산이 정해진 사업에 입찰해서 매출을 올리다 보니 많은 영업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파피루스는 다르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판매가 주력이다. MS워드처럼 이파피루스 소프트웨어를 쓰려면 시스템을 깔고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파피루스가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보니 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꼭 필요한 기능만 쓸 수 있게 제품을 단순화한 것도 영업이익에 효자로 작용했다.

김정희 대표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다 보면 각 회사에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이런 요청에 하나둘 응하다 보면 용역 사업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래서 유지관리에 불필요한 비용이 소모되지 않도록 제품 기능을 최대한 단순화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끝에 ‘스트림닥스’ 같은 기업용 히트 상품이 나올 수 있었다. 스트림닥스 성공 후 국내외 경쟁 제품 대비 높은 성능과 가성비를 자랑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외부 환경 변화도 회사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각 기업의 2세대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각 기업이 경쟁적으로 이파피루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번 만들어두면 그다음부터는 많이 쓸수록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소프트웨어 사업의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약점은 없나

▷SaaS 모델 매출 비중 낮아

요즘 소프트웨어업계 대세 사업 모델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다. 신문처럼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내든지, 쓴 만큼 비용을 내는 서비스 방식이다. CS(고객 응대)도 원격으로 가능하다. 반면 이파피루스는 여기에 취약하다. 여전히 서버 구축형(On-Premise) 제품의 매출 비중이 높다. 이럴 경우 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설치, 납품, 기술 지원 등 비용 요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일이 직원을 보내야 할 때가 많아서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요즘과 같이 IT 엔지니어를 안정적으로 확보,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사업 모델은 약점이 될 수 있다. 보다 빠른 SaaS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회사도 이 같은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이와 관련 약 4~5년 전부터는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 신사업 투자에 나섰다. 기존 전자 문서 관련 소프트웨어 사업 외에도 AI OCR(이미지 문자 인식), 모터 고장 예측용 IoT 솔루션 ‘모터센서’ 사업 등에서 최근 서서히 매출이 나오고 있다.

김정희 대표는 “종이 소비를 줄이고, 환경에 기여하고, 우리 기술로 지식 노동자들이 더욱더 창조적인 업무에 집중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파피루스는 글로벌 기업을 추가 M&A한 후 2024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0호 (2022.03.16~2022.03.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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